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증발 - 사라진 일본인들을 찾아서
레나 모제 지음, 스테판 르멜 사진, 이주영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실종은 장르소설에서 자주 다뤄지는 소재다. 실종하면 생각나는 소설이 미미여사의 화차가 떠오르지만 수 많은 소설에서 실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오스트리아에서 실제 3096일동 납치 감금된 나타샤라는 소녀의 실화도 생각난다. 그건 책으로도 읽었는데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사건이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실종은 그런 납치나 감금등 위력에 기인한게 아닌 주로 자발적인 실종에 관한 내용이다. 소위 말하는 야반도주에 가까운 실제 이야기들을 대상자와 인터뷰 형식으로 엮어나간다.


표지에 나오는 사진은 10년간 사라진 동생을 찾는 형을 찍은건데 부모와 형은 북한으로 납북됐다고 믿고 있다. 감쪽 같이 사라진 경우이고 방송에서도 자주 다뤘기 때문에 본인이 스스로 사라졌다면 충분히 찾을 수 있어서 강력사건에 의한 경우이거나 납북으로 의심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케이스는 자발적으로 자기의 모습을 감추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강렬한 표지에 끌려서 구입한 책인데, 내용은 살짝 아쉬웠다. 실종자들의 단편적인 모습과 약간 겉핥기식으로 다뤘기 때문에 실체적인 현상에 다가가기에는 부족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작가가 프랑스인이라서 그런지 일본인 특유의 정신세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데서 기인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작가인 남편과 일본 전국을 누비며 실종자들의 개인적인 사연과 그리고 일본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린 시도는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80년대말 주식시장의 급락을 시작으로 부동산 가격의 폭락, 경기 침체, 디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일본은 소위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의 시기에 돌입한다. 매년 1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증발하고 있다. 그중 85% 정도가 스스로 사라진 사람들이다. 빚, 파산, 이혼, 실직, 낙방 같은 각종 실패에서 오는 수치심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신분을 숨긴채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덜하겠지만 그래도 독거사가 증가하는 현상을 고려해볼때 사회에서 격리된채 쓸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에 대한 복지대책이 시급해보인다. 모두가 잘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탈락하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줄여나가야지 건전한 사회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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