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문득 생각했던 건축이라는 말의 의미는 일정한 대지 위에 우리의 삶에 편리하고 안락한 실용적인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곳에 미학적인 가치를 더해주어 예술적인 작품으로 승화시켜가는 건물에 대한 설계에서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일컫는 말이 아닐까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중 하나는 기존에 존재해있던 수많은 건축물이 허무하리만큼 하루아침에 그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며, 얼마 되지 않아 그 자리에 마치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쇼윈도에 나타난 마네킹처럼 또 다른 형태의 건물이 어느새 들어서는 일이다. 그렇기에 의미심장한 어떤 특별한 의미를 담거나, 혹은 조금은 별나 보이고 우리의 시각을 확 잡을 만한 제법 규모 있는 건축물이 아니고서는 우리가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주의 깊게 건축물을 살피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하다. 하지만 규모가 크건 작건 상관없이 건축물을 만든다는 것을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건축물이란 인간의 여러 감각적인 부분을 만족시켜 주어야 하는 예상외로 상당히 까다롭고 쉬이 다룰 수 없는 형태의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건축의 과정이란 얼마만큼 진행 하다 허물고 다시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완공되기까지의 투자되는 여러 경제적인 여건까지를 고려하면, 막상 실제 건축에 임하는 당사자들에게 가해지는 심적 부담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오랜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진 건축 작품들을 이를 어떻게 보고 느낄 것인가에 대해 우리와 같은 일반인들에게 있어 그 안목을 가늠하기란 결코 쉽지도 않은 일이며 어떻게 판단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더더욱 힘들며 난처한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현재 건축 분야에서 각자 일익을 담당하는 건축전문가들이 모여 건축물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 확대와, 건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관점들 그리고 건축물을 하나의 새로운 감각적인 물체라고 가정했을 때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통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그들이 지금까지 건축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경험해왔던 내용을 토대로 건축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혹은 이를 통하여 그 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건축물에 대한 즐거운 감상이나 그 이해도를 높이는데 주안점을 둔 책이라는 생각이다. 5개의 주제로 12편의 건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 속에는 건축가 그들 스스로가 생각하는 건축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에 관한 것부터 자연과 대비한 건축물의 관계, 건축으로 인해 오묘하게 빚어지는 창작의 세계 등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 건축에 관한 모든 요소들을 매우 흥미롭고도 재미나게 구성되어 있는데, 건축의 전문적인 용어나 식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적인 독자들에게 건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점을 부여해 주는 나름대로 꽤 의미 있는 도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저자들의 말대로 그 동안의 건축은 우리에게 너무 어려웠고 불친절했으며 그렇기에 건축물이 인간과 함께 공유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고 있음에도 서로가 쉽게 친숙해지기가 어려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건축물을 대하는 우리들의 관심과 시각도 이전과는 달리 이제는 조금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렇게 되어야만 우리에게도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훌륭한 건축물들이 우리 앞에 새로이 선보이게 되는 것이고 건축에 대한 우리의 우수성도 그만큼 증명되는 일이 될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건축에 대한 관심도 그랬고 건축물이 우리에게 주는 여러 의미 있는 요소들은 결코 생각해 본적이 내겐 없었던듯하다. 그러나 건축물이 우리의 삶과 동행해야 하고 그래서 서로 부대껴야 하는 관계임을 생각해보면 우리 곁에 있던 건축에 대한 부분을 우리는 너무 동 떨어트려 멀리했고 인식해온 것은 아니었는지, 그래서 건축물이란 우리에게 때로 안락하고 편안한 쉼터가 되기도 하고, 즐거운 놀이터가 되며 나의 공간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걸 우리는 잠시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책을 통하여 건축의 전문적인 부분을 우리가 모두 상세히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건축에 대한 그 이해의 폭과 건축물과 마주함에 있어 서로 교감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나름 크다고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마치 성냥갑 같은 일정하고 획일적인 촘촘한 아파트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눈을 돌려 이제는 건축가의 섬세한 손길과 예술이 어울려져 마치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건축물을 찾아 잠깐 동안만 이라도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