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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 - 죽음을 부르는 만찬
윌리엄 레이몽 지음, 이희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먹는 것 좀 잘 골라 먹어서 튼튼해 지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고른 책인데
생각했던것 과는 많이 달랐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자본주의와 정치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보는 동안 맞닥뜨린 문제에 비해 해결책이
막막해보여서 좀 답답하기도 했지만 읽어보길 잘 했다는 생각은 든다.
요즘 뉴스들을 보면 참...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는게 끔찍하다 싶었는데 이 책을 보고나서는 미국에 살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주식이 밥인 것, 그리고 전통 음식 문화가, 그것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그런 전통 음식문화가 있다는게 다행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미국인의 비만을 철저히 질병으로 인식하고, 비만이 개인의 관리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비정한 자본주의 기업과 자본주의에 정부의 양심을 팔아버린 '주식회사 미국' 정부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원인으로 생겨나는 미국식 비만이 미국의 영향력 아래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미국에 살고 있지 않더라도 절대 간과할수 만은 없는 문제가 된거다.
의학기술이 많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그 속도 못지 않게, 아니 그 속도 보다 더 빠르게 환자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단순하게 '환경'과 '스트레스' 때문만은 아닌거였다. 환경이 나빠져서 먹거리들이 오염되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를 자본주의적으로 생산, 가공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환경이 나빠지게 됐다는....
저자가 말하는 해결책에 대해, 비도덕적 자본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민주주의적 해결책에 추천.
그것이 비록 계란으로 바위치는 게 될수도 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어차피 정부는 우리를 국민이 아니라 소비자로 보니깐.
"우선, 우리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소비자이기 이전에 시민으로서, 우리는 매일 먹는 세 끼 식사를 투표하듯 선택해야 한다. 그 투표에 세상이 독성물질로 가득 찰 것이냐 아니냐가 달려 있다. 우리는 환경과 건강, 윤리를 생각한 쪽에 표를 던져야 하며, 그 힘은 구매력에서 나온다.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일은 투표소에 가는 것 이상으로 정치적인 행위가 되었으며, '직접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어울리는 유일한 순간이 되었다. "
- 2001년 9.11테러로 3,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희생되었지만, 같은 해 테러희생자보다 45배나 많은 40만 명이 비만 유행병으로 죽었다.
- 미국인들의 사망 원인 중 2/3가 직간접적으로 비만 유행병과 관련이 있다. 잠깐 상상해보자. 어떤 나라에서 테러가 연쇄적으로 일어나 반수 이상의 국민이 죽었다고 치자. 그러면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즉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할 것이다. 하지만 비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상하리만큼 무반응이다.
- 2000년, 미국 청소년 가운데 1/3 가량이 심장질환에 걸릴 수 있는 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그로부터 4년 뒤 발표된 중국의 한 연구 결과는 열살 먹은 비만 아동들의 심장이 10년 동안 규칙적으로 담배를 피운 45세의 남자들과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폐해는 심각해서 비만으로 인해 심장질환에 걸리는 16~18세 청소년들 수가 점점 늘어나는 실정이었다.
- 댈러스에 있는 텍사스아동병원은 해마다 미국최고의 진료센터 목록에 로는 병원이다.이 센터에서 계속 치료받는 환자 수는 300명에 달하며, 그 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06년 봄, 내가 그 병원을 방문했을 때 신규환자 75명이 입원했다. 그 중 나이가 가장 많은 환자는 13세였다... (중략) 텍사스아동병원은 내가 취재하는 내내 맞닥뜨렸던 무너가 석연찮은 느낌을 고스란히 확인한 장소였다. 시장만이 중요한 세계에서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건 그 어떤 경제적 소득도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중략) 그때 충격적인 광경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형편없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 손발을 잘라야 할지도 모를 위험에 처해 있는 아이들이 치료를 받는 바로 그 층에서 친숙한 냄새가 풍겨왔다. 텍사스아동병원 1층, 내 오른쪽으로 맥도날드의 황금빛 간판이 반짝였다.
- 1997년 일본 의사들은 미국에 사는 일본인 100명의 건강 상태 변화를 몇 년 동안 꾸준히 지켜본 뒤 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일본인들 3명 중 1명꼴로 심혈관질환이 발병했고, 이는 보통 일본인들보다 2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 역사가 오래되지 않고,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인 미국은 음식문화의 뿌리가 매우 얕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마케팅에 특히 취약한 것"이라고 폴런 기자는 설명한다. 또 "우리에게 안정적인 음식문화가 있고, 음식 스타일에 대해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먹어야 하는 것'이라는 해답이 있었다면, 정신없이 변하는 유행에 그토록 휩쓸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저는 비만을 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죄인 취급해야 한다는 건데, 제가 보기에 그건 말이 안 되거든요. 열량 섭취를 제한하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해서 비만을 쉽게 치료할 수 있다면 왜 미군에서 체중 기준 초과를 이유로 매년 병사 5,000명을 내보내겠습니까?"
