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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 졸업을 앞둔 너에게
커트 보니것 지음, 김용욱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월
평점 :
뒤늦게 하루키의 소설에 빠져들었지만, 서양작가중에서도 커트 보니것,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뒤늦게 읽기 시작했다. 특히 커트 보니것의 약간 시니컬하면서 위트있는 소설들도 무척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읽은건 소설이 아니라 그의 연설문을 모은 일종의 에세이에 가까운 산문집이다. 연설은 고등학교나 대학교, 대학원생까지 학생들의 졸업식에 세상으로 나가는 젊은이들에게 연설했던것을 엮은 모음집이다.
코넬대학에 입학했다가 세계 2차대전에 참전을 하고, 그 유명한 드레스덴에서 포로로 잡혔다가 간신히 생환해 시카고 대학에 다시 들어갔으나 정작 본인은 대학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뒤늦게 석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반문화의 아이콘이자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기존 질서를 마음놓고 비웃었던 커트 보니것 특유의 신랄한 비판이 연설문 전반에 잘 녹아들어가 있다. 그가 생존해 있었더라면 트럼프를 얼마나 깠을까 몹시 궁금하다.
책 제목은 그가 좋아했던 삼촌이 주로 쓰셨던 말이라고 하는데, 책에 이렇게 언급된다.
˝알렉스 삼촌이 무엇보다 개탄한 것은 사람들이 행복할 때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삼촌은 행복할 때마다 그 순간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각별히 노력하셨습니다. 한여름에 사과나무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마실 때면 삼촌은 이야기를 끊고 불쑥 이렇게 외치셨습니다.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_본문 50쪽, ‘졸업을 앞둔 여자들을 위한 조언’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연설에서 주는 묵직함도 상당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비판적인 시선과 병치되는 애정도 느낄 수 있고, 젊음의 무한한 열정에 박수를 보내는 거장의 따뜻하고 관조적인 조언을 듣는것 같다. 이제 그의 소설을 읽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