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제대로 읽어본 지가 얼마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래도 어릴 적(?)에는 시가 좋아서 제법 읽었는데 한동안 시를 멀리했다. 왜 그런지 그게 사치라고 생각되었다. 아마도 살기 너무너무 바빴나 보다. 그러다 관련된 직업을 가지면서 또 다시 그 작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그 어릴 적 가졌던 욕구보다 좀 다른 것이었다. 시를 이제야 조금 읽는 연습을 하는 것 같다. 시를 쓰는 것부터가 찬란한 작업이라고 일단 말해두고 싶다. 시를 쓴다는 것은 세상 모든 것에 어느 사소한 움직임도 그냥 무심히 보지는 못한다. 자연의 모든 것을 보다가도 문득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게도 하고 그러다가 생각의 너머에 그 무엇인가를 느끼게 된다. 그것이 시로 옮겨진다. 이 시집에 실린 글은 담백하지는 않다. 이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다. 시를 읽으면서 시인이 이 시를 쓰기 위해 얼마나 오랜 작업을 힘들게 하였을까를 더듬어보면 결코 이 시들이 그렇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많이 힘들어야 시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시들은 정말 많이 많이 힘들어서 나온 시들이 틀림없다. 힘들어야 시도, 글도, 문학도 더 절실한 법이다. 시를 읽고 있으면 시인은 어디쯤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 지 짐작해볼 수 있다. 아니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어떤 식사를 하고 왔는지 조차 알 수 있다. 그만큼 시 속에 그의 삶이 잘 묻어있다. 그래서 시가 절절하다. 이럴 때 절절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너무 상투적인지는 모르지만 차라리 솔직한 표현이기는 하다. 왜 좋은 공간에서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좋은 음식을 먹지 않았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시에는 삶에 대한 절박함도 있지만, 햇빛을 그리워하는 그윽한 시선도 분명히 있다. 시인이 얼마나 찬란한 삶을 그리워하는지 충분히 느껴볼 수 있을 듯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잘 가르쳐야 하는 게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한 가지가 습관이다. 어릴 적 습관은 평생 가지고 있기에 더욱 중요하다. 때론 이 습관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런 일들을 잘 알려주고 있는 동화이다. 모두 네 편의 동화가 있는 이 책은 인사에 대한 것과 스스로 미리 준비하는 것, 바르고 곱게 말하는 것, 그리고 물건을 아껴 쓰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에게 물건을 아껴 써라, 인사를 잘 해야 한다. 모든 것은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말을 예쁘게 해야 한다라고 말로 가르쳐주기도 하지만 늘 따라다니며 일러줄 수가 없다.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습관처럼 가지고 있으면 더없이 좋지만 아이들이기에 잘 모를 수 있다. 이 동화는 그런 이야기를 참 재미나게도 이야기하고 있다. 늘 동네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 반장아주머니가 싫어 아주머니가 키우는 강아지를 발로 차 버린 그 날 우진이에게는 아주 특별난 일이 생긴다. 인사하는 말은 정말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 것이다. 결국 우진이는 강아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난 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임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곰탱이에게 뺏긴 말’이다. 스스로 깨닫고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우진이는 인사를 잘 하는 아이가 될 것이 틀림없다. 효자, 효녀가 되는 길을 아주 쉽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하면 되는 것이다. 아홉 살 은표가 늘 모든 것을 챙겨주시던 엄마에게 효자가 되기 위해 이제부터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하는 아이가 될 것을 기대해보는 ‘조은표 효자 되기’ 등 이외에도 두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네 편의 동화가 아이들에게 바른 인성을 알려줄 수 동화가 모음집이다. 자신의 몸에 밴 습관은 자신에게도 좋은 것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는 것도 함께 알려주기도 한다.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오래 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이 ‘철학’이라는 분야가 나와 다른 사람들이 읽는 분야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약간의 편독을 하게 되었는데 언제부턴가 이 분야의 특별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처음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되었는데 읽다보니 그런 생각도 점차 없어지게 된다. 이 책을 선택하여 읽게 된 동기도 ‘술’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술을 마시지 않은지도 꽤 오래되었다. 정말 젊었을 때는 술맛도 모르면서 무조건 마셨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점차 그 일도 심드렁해지고 오히려 이 책이라는 것이 더 위로가 되었다. 예전에 내가 즐겼던 것과 지금 내가 즐기는 것들이 만났으니 나에게는 더없이 재미를 줄 듯하다. 특별하게 2권이 한꺼번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마치 와인의 색을 연상하기도 하는 이 책은 읽을수록 그 맛이 좋다. 작가는 술독에 빠져 바라본 철학의 세계라고 하였지만 그 말처럼 그 속에 빠져있지는 결코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니 잘 모르는 시에 담겨있는 술에 대한 이야기와 그 속의 또 다른 철학적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뿐이다. 술의 이야기가 담긴 시들을 모아서 조금은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술도 오래 묵을수록 그 깊이를 느끼듯이 철학도 마찬가지이다. 깊이 들여다볼수록 오묘한 무엇인가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철학가하면 떠오르는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몽테뉴 등 그들의 이론에 대해서도 알게 되지만 그리 어렵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가 술과 관련해서 좀 더 다르게 이야기를 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이야기를 통해 풀어가는 데 그 이야기들은 분명 그들이 말하고 있던 것과 연관 지어 이야기한다. 술 한 잔을 떠올리면서 어떻게 이런 많은 이야기를 해 놓을 수 있을지 참 어렵고도 특별한 분야이기는 한가보다. 술이 제대로 묵혀져야 그 맛이 나오듯이 이 책도 좀 더 묵혀두고 몇 번 더 읽어둬야 더 깊은 그 무엇을 느껴가는 것이 아닌지 좀 어렵게 생각해본다.