- 안드레아스는 '자유시장은 정치가의 연설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냉소적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미국 중서부에 살지 않는 사람들은 우리가 사회주의 국가에 산다는 사실을 모른다." 무척이나 신랄한 이 말은 곡물시장이 워싱턴의 정치적인 결정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곡물의 할당량, 가격, 시장이 정해지는 곳은 의회, 상원, 백악관의 복도였다.
- 콜라회사들은 미국소아치과학회의 주장을 내세우며 반박했다. 데이비드 커티스가 이끄는 이 협회는 소아치과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이 모인 소규모 단체였고, 미국치과협회에 비하면 별로 영향력도 없었다. "탄산음료가 어린이들의 치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밝혀낸 과학적 증거는 없다." 이 의사들은 왜 이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걸까? 게다가 2003년 이전까지는 줄곧 미국치과협회의 입장을 지지하다가 태도를 바꾼 이유는 뭘까? 바로 그해에 미국소아치과학회가 코카콜라로부터 기부금 100만 달러를 받았기 때문이다.
- 정치적인 목적으로 지원금을 받아 초과 생산된 옥수수는 부가가치가 높은 HFCS(액상과당)로 재탄생하여 국민들의 비만을 불러일으켰다. 그래도 남아도는 분량은 싼값의 가축사료로 활용됐다. 싸구려 곡물사료 덕분에 가축 '공장'이 갑작스럽게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이는 환경과 동물들에게 재앙과 같은 결과를 안겨주었다. 공장형 축사에서는 고기 생산을 늘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었지만, 그 고기는 지방질, 호르몬, 항생제에 절어 있다.
- 우리는 먹을거리를 똑똑하게 따져보기보다는 예쁜 아이팟과 최신형 휴대폰, 최신 유행 청바지를 고르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더 소비하는 시대에 산다. 그건 분명 잘못되었다. 지난30년 동안 먹을거리에 대해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을 간과하고, 이윤만을 추구하는 거대 다국적기업에 모든 것을 맡겨버린 것도 잘못이다. 공장형 축사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의 실패를 드러내는 끔찍한 거울이다.
- 양돈업자들은 이 불쾌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해결책을 생각해냈다. 우선 암퇘지들을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좁은 우리 속에 집어넣어 새끼들을 깔고 앉지 못하게 했다. 돼지들이 서로 잡아먹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간단했다. 스트레스를 받아 공격적이 되건 말건, 사육장에 도착하자마자 이빨을 뽑아버리면 그만이다. 마취는 당연히 하지 않는다. 이빨뿐 아니라 꼬리도 잘라버린다. 이유는? 돼지들의 주둥이 바로 앞에 보이는 것이라곤 다른 돼지의 꽁무니 밖에 없으니, 걸핏하면 그 꼬리를 갉아먹기 때문이다.
이빨을 뽑고 꼬리를 자른 뒤에 당연히 치료는 하지 않는다. 치료를 하면 돈이 들고, 이윤이 떨어진다. 이런 절제 시술을 하는 것은 오로지 이윤을 늘리기 위해서다. 양돈업자들의 전문 잡지에도 이렇게 나와 있다. "우리는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가축의 환경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 ... 돼지가 동물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하며, 공장의 기계처럼 다루어야 한다."
- 양계장에서 시뻘겋게 달군 칼날로 닭들의 부리를 자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말초신경이 퍼져 있고, 의사소통을 하는 중요한 기관인 부리가 잘린 닭들은 매우 공격적으로 변하지만 '생산 기관'에 지장이 없다면 별로 문제될 것도 없다. (중략)
- 35년 전에는 닭이 시장에 팔릴 만큼 크려면 21주가 지나야 했다. 하지만 이제 곡물사료와 호르몬을 잔뜩 주입해서 7주만 지나면 어떤 패스트푸드 메뉴라도 될 수 있을 만큼 자란다. 성장이 지나치게 빨라서 심장과 폐가 몸무게를 지탱할 만큼 발달할 시간이 없다. 이런 신체적인 불균형이 엄청난 사망률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비만 상태는 또 다른 결과를 낳는다. 공장형 양계장에서 닭을 비롯한 가금류들은 아주 좁은 우리에서 생활하는데, 6주만 지나면 90%의 닭과 칠면조가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시장에서는 좋은 값을 받지만, 너무 살이 쪄서 자연적으로는 번식조차 할 수 없다. 그 결과 매년 칠면서 3,000만 마리가 인공수정으로 태어난다.
