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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평점 :
역사는 다시 소리치고 있다. 2025년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현재까지 세계는 다시 요동치고 있다. 관세(Terrify)로 인한 주식은 바닥을 치고, 정치는 불안정하며, 세계 곳곳에서 흉흉한 사건들이 그칠 줄 모르고 발생한다. 불신의 벽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때 이 책을 들었다. 과히 운명적이라 할 만큼 적시에 내게로 왔다. 의문점이 하나 있었다. 트럼프는 관세를 어떻게 해서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민주주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말이다.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정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겼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중범죄를 저지를 때, 민주주의는 그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하는데, 과연 이 명제가 제대로 지켜지는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와 같은 시점에서 이 책은 답을 알려주는 길라잡이가 되었다.
그럼 이만 여행을 떠나보자.
1장. ‘패배에 대한 두려움’에서는, 특정 엘리트 집단은 자신들의 지배적인 기득권을 잃어버릴지 모르는 두려움에 전전긍긍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패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2장. ‘독재의 평범성’에서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과거 사건들을 보면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인간의 탐욕에 의한 사악한 뿌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작금의 윤석열과 트럼프를 보라. 이들이 파시즘이 아니면 누가 파시즘인가. 독재의 평범성, 이들은 그 우를 범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말이다. 우리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전제주의나 파시즘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가 민주주의에 무관심하거나 자가당착, 즉 자신들의 정당과 개인 이익에만 초점을 둘 때 독재의 평범성을 옹호하고 민주주의는 퇴보하게 된다는 교훈을 준다. 3장. ‘이 땅에서 벌어진 일’에서는 과거 미국 역사에서 벌어진 법률전쟁, 인두세, 일기 쓰기 능력 등 투표권 제한 및 박탈에 대한 이해를 습득한다. 4장. ‘왜 공화당은 민주주의를 저버렸나’에서는 1930년대 대공황 때 민주당의 뉴딜정책으로 공화당이 민주당의 텃밭인 남부 백인들에게 초점을 두면서 전환점이 된 점과 1964년 이후 현재까지 민주당은 흑인, 공화당은 백인이라는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주의가 생기게 된 배경과 이 시점에 거대 대체이론이 등장하면서 민족주의가 발생했고, 선거결과를 부정하는 결과까지 낳았다. 그런데 2024년 말 공화당 트럼프가 또 당선됐다. 역사는 아이러니하다. 5장. ‘족쇄를 찬 다수’에서는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민주적인 제도인가, 라는 의문점을 남긴다. 6장. ‘소수의 독재’에서는 보통선거에서 이겨도 패자가 되는 경우 즉, 적은 표를 얻고도 승리하는 선거제도에 대한 불합리를 언급한다. 상원제도 자체가 보수적인 지역에서 유리한 구조이며 게리멘더링(Gerrymandering)이라는 선거구 조작까지 법의 탈을 쓰고 자행하고 있고,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지가 꺾이면서 신뢰를 읽어가고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7장. ‘표준 이하의 민주주의, 미국’에서는 유럽의 민주주의 국가(영구, 프랑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들과 비교하면서 반다수결주의(종신제, 간접선거, 불균형한 의석 등) 해제를 요구한다. 그리고 선거인단 폐지는 왜 실패했는지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8장. ‘민주주의를 민주화하다’에서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전략을 단기전략(봉쇄, 백제)과 장기전략(투표권 확립, 선거결과가 다수의 선택 반영, 지배하는 다수의 힘 강화)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리고 투표를 더 쉽게 만들고, 게리멘더링을 없애고, 선거인단 제도를 직접적인 보통선거로 대체하고, 상원 필리버스터를 없애고, 상원을 보다 비례적으로 만들고, 대법원 종신제를 폐지하고, 헌법수정을 좀 더 쉽게 만드는 개혁안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소수를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보전하는 제도, 그리고 특권을 가진 소수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허물어뜨리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병폐를 치료하기 위한 약은 더 많은 민주주의다. 이 말의 의미를 곱씹어봐야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퇴보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어떻게 보면 작금의 현실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지켜졌고 계속 진행 중이다. 민주주의 생존을 걱정하는 국민이 하나로 뭉칠 때 우리 민주주의는 다시 살아남아 보존될 것이다. 민주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그리고 서두에서 제시한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 책을 읽으면 저절로 납득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