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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 가는 길 ㅣ 황석영 중단편전집 2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을 덮었을 때의 느낌은,
마른 시골길에 트럭이 지나가며 일으킨 흙먼지를,
마땅히 피할 곳이 없어서
손으로 입만 가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
하이힐을 신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 먼지를 따라
뚜벅뚜벅 걷는 것 같은 느낌?
아스팔트에 익숙한 내게는 다소 생소하고 약간 암울한 느낌들의 이야기들...
단편소설은 내 취향이 아니다.
글이 짧은 만큼 뒷이야기를 상상해 내야하는 내 머리가
그만큼 복잡해지기 때문에.
그런데 이 단편소설들은,
내가 뒷이야기를 상상해내기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시대적 배경이 있어 반쯤 읽다가 상상을 포기 했다.
내가 이해한 것 이상의 뭔가가 있을텐데
그게 뭔지 사실 잘 모르겠단 말이지...
분명히 더 많은 세월을 지나보내고 나면
지금의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을텐데
하는 생각에 약간 약이 오른다.
9편의 이야기들 중 인상깊었던건 '돼지꿈'이라는 제목의 이야기.
장기적으로는 불행인 일들에 대해 단기적으로 좋은 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리석다고 하기엔 지금의 상황과 그때의 상황이 너무도 다르니까.
왠지 씁쓸한...
- 몰개월의 새
[...비로소 인생에는 유치한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서울역에서 두 연인들이 헤어지는 장면을 내가 깊은 연민을 가지고 소중히 간직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자는 우리들 모두를 제 것으로 간직한 것이다. 몰개월 여자들이 달마다 연출하던 이별의 연극은, 살아가는 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아는 자들의 자기표현임을 내가 눈치챈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몰개월을 거쳐 먼 나라의 전장에서 죽어간 모든 병사들이 알고 있었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