- 돼지 수만 마리가 좁은 공간에 모여 있다 보면 온도는 삽시간에 섭씨 30도를 훌쩍 넘어선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생충, 세균, 고팡이, 알레르기 항원을 비롯한 다른 병원균들이 자라기 쉬워 가축들은 쉽게 병에 걸린다. 그래서 축산업자들은 '발 달린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성장호르몬뿐만 아니라 살충제를 들이붓고 항생제를 주사한다. 10만 마리 중 어느 돼지가 병에 걸렸는지 알 수 없으므로 모든 돼지에게 일률적으로 주사해 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 처음에는 주로 향신료나 곡물 속에 사는 조그만 벌레들을 죽이는데 방사선조사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1980년대 초부터는 제품의 부패를 늦춘다는, 좀더 상업적인 목적이 추가되었다. 과일과 채소에 방사선을 쬐면 부패 시기가 늦춰져서 저장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생산업자들은 이 점에 열광했다. (중략)
그런데 육류에 방사능을 쬐는 것은 문제가 다르다. 제품의 성질 자체가 변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음식은 이미 죽은 것이다. 조직은 산산조각 나고, DNA는 파괴된다." 방사선을 쬔 식품은 아미노산, 엽산, 비타민A, B1, B6, B12, C,E,K,PP가 보통 식품보다 부족하다. 이는 바사선을 쬐는 시간과 강도에 따라 달라지며, 어떤 식품은 최대 80%까지 영양소가 파괴되기도 한다.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세계에서 방사선을 가장 많이 쬐는 식품 중 하나인 닭을 방사선에 통과시키면 화학적 재결합이 일어나 새로운 분자가 생겨난다. 비계 같은 지방질에 방사선을 쬐면 여러 연구에서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판명된 시클로부탄이 발생한다. 2002년 독일과 프랑스 공동 연구 결과 일부 시클로부타논은 유독하며 쥐에게 결장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략)
소비자들에게 방사능을 쬔 고기를 먹이고 싶어 안달이 난 농식품 업계는 또 다른 골칫거리에 부딪쳤다. 현재 허가된 방사능조사량으로는 일부 박테리아나 광우병의 원인인 프리온을 완전히 박멸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육류 섭취가 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1970년대부터 쏟아져 나왔다. 순전히 과학적인 입장에서 쓴 이 연구보고서들은 붉은 살코기를 정기적으로 많이 먹는 사람들에게서 발암 위험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육류업계가 공업화 되면서 이 위험은 더욱 커져갔다.
이 주제에 대해 폭넓은 표본(여성 9만 659명)을 대상으로 12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조사한 최근 연구 결과가 2006년 11월 13일 발표되었다. 연구 결과 매일 붉은 살코기 1.5인분을 먹는 여성들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2배가 더 높았다. 연구보고서에는 이런 격차가 생긴 이유와 유방암 발병 위험이 예전보다 증가한 이유를 밝히려고 시도했다. 붉은 살코기에는 철분 함량이 지나치게 높고, 발암물질이 유발될 수도 있는 요리법 때문이라는 가설도 있었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축산업자들이 주입한 호르몬이 고기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미국 가축의 80~90%, 공장형 축사에서 자라는 가축들은 100% 성장호르몬을 투여받는다. (중략) 성장호르몬을 맞고 자란 소는 결국 99센트짜리 햄버거 패티가 되며,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결장암을 증가시키는 원인이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일 붉은 살코기를 먹은 여성은 결장암에 걸릴 확률이 250배나 더 많다. 일주일에 1인분만 먹어도 발병 확률이 38% 더 높다.
- 미국 육류에 들어 있는 생소한 물질은 성장호르몬 뿐만 아니다. 항생제 역시 양념처럼 들어 있다. 유선염 같은 병을 막기 위해서든 성장호르몬과 함께 사용해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든 한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가축을 도축한다고 해서 이런 성분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중략)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상생제가 가축에 쓰인다는 사실을 알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2000년 미국인들은 항생제 130만 톤을 사용했는데, 같은 해 미국의 가축들은 질병 치료 외의 목적으로 1,100만톤을 사용했다. 식품을 통해 항생제를 흡수하면 인가은 당연히 항생제에 내성이 길러진다. 게다가 가축에 투여한 항생제 때문에 박테리아가 더욱 독해져 의료기관에서는 질병 치료를 위해 항생제 용량을 더 늘리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 리오그란데시는 스타카운티의 주도이며,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다.(중략) 사람들은 지역 보조금으로 받은 몇 달러를 내고 HFCS와 트랜스지방 덩어리를 사 먹는다. 이런 식습관으로 리오그란데시의 성인 인구 절반이 제2형 당뇨병을 앓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미래가 더욱 걱정이다. 유치원생 24%가 벌써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이들은 성인이 되면 당뇨병으로 손발을 잘라내야 할지도 모르며, 결국 심장발작으로 세상을 떠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