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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F (New Face of Fiction) 시리즈. 데뷔작으로 독일 내 7개 문학상 수상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젊은 거장의 탄생을 알린 추차 방크의 첫 장편소설. 1956년 헝가리 혁명과 1961년 베를린 장벽의 등장을 전후로 한 격동기 유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이 소설은 장대한 서사도 치열한 갈등도 내세우지 않는다. 그런 큰 사건들은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 속에 무심히 스쳐 갈 뿐이다. 엄마가 말없이 떠나버린 후 세상이 멈춰버린 것 같은 카타에게 시간은 그녀의 말대로 견딜 만한 것들과 견딜 수 없는 것들로 나뉠 뿐이다. 그리고 기차 노선을 따라 이 마을 저 마을을 전전하면서, 저마다 아픔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또 헤어지면서 카타는 어른들도 그렇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결코 돌아보지 않을 것 같은 아버지의 말없는 등이 가진 아픔도. 아버지가 비로소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되었을 때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 큰 사건 이면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담담한 문체로 어떻게 쓰여진 것이지 궁굼하기만 하다.
故 최인호 작가 2주기 추모집. 작가의 유지에 따라 기획된 책이다. 최인호 작가가 7년 전에 구상한 것으로, 책의 제목 역시 작가가 오스트리아의 유명 지휘자인 카를 뵘이 쓴 <나는 정확히 기억한다>에서 영감을 얻어 정해둔 것이었다. 이 책은 작가 최인호의 젊은 날을 기록한 문학적 자서전이자, 최인호 문학의 시원을 살필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다. 1권 '시간이 품은 나의 기억들'과, 2권 '시간이 품은 나의 습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이 의미하는 대로 1권은 작가의 젊은 시절에 대한 기록이며, 2권은 작가의 미발표 작품 모음집이다. 1권이 작가 최인호의 문학적 자서전이라면, 2권은 최인호 문학의 세계관과 감수성의 원형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문학사적 자료로서, 작가의 50년 전 습작 노트에 담긴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등단하기 전까지를 아우르는 귀중한 미발표 원고들을 담고 있다.
-> 습작 시절의 내용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펴내는 작품마다 다수의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영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한 세라 워터스의 다섯번째 작품이자 국내에 소개되는 네번째 작품이다. 세라 워터스는 매 작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플롯은 물론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탁월한 묘사까지 더해져, 읽는 즐거움과 함께 문학적 가치도 충분한 소설을 쓰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맨 부커 상 후보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다. 2차대전 직후 서서히 몰락하는 영국 귀족 가문의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소재로 한 <리틀 스트레인저> 역시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기이한 스토리에 예민한 사회 관찰과 날카로운 비판을 적절히 더해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히 재현해냄으로써 세라 워터스의 역사 스릴러 거장다운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힘입어 공포소설로는 드물게 맨 부커 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스티븐 킹이 '2009 최고의 소설'로 선택하기도 했다.
->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플롯은 물론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탁월한 묘사까지' 이 한 줄에 매료되었다.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이정 소설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작가와 아버지의 자전적 소설. 사회주의라는 이념의 껍질 속 북한의 현실을 보고 다시 남으로 내려온 남자와 그를 쫓아 뒤늦게 북으로 간 아내. 휴전선이 가로막아 가족을 품에 안을 수 없게 된 남자는 재혼해 사남매를 낳도록 전 부인을 호적에서 지우지 못하고 옛 가족과 새 가족 사이에서 그리움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남한 사회는 그를 사회안전법이라는 보이지 않는 창살 속에 가두어 인간다운 삶을 앗아가버렸다. 아내와 두 아들이 간첩으로라도 다시 찾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남자는 사망하기 얼마 전부터 자신의 일생을 기록하기 시작하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다. 세월이 흐른 후 그의 딸은 아버지의 헤어진 부인과 두 아들이 북에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1975년에 멈추어버린 아버지의 일기장을 꺼내 미완의 자서전을 완성한다. 그녀는 얼굴도 모르는 북의 오빠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안부 편지에 '아버지는 평생 당신들을 그리워했습니다'라고 적는다.
-> 한 번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이 소재에 관심이 간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 때 영국으로 이주해 영어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시구로는 '1945년 이후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더 타임스」 선정)에 들 만큼 현대 영미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를 독보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러한 명성보다는 동양과 서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이시구로만의 낯설고 깊은 상실의 정서다. 이번 작품에서 역시 망각의 안개가 내린 고대 잉글랜드의 평원을 무대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름답고 가슴 아프게 펼쳐진다. 또한 발표하는 작품마다 새로운 소재와 형식을 차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작가답게 이번 작품은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는 판타지 모험담의 틀을 빌려 그 놀라움과 흥미진진함을 더하고 있다.
->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일본인이 유럽을 배경으로 쓴다니,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