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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 비판 - 지식 경제 시대의 부와 분배
가 알페로비츠 & 루 데일리 지음, 원용찬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에 어느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1982년도 미국회사의 평균 CEO는 평균 노동자 보다 42배가 넘는 보수를 받았으며 2004년에는 무려 이보다 10배가 넘는 431배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더불어 이후 조사한 내용을 보면 미국인의 상위 1퍼센트가 한해 국가가 벌어들인 세후 소득의 15퍼센트 정도를 가져간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 극히 일부인 이런 고소득자의 소득이 미국의 하위계층 1억2천만 명의 소득을 합친 것보다는 많다는 것인데, 이를 토대로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지금 현재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의 편중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나름 구체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심각한 소득의 불평등 문제가 과연 미국자체만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며, 오늘 우리의 경제 현안에 비추어 놓고 보았을 때, 점점 중산층이 사라져 가는 현상들을 보면 우리나라 역시도 이런 지적에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데 있다. 많은 사람들은 말하기를 엄청난 부를 소유한 사람들은 그만한 부를 창조하는데 충분한 기여를 했으니 당연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얼핏 생각하면 이 말은 자본주의 체제를 추구하는 우리 사회에서 아주 자연스런 이야기로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러한 명제에 대하여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여러 사실들을 우리는 은연 중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빈익빈 부익부를 양산하며 이를 부채질 하고 있는 소득 불균형의 문제에 관하여, 과연 무엇이 문제이며 이런 내용을 두고 그 동안 우리를 지배해왔던 그릇된 인식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어 있던 것인지를 되짚어 보고, 극단적인 소득의 양극화로 불거지고 있는 오늘의 불편한 현실을 타개할 경제 정의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을 구체적으로 모색해보고자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나 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오늘날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소득 불평등의 문제가 단지 개인적인 노력이나 숙련기술 혹은 그들이 지닌 재능 차이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라고 단정 짓는데 대해 근본적인 잘못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빌게이츠나 워런버핏과 같은 일부 고소득자들을 예로 들면서, 그들이 수치를 논하기도 힘들만큼 엄청나게 벌어들이는 소득의 결과를 두고, 그것을 오로지 자신들의 능력만으로 이룬 것이라 주장하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논리의 견해를 근거로 만약에 빌게이츠를 생산요소가 오로지 자연밖에 없는 어느 무인도에 홀로 놓아두었을 때에, 과연 그가 자신의 신체적인 노력과 지능만으로 그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있겠는가 라며 오히려 반문한다. 다시 말해 빌게이츠가 그런 소득을 올리게 된 그 근본적인 내용에는 지금까지 우리사회에 축적되어 있던 지식의 산물들을 이용한 결과라는 것이며,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과거로부터 아무런 대가 없이 물려받은 그러한 유산들이 없었다면 그가 얻을 수 있는 소득은, 우리의 일반 노동자들이 직접 생산물 창출하는데 있어 본인이 기여한 만큼만의 소득을 얻어가듯이 그도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 책에서 지적한대로 기업가든 육체적 노동자든 모든 개인들의 벌어들이는 경제적 이득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에 의한 것이지 결코 그들이 현재 새롭게 창조해 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윤리적인 시각에서 봐도 이를테면 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감옥에 가지 않은 것처럼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로 처벌 받을 수 없듯이, 생산물을 만들어 내는데 있어 자신이 기여한 부분이 없다면 당연 이에 대한 소득을 주장할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우리가 하나의 전자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루어 왔던 기술적 지식이 뒷받침되었기에 바로 가능했던 이유라고 해야 옳을 일이다. 따라서 이를 이용해 어떤 특정인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면 그 인센티브만큼의 일부 소득을 얻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당연 인정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논하기에 앞서 고려해봐야 할 것은 그 동안 축적되어왔던 지식의 산물이란 것이 유독 그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재산이므로 이에 대한 응당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이를 무시하고 발생한 이익 모두를 그 사람의 소득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서부터 비롯되어 온 여러 지식적인 배경이나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도 오로지 자신의 독창적인 지식이나 재능만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면 그로 인해 얻어지는 이익은 말 그대로 홀로 독식해야 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신의 영역에서나 가능할 수 있는 일이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지금 우리에게까지 흘러온 기술의 축적 과정은 복잡했을지라도 이를 유추해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시시대의 생활을 생각해보면 그들은 애초 아무런 경험이나 지식이 없이 자신의 몸으로 직접 사냥을 시작했었을 것이다. 그들은 어느새 그런 행위를 반복하면서 보다 나은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되었던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후대에 이르러서는 이전보다는 또 다른 획기적인 연구를 통해 좀 더 발전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며, 이는 다시 무상으로 또 다음세대로 전달된다. 결국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인류는 그 지식의 전파를 팽창하는데 점차 힘을 써왔던 것이고, 또한 그 중심에는 국가의 커다란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따라서 위에 여러 근거들로 볼 때 우리가 오늘날 이루어 온 경제 성장의 그 원천을 생각해보면 이는 과거로부터 누적되어 온 지식이 축척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저자는 결론적으로 이 책에서 우리가 가진 부의 80퍼센트는 사회적으로 생산된 전체 세습 자산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들어, 오늘날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소득 불평등의 해결에 대한 방법으로 상위 고소득자의 소득분에 대해 과세를 증가해야 하며, 사회보장세를 인상하고 또한 기업에 대한 법인세 증가와 더불어 상속세에 관해서도 상속 후계자가 모든 유산을 받을 만큼 자신이 직접적인 대가를 치른 것이 없으므로 상당부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거두어들인 조세수입을 정부는 국민의 건강의료와 같은 국가의 취약한 인프라 구축과 새로운 지식을 재창출하는 교육과 연구에 사용되어야 하고, 나아가서는 저소득과 중위 소득계층에 대한 지원의 기반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에 대해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경제 성장의 그 바탕에 공동유산이 있음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고, 또한 이것이 어느 한 개인에게 아무런 대가 없는 독점적인 소유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되며, 앞으로 이 점을 공익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내야 할 것인가 하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