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7
비온다.
오후에 침대에 누워 폰만 만지작 거리다 거실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몸을 일으켰다. 지글지글 티비소리. 듣기 싫어. 읽을 책을 챙기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모자를 뒤집어썼다. 곱슬머리 싫어. 현관에서 빨강우산쓸까 파랑우산쓸까 3초 멈춤. 빨강우산 선택. 짧은 고민 후 늘 선택되는건 빨강우산이다. 그럴걸 왜 고민하는지 몰라. 선택의 이유는 늘 같다. 우중충 날씨(비오니까 당연히 흐리고 어둡지)에는 쨍한 빨강이 끌리니까. 그리고 나밖에 알아볼수 없는 로맹가리 라는 저 필체가 넘 이쁘잖아. 알라딘표 우산은 참 예쁜만큼 참으로 부실하다. 이미 두 개나 한 두번 쓰고 바로 저세상으로 가셨다. 이 로맹가리 빨강우산은 다행히 잘 버텨주고 있다. 이게 뭐라고 우산 하나가 참 애틋하다.
비오는 겨울 오후. 한적한 카페 창가 자리는 중년의 부부에게 밀렸지만 그들이 거기에 있어서 보기에 더 좋았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