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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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못할 사정으로 2주째 곰탕을 먹고 있는 인간으로서, 책제목만 보고 토나올 뻔. 점심후 잠깐 들른 알라딘서점에서 발견하곤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와. 중간에 끊을수가 없다. 뚝배기째 완샷하고 입맛쩝쩝 다시며 둘러보니 2권이 없다. 근처 도서관 7군데 모두 대출중에 예약대기 쪼로록. 아..이런. 곰탕파워!!

p. 111
교복 차림이었다. 짧은 치마 아래로는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 맨다리를 드러내놓지는 않았으니, 다소곳하다 해야 하나, 눈빛은 그냥, 낯선 남자가 오니 당연히 경계하는 거겠지? 어떻게든 좋게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우환은 저 여학생이 딱 싫었다. 그냥, 싫었다. 알기도 전에 알아갈 마음을 잃게 하는 희한한 여학생이었다. 얼굴은, 온통 짙게 그늘진 아우라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좋은 거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이름표는 있겠지 하는 마음에 우환은 좀더 가까이 갔다. 이름, 이름만 확인하면 된다. 아마도, ‘이시발‘ 같은 이름일거라 생각하며, 한데도 우환은 이시발과 가까워질수록 괜히 가슴이 뛰었다. 왜 그랬을까.
˝얘냐? 너네 집 머슴 들어왔다는 게?˝
그때, 그 여학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씨발.

이름 석자가 정확히 보였다. ‘유강희‘였다. 이이이런 씨발. 우환은 속으로 다시 한번 욕을 뱉었다.
‘니들이었구나. 나를 고아원에 버린 쌍년놈들이!?‘
우환은 자꾸 욕이 튀어나왔다. 다행히 속으로, 하지만 삼킬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우환의 양손이 이미 이순희와 유강희의 머리 위에 있었다. 두 학생, 게다가 커플의 머리채를 양손에 하나씩 잡고 마구 흔들고 있었다. 화를내고 있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우환은 화가 났다. (…)
어쩌면 우환도 한 번쯤은 부모를 만나고 싶었는지 모른다.

˝너는 근데 왜 어른 보고 인사를 안 해? 간다면 간다. 인사 정도 할 수 있는 거 아냐?˝
그러자, 강희가 재수없게 문지방을 밟고 서서 입을 떼기 시작했다.
˝인사하다가 목 베이면 어쩌려고?˝
˝......?˝
˝왜요? 딱 좋잖아요. 목을 쭉 빼주는 건데, 칼로 그냥 싹하면.˝
˝......!˝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모르는 사람한테 인사를 해.˝
그러곤, 유강희는 문지방을 넘어 유유히 사라졌다. 인사에 대한 실로 독창적인 해석이었다. 우환은 어째서 저런 생각을 하는 여고생이 이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는지 의아했다. 다시금 미래를 걱정하게 되었다. 그냥 두면 안 될 사람들이다. 세상에 뭐가 무서운가? 인사를 저런 식으로 곡해하고 있는 여고생이 우환은 무서웠다.

p. 115
깨달음이 그렇다. 깨닫기 전에는 인생이 편하다. 하지만 깨닫고 나면 걸리는 게 많아진다. 깨달았으니까 똑같이 살면 안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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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1-26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처음에 소개 보고 독특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곰탕 때문에? 하면서요.
무식쟁이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