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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읽는 9가지 시선 - 형태로 이해하는 문화와 예술의 본질
한명식 지음 / 청아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언제인가 정확한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보았던 사진 한 컷, 혹은 그림 한 점에서 이전에는 느껴볼 수 없었던 감흥을 경험해본 이가 있거나, 혹은 어느 공연장에서 우연하게 들었던 아니면 길거리를 걷다 어디에선가 문득 흘러나오는 음악 한곡을 듣고 잠시나마 마음이 동요하여 자신도 모르게 그 속으로 흠뻑 빠져 전율과도 같은 것은 무언가 모를 감동적인 기억들을 가졌던 사람들이 더러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흔히 예술이라 말하는 대상들과 생활 속에 언제나 가까이 지내기는 하여도 예술의 본질에 대하여 한번 간단하게라도 생각해보거나 또는 관심을 가지고 깊이 그 안으로 들여다보려는 능동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가 예술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그 대상과의 진정한 첫 대면을 하게 되는 것은, 물론 누구나 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지만 아마도 아까 말했던 것처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오묘한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가 아닐까 싶다. 선입관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누군가가 예술이라고 말하면 얼핏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언가 경건해져야 할 것 같고 그러면서도 왠지 모르게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난해해서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막막함이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예술이라는 실체를 접근하는데 있어 그 본질을 제대로 보려는 노력이 먼저 선행되어야 했음에도 누구나 그랬듯이 구태의연한 방법에 머물러 너무 쉽게 안주하려고 했기에 그랬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간혹 예술을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있어 그 본질을 그 동안 너무 멀리서 찾으려 하거나 어느 일정한 틀에서만 찾으려 했었는지 모른다. 이 책은 우리가 예술의 본질을 제대로 읽어내고 인식하는데 있어서 그 기본적인 가이드가 되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어서 그 동안 예술의 근본적인 틀을 이해하는데 있어 어려운 수학공식처럼 복잡하게만 생각했던 독자들이 있다면 9가지의 요소를 통해 설명하는 이 책을 통해 예술의 참다운 묘미를 알아 가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 책은 예술의 근간을 파악하는 그 키워드로 동과 서, 원근법, 죽음, 진화, 모나드, 기하학, 미술, 디자인, 조형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것은 예술이라는 것이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진화를 통해 거쳐 온 것처럼 예술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진화적인 요소에서 본다면 현대의 인간은 스스로 얼굴을 수정하고 몸의 기형을 바로잡고 하는 것이 의학적인 기술을 두고 진화라고 여기지 않고 문화적인 미를 의식하여 인위적이고 개별적으로 행하는 것이 결국 변화된 진화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예술의 가치를 추구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시되어야 할 것은 어떤 통속적인 틀에 가두어 어떤 외적인 형태를 완성하는 관점에서 머무르지 말고, 우리가 바라다보는 사물이나 그 대상의 본질을 먼저 깊이 이해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말한다. 그래서 자연에 존재하는 어떤 사물에 대해 왜 그렇게 존재할 수밖에 없었는지 하는 그 의문점을 찾아가다보면 예술이 존재하는 그 물음의 해답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로 인하여 우리는 때로 무디어져 있던 우리의 감성을 일깨우기도 하고 더러는 떠오르는 심상적인 어떤 구체적인 것을 통하여 커다란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예술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하여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방법적인 부분에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던 것은 이 책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우리의 그릇되고 고정된 사고방식에 그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섣부른 행동을 먼저 취하기에 앞서 어느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말고 기본적인 것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먼저 전제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물론 예술을 이해한다는 것이 말처럼 결코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룬 9가지 요소들이 하나의 완성된 형태를 이루어 가는 과정을 살펴 가다보면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확대된 시각을 얻는데 그 실마리를 찾아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한 모든 학문과 기술은 다름 아닌 바로 자연을 예술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그 진가가 발휘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여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에 한번 접근해 봄은 어떤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