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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은 선하다고 믿는다 - 안네 프랑크, 희망의 씨앗에 관한 이야기
마조리 아고신.프란시스카 야녜즈 지음, 우혜림 옮김 / 홍익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지금도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과목인지 모르겠지만 학창시절 윤리 과목이 있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철학도 잠깐 맛보고 국민윤리 같은 공리주의적 반공이념도 새겨넣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 동양철학중 제자백가 사상을 배울때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이 등장한다. 당시 선생님이 어떤 입장인지 물어봤었다. 답변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성악설의 입장은 아니었던것 같다.
그렇다면 성선설의 입장이냐? 그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세상사 여러가지 일들을 보고 겪으며 점점 누구나 선하다는 말을 믿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1그램정도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거라고 믿고 싶다.
얼마전 아트 슈피갤만의 쥐를 읽었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매체중 만화관련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저작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명성만큼 상당히 임팩트 있는 작품이었다. 만화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공존하는 상당히 객과적인 시선으로 홀로코스트를 다뤘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곧 읽을 예정인 프레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은 또 다른 관점을 보여줄것 같은데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사실 안네 프랑크의 일기는 전문으로 읽어본 기억은 없지만 왠지 읽었을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안네 프랑크가 나치의 검거를 피해 숨어 살다가 주변의 밀고로 결국 아우슈비츠로 끌려가서 종전을 눈앞에 두고 해방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 그녀의 안타까운 역사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안네 프랑크는 그렇게 사망을 했지만 그녀가 남긴 일기는 세상에 전해져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작품으로 길이길이 남게됐다. 이 책은 안네 프랑크의 탄생 90주년을 맞이해 칠레의 시인 마조리 아고신이 안네 프랑크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를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역시 칠레의 일러스트레이터인 프란시스카 야네즈의 동화같은 삽화를 수록해 책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안네의 짦은 생애중 네덜란드로 망명해 나치에게 끌려가는 순간까지의 기간을 주로 다뤘다. 지독하고 엄정한 현실속에서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의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안네 프랑크의 모습이 가슴저리게 다가온다. 하지만 안네로 인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삶이지라도 살아간다는 자체가 선물이라는걸 깨달을때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될것이다.
글도 매우 간결할뿐더러 책에 삽입된 삽화도 아름다워 마치 동화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인간은 안네가 믿었던것처럼 여전히 선할까에 대한 의문은 가지만 그래도 최소한 악하게 태어나지 않았고, 악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