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나름 주기적으로 시집을 읽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시란 장르에 대한 이해도는 현저하게 떨어지는편이라 그 안에 담겨진 깊은 함의를 거의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계속 읽어준다면 시와도 친해지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상상을 해본다.시집을 거의 보지 않는 내가 놀랍게도 이 시집은 대학때 읽어봤던 시집이다. 3학년때이던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하숙집에 물리학과에 다니는 예비역 형이 있었다. 이 형의 책상에는 문지사의 시집이 빼곡하게 꼽혀 있었는데 물리학도임에도 불구하고 시를 사랑하는 다소 독특한 스타일의 선배였는데 가끔 형 방에 놀러가면 이 시집 저 시집을 들춰봤다.장정일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은 제목을 보고 궁금해서 읽어봤고, 기형도 시집은 형이 읽어보라고 해서 얼떨결에 읽어봤는데 뭔가 어둡고 답답한 이미지, 그리고 강렬했던 단어들이 인상적이었다. 그 형은 지금 어디에서 뭘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교보문고에 갔을때 어떤 시집을 고를까 살펴보다가 옛 기억이 떠올라 입 속의 검은 잎을 다시 접해보게됐다.유재하와 살짝 오버랩이 되는 느낌의 기형도 시인의 이 시집은 첫 시집이자 그대로 유고시집이 되어버려 그가 남긴 유일한 책이다. 시인이 인정하는 시인이자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요절이 가져다주는 아련함과 더불어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시인으로 알고 있다.그의 시는 유년시절의 어두웠던 기억들을 가감없이 시로 풀어내는데 몇 몇 시에서 그가 성장했던 모습이 그대로 떠오르기도 했다. 사실 대표시인 입 속의 검은 잎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어떤 사건과 인물을 시인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기억하는 시인듯 싶은데 그에 대한 이미지로 대표되는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을 가지게 해준다.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시는 영화도 좋아하고 원래 알고 있던 시이기에 반갑게 다시 읽어봤고 찬찬히 그의 시를 들여다보니 암울했던 시절 개인들이 억압을 이겨내며 한 걸음 한 걸음 버텨나가는 느낌도 가져봤다.영화를 좋아했던 시인은 삼류극장 심야영화를 보다가 사망했는데 당시 그의 나이 29세였다. 영화와 같은 삶을 살다가 가셨는데 요절은 항상 우리에게 짙은 아쉬움을 남겨주는 아련함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봤던 영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