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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위대한 이들은 어떻게 배를 타고 유람하는가
멜라니 사들레르 지음, 백선희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역사를 발칵 뒤집은 발칙한 상상! 이라는 글귀에 꽂혀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어요.
제목만 봐서는 탐험가를 다룬 위인전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고,
탐험을 다룬 모험이야기나 여행기같기도 한데
이 책은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책이랍니다.
학창시절 역사부분에 흥미가 없어서 공부를 게을리한 탓에
그쪽방면으로는 문외한인데
나이 40에 역사에 조금씩 눈떠 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는 저한테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몇년 전 터키를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가이드로 부터 들었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책을 통해 다시금 접하면서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구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명예교수 하비에르 레오나르도 보르헤스는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던중
동료하칸이 터키에서 보내준 자료의 삽화속에서
나뭇잎으로만 보였던 문양이 전체문양과 어우러지며
아즈텍의 대지의 여신인 코아틀리쿠에로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되네요.
그녀의 치맛단에 적힌 터키어
"끔찍했던 870년을 기억하며"라는 문구를 해독해내고
그레고리안력으로 아메리카 정복이 있었던 1492년과
이 그림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되지요.
그렇게 역사의 한 시점을 새롭게 해석해 나가네요.
정복자들에 의해
몰락해버린 신대륙의 아즈텍 제국과
대서양 건너의 구대륙 오스만 제국이 만나게 된 이야기지요.
16세기에 번성했던 대도시 아즈텍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은
사라졌고, 유럽과 아시아 두대륙을 끼고 있는
오스만의 수도 이스탄불은 번성했던 이야기가
멜라니 사들레스에 의해 새롭게 태어났네요.
아즈텍의 멸망시기와 오스만의 전성기가 겹친다는
사실을 흥미를 느끼고 멋진 상상력을 입혀 완성한 이야기네요.
세계사적 지식이 부족한 편인 저에게는 좀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가지고 있는 약간의 지식과 마주하게 될때면 재미도 있고,
스토리의 이해가 좀더 쉬웠어요.
이야기가 역사적 순서대로 전개되는게 아니라
처음 책 읽을땐 정신 바짝 차려야 되더라구요.ㅎ
16세기의 이스탄불 하렘에서의 록셀라나와 술탄 술레이만의 이야기,
그리고
21세기 이스탄불을 배경으로한 보르헤스 교수와 하칸 교수의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진행되고 있네요.
전반부에는 좀 지루한 감이 있었는데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듯
꿰어맞춰지는 역사이야기에 점차 빠져들게 되네요.
역사속 인물들의 등장도 흥미로웠고,
자신의 보금자리였던 나라와 가족을 잃어야만 했던 울분도 느껴지고,
무참하게 짓밟혀야만 했던 그들의
애끓는 복수도 접할수가 있어요.
세계사에 흥미가 많은 사람이라면 더욱 재밌게 읽을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