매일 밤, 극장에는 아주 특별한 공연이 이루어진다. 징소리가 울리면 고양이 배우들이 나타나 아주 멋진 공연을 펼친다. 그것은 바로 경극이다. 그 경극은 삼국지라는 이야기다. 중국 전통 공연인 경극을 소재로 한 이 그림책은 재미있는 분장을 한 고양이들이 밤마다 펼치는 무대에서 경극을 하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에게 경극이라고 하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은 예전에 보거나 들었던 연극일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이 ‘경극’이라는 공연을 본 적이 거의 없을 듯하다. 그러기에 이 그림책이 더없이 흥미 있고 실감나다. 경극은 얼굴에 가면을 쓰고 하는 공연인데 이 가면이 정말 화려하기도 하고 독특한 분장이다. 고양이들의 얼굴을 얼핏 보면 경극의 가면의 모습과 닮기도 한데서 이런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지 않나 짐작한다. 이 고양이들을 정말 똑똑한가보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와 장비 등 여러 인물들의 성격을 정말로 잘 표현해주고 있다. 인물의 성격뿐만 아니라 삼국지 이야기의 한 부분도 접해볼 수 있다. 또한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나 습성도 살펴볼 수 있다. 고양이들은 밤에 활동을 잘 하지만 아주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고양이들이 밤마다 몰래 공연을 하지만 누군가 들어오는 듯한 소리만 나면 숨어버리기도 한다. 밤이기에 색들이 다소 어둡기도 하지만 화려함은 오히려 그 어두운 색채감에 더욱 빛이 나기도 한다. 그러기에 경극이라는 공연에 대해 좀 더 실감나게 느껴볼 수 있기도 하다. 이 그림책을 통해 동물에 대해서도 알 수 있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도 접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이들은 정말 씻는 것을 싫어한다. 여자 아이들은 그렇지 않던데 남자아이들인 경우 더 그렇다. 특히 밖에서 신나게 놀고 와서 땀을 많이 흘리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냥 잠을 자려고도 하고, 밥을 먹으려고도 한다. 어릴 때야 억지로 씻기기도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면 혼자 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곧잘 스스로 하게 한다. 그런데 그게 그렇다. 엄마가 씻어줄 때처럼 깨끗하게 씻고 나오지 않는다. 이 책 속의 주인공처럼 그렇게 대충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몇 번을 야단을 치지만 모두가 그 때뿐이다. 잘 씻는 습관을 가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책 속의 아주머니처럼 좀 더 현명한 방법을 제시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도우미 아주머니와 강아지의 역할이 아주 특별해 보이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하라고 하거나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곧잘 거부한다. 왜 그러는지, 해야만 하는 이유를 아이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을 해 주거나 또는 스스로 그것을 해결해나가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정호는 정말 씻기 싫어한다. 씻는 것도 싫지만 엄마가 사람들에게 자신이 씻기 싫어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는 것도 싫어한다. 또 한 가지 얼굴을 씻을 때면 매운 비누거품이 눈에 들어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엄마는 이런 것도 아랑곳없이 박박 문지른다. 그런데 이렇게 씻기 싫어하는 정호가 변하게 되었다. 그것도 바로 도우미 아주머니의 참 특별한 방법 때문이었다. 아주머니는 아주 재미난 방법으로 정호에게 씻는 것을 알려준다. 혹시 비누가 매울까 강아지를 씻겨 보여주기도 한다. 정호는 엄마가 여행을 간 일주일동안 아주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혼자서 잘 씻기도 하고 청소도 열심히 한다. 청결해야만 하는 이유도 안다.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고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