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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활자 잔혹극

글쓴이 루스 렌들

옮긴이 이동윤

북스피어

 

 

 

글을 모른다고 사람을 살해할 수 있을까.

읽기 전 가장 큰 물음이었다. 글이야 배우지 못한다면 모를 수 있고 본인에게는 부끄러움을 느낄 수야 있겠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는 이유가 되겠냐는 말이다. 책을 읽는 행위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그러한 살인이 얼마나 끔찍한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p.5-

 

  책의 섬뜩한 시작을 알리는 첫 문장이다. ‘유니스 파치먼’은 책에 등장하는 커버데일 일가를 죽인 장본인인 동시에 활자 잔혹극이 일어난 정중앙에 위치한 주요 인물이다. 유니스는 어렸을 때는 사악하지 않았지만, 주변 환경에 의해 ‘글자’를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그로인한 불편함보다도 자신이 문맹인 것을 알고 남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걸 견디지 못하는 인물로 나온다. 따로 나쁜 짓은 이러한 것이다라는 걸 배운 것은 아니지만 ‘협박’이라는 타인의 약점을 쥐고 남들보다 편하게 사는 방법을 알고있다. 바람 피는 유부녀의 약점을 알고있다던가, 어린 남자아이와 수풀 속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바지를 추스르며 나오는 유부남의 행동 혹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연금을 꼬박 꼬박 타내는 집주인의 약점을 잡는다던지 등등.

 

이러한 유니스에게는 무엇보다도 빌어먹을 ‘활자’ 천지인 세상이 문제이고,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인 것이다.

 

 아버지가 살아 있는 동안, 그는 많은 점에서 골칫거리이긴 했지만 한가지만큼은 좋았다. 집세나 세금, 각종 청구서를 맡아 처리했고, 서류를 읽고 공란에 기입하는 일 또한 그의 몫이었다. 유니스는 의회 사무실에 들러 현금으로 세금을 냈고, 가스 요금이나 전기 요금 역시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서류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텔레비전을 빌리거나 할부로 살 수는 없었다. 편지나 광고지가 와도 읽을 수 없었다. *로필드 홀에서 지내면 문제는 해결된다. 로필드 홀은 자신을 받아 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영원히 살도록 돌보아 주리라.

-p.45-

*로필드 홀은 커버데일 일가의집

 

  1장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커버데일 일가가 너무 잘 배운 축에 속해서 이러한 일가족 몰살 사건이 일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나쁜 말을 하거나 못된 행동을 해서 그러한 것이 아닌 단지, 유니스의 앞에서 활자가 적혀진 어떠한 것을 읽는다던가 종이에 그녀가 해야하는 일을 적어놓는다던지의 행동 하나하나가 거슬린 것이다.

 

  그와 동시에  활자로 되어진 걸 많이 읽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이기도하다. 작가는 문맹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악한 일에 대해 적었는데, 활자를 모르기 때문에 그것이 씌여져 있는 것이라면 병적일 정도로 싫어하는 유니스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나쁜 것인가. 혹은 커버데일 가에서 일하게 됨으로써 즐기게된 텔레비전의 잔인한 수사드라마로 인한 영상 매체로 접한 것이 문제인 것일까에 대한 문제도 슬쩍 내놓는다. ‘문맹’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을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때로는 유니스의 입장에서, 때로는 멀찍이 떨어져있는 작가의 입장에서 이미 벌어진 일들과 그때의 일들을 비교해가면서. 심지어 작가적인 입장에서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일을 어떻게 해라고 충고까지 해준다. 물론 등장인물은 그의 외침을 모르지만.

 

  문맹에 대해 일어날 수 있는 극단적인 일을 알 수 있지만, 나에게는 맞지않았던 작품이다. 일가족 학살극을 벌이고도 담담하게 경찰에 신고하고, 그들에게 차(茶)까지 대접한 유니스에 대한 행동은 대단히 끔찍하지만, 반전을 좋아하고 숨겨진 어떠한 장치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그다지’였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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