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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개정판
피천득 지음 / 샘터사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인지 고등학교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교과서에 실렸던 수필로 기억한다. 내 또래에 피천득 교수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것이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은 사람들도 별로 없을걸로 생각된다. 나도 피천득 선생의 책은 이제야 처음 접해봤으니 말이다. 사실 에세이나 시를 내기는 하셨지만 그의 글을 책으로 엮어낸건 얼마되지 않은걸로 알고 있다.
이 책은 대표작인 ‘인연‘을 필두로, ‘플루트 플레이어‘ 등 어렸을때의 기억, 중국으로의 유학, 미국에서의 교환 교수시절 그리고 딸 서영이와의 애틋한 감정등을 담은 수필 80여편을 모아 엮은 샘터사의 개정판이다.
일제 시대에 어떻게 사셨는지 정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그가 친일을 했다는 말이나 증거는 없다. 다만, 변절자인 이광수를 다소 두둔하는듯한 글로 오해를 받았던건 사실이다. 나도 일제시대에 살았더라면 피천득 선생만큼만 살기도 힘들었을것이다.
아무튼 그런 부분은 역사가 밝혀줄테니, 글만을 놓고보면 젊은 시절 다소 보수적인 경향의 시선으로 따님을 대하시다가 만년에 갈수록 너그러워지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글들은 본디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되는데, 선생의 글은 다소 소박하지만 그런 질박함속에 빠져드는 그런 감상을 가지게 해준다. 아련한 추억도 떠오르고 말이다. 특히 대표작 인연은 사실 별거없는 얘기인데 나와 동시대에 살았던 친구들의 가슴에 남았던 아사코의 잔상을 아련하게 남기게 해준다.
요즘 시선으로 보면 다소 고루해 보이는 글들이지만 그 당시로 가보면 꼭 그렇게 볼수만 없는 좋은 수필들이라고 생각한다. 교과서에서 단편적을만 접해봤던 그의 글을 읽고 싶다면 따뜻한 봄날에 어울리는 수필집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