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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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초반에는 약간 산만해서 가독성이 떨어졌는데 점점 작가 스타일에 적응이 되면서 흥미로웠다.
사랑의 순수성에 대해, 사랑이 무엇인지 오랜 세월동안 고뇌하고 메모한 흔적이 남아있고, 사랑과 연애, 결혼에 대한 아주아주 깊은 생각들과 잡생각들이 뒤섞여 있다. 1부, 2부,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시간에 따라 변화되는 환경과 이에맞게 성장하며 변화된 한 사람의 가치관을 철학적이게 풀어낸다.
10대 혈기 왕성한 시절엔 모든 세상이 자기중심으로만 흘러가고, 언제나 1인칭이 중심이 된다. 흔히 눈에 뵈는 게 없는 시기라 불리는 시기.
20대가 되면 좀 더 현실을 바라보게 되고, 1인칭(나) 뿐만이 아닌 너(2인칭)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시기엔 더이상 나,너 뿐만이 아닌 세상 전체를, 우리를, 그들을, 그들 각자의 삶을 바라볼 수 있게된다.
비로소 마지막 시기에 닿았을때 과거를, 과거의 사랑을 돌아볼 수 있게되지만 정작 마지막 시기의 ‘나’는 과거의 ‘나’를 기억할때 모든 것들을 아주 정확하게 기억해낼수는 없게된다.
마지막의(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를 바라보고, 기억하며 또다시 도대체 사랑이 무엇인지 고뇌하며 스스로의 결론을 내리고 철학을 만든다.

사랑에 정답은 없다.
사랑에 눈이 멀만큼 뜨겁게 사랑했고, 그 사랑의 결과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수도 있다.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지켜낸 사랑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볼만하다.
반대당할수록, 손가락질당할수록 그게 더 특별한 사랑처럼 각인되고, ‘진정한 사랑’에 근접하다고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 삭막한, 재고 따지기 바쁜 현대 사회에서 눈 먼 순수한 사랑이라는 게 과연 가능할지.
사랑이 밥 먹여주냐는 말도 있듯이 씁쓸하지만 지금 이 세상에서는 사랑을, 그야말로 눈 먼 뜨거운 사랑을 하는 게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은, 아마도 앞으로도, 당분간은, 여러가지 불행한 일들을 각오하고서라도 뜨거운 사랑을 꿈꾼다.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 허황됨을 꿈꾸고, 고집 속의 진정한 사랑을 꿈꾼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마주할때 어떻게 서술하게될지 궁금해진다.
이 책의 케이시 폴 처럼, 이런 식으로 회상하게 될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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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생각과의 대화 - 내 영혼에 조용한 기쁨을 선사해준
이하준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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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몇년 전쯤 정서적으로 불안정했던 그 시기에 서점에서 직접 골라 샀던 책이다.
설렁설렁 훑어봤는데도 당시 내 마음에 와닿는 구절들이 꽤 있어 홧김에 구매했었는데,
지금 그때보단 성숙해진 정신으로 다시 펼쳐봐도 너무 마음에 드는 책이다.
이런 ‘힐링’을 주제로 내건 책들 중에서 가장 담백하게 힐링할 수 있을만한 책이 아닐까싶다.
잔소리처럼 떠들어대거나 가르치려고 잘난척하는 책을 정말 귀찮아하고 싫어해서 이런류의 책은 원래 기피하는데,
이 책은 잔소리도 군더더기 없이 일리있게 하는 느낌이라 묘하게 듣게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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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9
김승옥 지음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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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옛날의 한국 문학을 읽을때, 내 자신이 실제로는 거의 본 적도 없는 가마솥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숨이 막히면서 낯 뜨거워지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할까.
눈 앞이 자욱해지면서 알 수 없는 내장의 열기가 폐에서 부터 뇌까지 한방향으로 전달된다는 느낌이 더 맞는 표현이려나.
이 김승옥 작가의 단편소설들을 묶어놓은 「무진기행」 이 딱 그랬다.
대한민국의 5,60년대가 주 배경이고 이 시대의 분위기가 위협적일만큼 아주 실감나게 쓰여져있다.이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 각자의 개성이 녹아있고, 작가 자신의 혼란이 들어있다.
세상이 돌아가는 모순. 인간관계의 어색함. 속물에 대한 혐오. 하지만 저 또한 속물인 것에 대한 외로움...
그때에 비하면 풍요로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건 그 시절 젊은이였던 그들이 있었기 때문이지 참. 현재의 젊은이인 나는 과연 진지하게 그런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자문해보며 묘한 먹먹함을 느꼈다.

읽고나서 갑자기, 전혀 상관없을 수도 있을 이번 여름에 읽었던 요즘 주목받는 신인작가 김은영씨가 쓴 쇼코의 미소라는 단편집이 생각났다.
5,60년대의 대한민국을 담은 무진기행과 2010년대의 대한민국을 담은 쇼코의 미소.
시대적 배경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미묘하게 다르지만 사실상의 맥락은 거의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6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의 외로움과 적막함은 여전하고, 빈부격차도 여전하고, 그 속에 살아있는 정많고 수줍음많은 한국인들도 어쩜 그렇게 여전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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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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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앨리스가 죽으면 너도 죽어”
이 문장 하나 보고 이 책을 선택했다. 소재가 참신한 추리소설같았으니까.

소재는 참신했다. 끝까지 참신했다.
하지만 그 참신한 소재를 별로 재미있게 살리지 못해 아쉽다는 느낌이 강하게 남았다.
예고편이 전부인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하게 약간은 맥빠지는 여운이었다.
자고로 추리소설이란 눈을 뗄 수 없을정도의 몰입감은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데, 딱히 긴박감도 없었고 몰입력도 약해서 추리소설을 이렇게 오래 질질 끌며 읽어보긴 처음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가지고 뭔가를 창작하면서 이렇게 재미없기도 힘들겠다 싶었고,
이런 참신한 아이디어들로 어떻게 이렇게 썰렁하게 전개시킬수가 있는건지 너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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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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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은 이 순간 ‘우에다 후우코’의 이지메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이 동시에 떠오른다.

초중반부까지는 전형적인 판타지색이 짙은 어린이용 동화같은 인상이어서 조금 유치하구나 싶었는데,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터지는 포텐이 있었다.
심장이 쿵하는 감동과 여운이라기보다는 똑딱이 손난로 똑딱하고 누른듯한 느낌의 감동과 여운이었다.
거울 속 외딴 성의 실체가 직접적으로 밝혀지기 전에 제법 빨리 눈치채 버렸지만 그 뒤로도 딱히 시시해지거나 하진 않았다. 성의 실체와 그곳에서 만난 일곱명의 아이들의 관계를 알아내는 것이 주된 흥밋거리이지만 이외에도 몇 가지 흥밋거리가 더 있었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ps. 학교를 싫어했고, 등교를 수차례 거부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내겐 너무 공감 가는 주제였기에 아주 주관적으로 이 소설이, 이 소설의 마음이 예쁘고 좋다. 그 시절 이 책을 접했다면 어쩌면 맨날 전신거울 앞에서 거울이 빛나기만을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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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19-07-05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읽으셨군요. 표지도 그렇고 내용도 좀 유치한듯 한데 재미가 있어서 당황스럽다가 어느새 제가 감동을 받고 있더라구요ㅎㅎ

yujulovesake 2019-07-05 18:30   좋아요 0 | URL
청소년 동화같은 소설이었는데^^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