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3
감동의 눈물을 훔치며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향하여 열 댓 계단 올라가다가, 춥고 배고파서 망설임없이 바로 내려왔다. 빈속에 무리하면 몸 상해. 평소 궁금했던 식당으로 갔다. 엄청 무거운 철문을 낑낑 열고보니.. 옴마나. 주방으로 잘못 들어온 줄.. 생각했던 것 보다 정말 작음. (이날은 작은 곳들이 모두 좋았네.) 두 평 남짓한 공간에 테이블 하나. 끝. 그런데 그 작은 공간이 햇살로 가득했다. 와~ 햇살부잣집. 그래도 공간가득차는 햇빛이 때론 버겁진 않을까. 궁금했으나 묻지 않기로 했다. 초면이니깐.
정말 간단한 음식 명란오차즈케. 녹찻물에 밥말아먹냐고 뭐라하는 사람도 있더만, 입안이 개운하고 깔끔해서 간혹 생각난다. 여긴 명이나물이 한수였다. 아 참. 햇살이 한수. 명이나물은 두수.
여기에 몸 길게 늘려 일광욕하는 고양이 한 마리만 있으면 세상 멋진 그림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다. - 나만 고양이 없는 사람 -
p.44 장그르니에의 「고양이 물루」중에서
고양이가 다리를 반쯤 편다면 그것은 다리를 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또 다리를 꼭 반쯤만 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희랍 꽃항아리들의 가장 조화로운 윤곽에도 이토록 철저한 필연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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