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옛날의 한국 문학을 읽을때, 내 자신이 실제로는 거의 본 적도 없는 가마솥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숨이 막히면서 낯 뜨거워지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할까.눈 앞이 자욱해지면서 알 수 없는 내장의 열기가 폐에서 부터 뇌까지 한방향으로 전달된다는 느낌이 더 맞는 표현이려나.이 김승옥 작가의 단편소설들을 묶어놓은 「무진기행」 이 딱 그랬다.대한민국의 5,60년대가 주 배경이고 이 시대의 분위기가 위협적일만큼 아주 실감나게 쓰여져있다.이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 각자의 개성이 녹아있고, 작가 자신의 혼란이 들어있다.세상이 돌아가는 모순. 인간관계의 어색함. 속물에 대한 혐오. 하지만 저 또한 속물인 것에 대한 외로움...그때에 비하면 풍요로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건 그 시절 젊은이였던 그들이 있었기 때문이지 참. 현재의 젊은이인 나는 과연 진지하게 그런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자문해보며 묘한 먹먹함을 느꼈다.읽고나서 갑자기, 전혀 상관없을 수도 있을 이번 여름에 읽었던 요즘 주목받는 신인작가 김은영씨가 쓴 쇼코의 미소라는 단편집이 생각났다.5,60년대의 대한민국을 담은 무진기행과 2010년대의 대한민국을 담은 쇼코의 미소.시대적 배경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미묘하게 다르지만 사실상의 맥락은 거의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6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의 외로움과 적막함은 여전하고, 빈부격차도 여전하고, 그 속에 살아있는 정많고 수줍음많은 한국인들도 어쩜 그렇게 여전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