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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 레시피
신경숙 지음, 백은하 그림 / 소모(SOMO)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이 좋다. 왜냐하면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내가 보고 싶은 곳, 그곳을 사진으로 잘 담아놓았고 더불어 그곳에 대한 글이 아주 솔직하게 나와 있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책의 흐름이다. 장소는 모두 우리 전통의 모습이나 그곳의 집들, 그 일부분을 소개하고 있는데 음식들은 그렇지 않다. 아니 소품들도 조금은 우리의 전통의 것들과 벗어난 것도 있다. 효자동이라고 해서 오롯이 우리전통의 것만 소개하고 있을 거라는 내 짐작은 맞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효자동 골목길.
나는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그곳에는 이렇게 멋스러운 곳들이 많은가보다. 그 안에는 이렇게 기분 좋은 이야기들이, 소소한 것들이 꽤 아름답게도 보일 수 있는 매력들이 있나보다. 가고 싶다. 가보고 싶다.
정말 음식을 못하는 나는 이런 음식을 보면 괜히 욕심이 나기도 한다. 나도 저렇게 잘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면 나도 이런 따뜻한 느낌이 나는 레스토랑을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꿈도 꾸련만. 나는 늘 이런 바람을 가지고 있다. 요리도 못하면서.
작가는 자신이 요리를 못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러면서 이런 멋진 책을 내다니. 대단한 용기이다.
그런데 어디 요리를 잘해야만 이런 근사한 책을 낼 수 있는가. 글을 읽다보면 그냥 골목 구석구석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음식들이 가진 맛에 대한 이야기 등이 잘 그려내고 있으면 그것도 요리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요리책이라기보다는 요리 이야기책이라고 하면 더 어울릴 듯하다.
이 책을 보면서 이 책 곳곳에 또 하나의 온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러스트 작가 백은하 씨이다. 그림이 제법이다라는 말을 자꾸만 하게 된다.
우연히 들른 음식점에서 아주 맛난 음식을 먹게 되었을 때 약간의 흥분, 그 느낌을 이 책에서 느껴볼 수 있다. 글도 좋고, 사진도 좋고, 일러스트도 좋기 때문이다. 음식이 맛나다고 말할 수 있을 때가 그 재료가 가진 기본적인 것을 잘 살려 만들었을 때라고 한다면 책이 근사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는 이 책을 두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쓴 사람과 그림을 그린 이 두 사람의 각자의 맛이 잘 살려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