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문학잡지에서 우연히 신춘문예에 당선된 신인작가
황정은의 인터뷰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단편 단락들을 조금 읽어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번에 읽게 되었다. 

책 표지 날개에 있는 작가의 사진과 문체는 매우 일치하는 편이다.
76년생 치고는 어려보였지만 만만치 않은 내공이 압축되어 있는 듯한 눈빛...
나랑 세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어떻게 저런 글들을 쓸수가 있지 신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모자로 변하는 아버지와 같이 사는 세남매의 이야기인 '모자'와
어느 날부턴가 점점 오뚝이로 변해가는 아내와 남편의 이야기인 '오뚝이와 지빠귀'
그리고 인간 이외의 말하는 생물인 '곡도'에 대한 이야기인 '곡도와 살고 있다'
이 세가지.

이건... 뭐랄까... 환타지 다큐 같다고나 할까;;

아버지가 갑자기 모자로 자꾸 변해서 이사를 다니고, 이웃의 항의를 받게 되는 세 남매는, 아버지가 모자로 변한다는 사실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일상에서 우리가 '두통이 가끔 있는데...' 하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세 남매 뿐만이 아니라 이웃들 역시 모자로 변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사실이 아이들에게 교육상 좋지 않다고 항의 할 뿐.
아버지가 모자로 변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두들 그냥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뚝이와 지빠귀에서도 아내가 점점 오뚝이가 되어 가는걸 남편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친척들도 병문안을 와서 보고 간다. 애를 낳으면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곡도와 살고 있다에서도 말하는 생물에 대해 놀라지 않는다.
아래층 여자가 기르는 곡도는 원숭이 모양을 하고 있는데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자꾸 작아져서 마침내는 콩만해졌다.
아래층 여자는 그 콩만한 곡도가 자기의 코나 귀나 입 등을 통해 인체로 들어갈 것을 염려한다.
고양이를 닮은 곡도와 살고 있는 주인공은
곡도에게 매일 이야기를 해야한다. 이야기가 재미 없으면 곡도로부터 냉소적 반응을 얻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애완 생물체와 그를 기르는 인간들이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랄까. 

최근에 본 책들 중에 가장 특이한 책이였다.
마음에 들면서도 ... 우중충함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거에 대해 작가 자신이 걱정되기도 한다.
어쨌든 글은, 자기 내면에 있는 생각들을 표현한 거니깐 작가도 그런 고립되면서도 우중충한 생각들을 우중충하다고 느끼지 않으며,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지내고 있다는게...

혹시나 해서 작가의 싸이를 찾아봤지만 역시 없다.
딱 봐도 ... 그런걸 할 것 같지는 않아보였지만.

우중충하긴 했지만 그 상상력만큼은 대단한 것 같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 하는게 한둘이 아니였다.
해리포터 이후 가장 상상력에 놀란 책이랄까.
파피용도 대단한 상상력이지만 그건 뭔가 그럴듯하고 가능한 듯한 상상력이라면
이건 뜬금없고 너무 엉뚱해서 연관조차 지을수 없는 그런 기발함...
 

* 왜 동물원에 오자고 했어. 나는 물었다.
평범하니까. 인간답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동물원은 가장 인간적인 영역이잖아.
그런가.
우리를 만들어서 동물들을 넣어두고 관람료를 받는 일 같은 것을 인간 외에 어떤 동물이 생각해내겠어. 동물을 관리하는 인간이 있고 동물을 관람하는 인간이 있고 동물을 관람하는 인간들을 관리하는 인간이 있고 그런 인간들에게 통제되고 영향받는 소수의 동물들이 있는 곳. 압도적인 인간의 영역, 그게 동물원이야. 동물원의 동물들이 어딘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