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가 상당히 얇은 소설이다. 장편으로도 단편으로도 보기 어려운 중편소설에 가까운 분량으로 작가인 아니 에르노가 자기의 삶중 일부분을 그야말로 가감없이 드러낸 작품이다.저자 아니 에르노는 사실 잘 몰랐던 작가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상당히 문제적 작가로 명성이 높은분이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며, 시대적인 상황과 역사적인 부분에서도 전혀 꾸밈과 가공없는 사실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이 소설은 이혼을 하고 연하의 유부남 외교공무원(뚜렷하게 밝히지는 않지만 아마 러시아)과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며 겪었던 상황을 상당히 디테일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발간 당시에 그렇게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는 프랑스들에게도 상당히 충격과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빈곤층에서 자라났지만 교수로 작가로 상류사회에 편입했지만 늘 경계선상에 놓여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모호함을 느꼈던 작가는 극사실주의의 표현방식인 작품을 통해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자리잡게 된다. 사실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이 소설만 읽어봤지만 그의 약력을 살펴보니 거의 모든 작품들이 실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씌여진 소설인걸 알게됐다.단순한 열정도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사랑에 대한 열정적인 감정을 드러냈는데, 50대의 여성이 이렇게 열정을 가질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거듭하게 됐다(물론 나이든 여성을 비하하는게 아니라, 그만큼 뜨거운 감정이 녹아들어가 있다는 말이다.) 성에 대해 농밀한 묘사는 없을지라도 상당히 성적인 감성에 충실한 작품으로 생각된다.단정하면서 절제되고 어떻게 보면 관조적인 자세로 자신의 열정을 담담하게 서술하지만 소설의 기저에는 엄청난 열정이 숨겨진 작품이다. 이 소설을 읽고 작가에게 반한 33세 연하의 필립 빌랭이 자신의 첫 작품으로 단순한 열정과 똑같은 서술방식으로 아니 에르노와의 사랑을 다룬 포옹이라는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고 하는데 그 소설도 궁금하다. 일단, 장바구니에 담가놨는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읽기다 ㅋ소설의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된다. ˝올여름 나는 처음으로 텔레비전에서 포르노 영화를 보았다˝. 이어서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라는 고백으로 그녀의 열정적인 사랑을 읽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