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뭔가 새로운 마음으로 문학잡지를 받아보기로 하고 나름 고르고 골라 문학동네라는 문학잡지 1년 구독을 끊었다. 계절별로 나오는 계간지라 1년구독이래봤자 4권이지만 사실 한권 읽기가 만만치 않았다. 특히 나는 작가의 문체에 예민한 편인데 문학잡지라는 거에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문체를 늘어놓는 작가의 글들도 실려있기 때문에. 작가들 인터뷰랑 마음에 드는 몇가지 글만 읽고 쌓아두었는데 어느 날 날아든 '비매품'이라고 찍힌 소설책 하나. 문학동네에서 주최하는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가의 소설이였다. 젊은 작가들에 대한 왠지모를 편견이랄까? 어쩐지 글을 읽으면 잔뜩 시크만 하거나 잘난척 투성이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막상 읽어보니 담백했다. 화려한 수식어 없이도, 간결한 문장만으로도 뜻을 뚝딱뚝딱 잘 전달하고 있었다. 노래로 치면... 김연우 노래 같은? 너무 재밌지는 않았지만 지루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별로'라거나 '그저그렇다'고도 할수 없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당연히... 편지가 쓰고 싶어졌다. - 내가 숫자를 좋아하는 건 숫자는 적어도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확하고 확실한 대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성장과 변화의 과정 없이 초반부터 과속으로 치고 나간 자들은 결국에는 불행해지고 간혹은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주저앉게 되기도 한다. 가불받은 월급처럼. 그들은 단지 자신의 행복을 남들보다 앞당겨 써버린 자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각자에게 할당된 행복의 양이 정해져 있고 그 행복을 자신의 의지대로 배치할 수 있는거라면 그 행복은 앞에 놓는게 좋을까 뒤에 놓는게 좋을까. 나라면 뒤에 배치하겠다고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 그 후 나는 생의 모든 일은 하루 사이에 일어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