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의 죽음 Q&A - 내일 죽어도 후회 없는 삶으로 이끄는 200가지 질문
홍지혜 지음 / 현대지성 / 2023년 9월
평점 :
Q 당신의 육체는 언제까지 온전할까?
A 그렇구나. 정년 후 몸 다 망가져서 쉬어봤자 뭐 하누?라는 말을 선배들이 했던 거였네.
한 번도 저 질문에 대해 내 몸을 생각해보지 못한 채... 안 그래도 요즘 여기저기 삐걱대는... 내 몸... 겁나서 한 번도 하지 않은 카메라로 내 몸속을 들여다보는 일...
Q 지금 하는 일은 당신의 수명에 도움이 되는가?
A 분명 보람된 일이며, 육체를 가혹하게 사용하는 일이 아니기에 편하다?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수명에 큰 지장이 없을 테지만 요즘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 사고들은 그건 나만 그렇다는 것이지 내 동료들의 수명은... 육체는... 마음은... 갈가리 찢기기도 한다... 처참하게... 음... 나 역시... 눈과 맘을 그만 혹사시켜야 한다는 기점을 내년으로 잡아 놓고 그리 많지 않지만 그래도 붙잡고 있는 이런저런 일들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그 순간이 된 듯하다.
이러다가 책 다 베낄 듯하다. 겨우 33페이지인데...
Q 삶을 연장해 줄 습관이 있는가?
A 좋은 코치님을 만나 화 목 15분 정도 헐떡거릴 정도로 뛰는 것 외에는.... 책에서 말해주는 스트레칭, 균형 있는 식단?... 생각, 말, 음식, 가장 먼저 많이 하는 행동과 만나는 사람까지... 난 이제 좋은 루틴을 늘려가야 할 때
Q 당신의 삶은 누구를 닮았는가?
A 요즘 아이들 면접을 봐주면서 롤모델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다. 내게 묻자. 누구를 닮고 싶나? 그런데 누구를 닮아가는 중인가?
Q 당신이 오래 살면 지구에 도움이 될까?
A 윽, 이런 질문은....
Q 어떤 노인이 되고 싶은가?
A 노인은 대부분 두 부류가 나뉜다고 적혀있다. 까다롭거나 평화롭거나... 난 사실 좀 까다로울 듯하다. 어느 해부터 화가 많다. 어제도 화를 많이 냈다. 겉으로는 물론 속으로는 엄청.... 붉은 해 질 녘 노을을 잘 보려고 운전석 창문을 열고 난 뒤 지겹게 들이닥치는 가축 분뇨 냄새도 내 화를 거든다. 아이코 시골 고향 냄새!! 하고 웃어넘길 만도 한데...
Q 지혜로운 노인은 어떤 모습일까?
A 은퇴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선배교사는 하루종일 말이 별로 없다.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을 진짜 실천 중이신가? 그것만으로 지혜롭다고 해야 하며 그 모습을 난 닮아가야 하나? 싶다. 근데 슬프네..."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라는 말의 주인공인 노인이 내가 될 수 있을까? 가판대 앞에 놓인 안 팔리는 중고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도 담지 못한 삶이란 자책을 해본다.
Q 당신이 마지막까지 붙잡고 싶은 감각은?
A 처음 알았다. 청각이 무너지고 후각이 쇠퇴되고 시각은 60대가 되면 20대의 1/3 수준 밖에 빛을 망막에 도달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버지는 그래서 밤운전이 쉽지 않다고 말씀하시는구나... 손끝 촉감 민감도 역시... 손끝... 마지막까지? 손끝...이라고 적어두고 싶네...
Q 신체 독립성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A 양말 혼자 못 신는.... 사람의 이야기가... 곧... 내 이야기구나...
Q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vs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A 매일매일을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기도 힘들겠지만....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도 내 스타일은 아닌 듯... 근데 어떻게 사는 것이 이 둘로 정의 내릴 수 있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계속 이렇게 답변을 남기는 것으로 서평을 남길 수는 없을 듯하다.
물론 읽는 내내 난 이렇게 내 답변을 생각하며 읽게 되지만...
사랑하는 사람보다 먼저 떠나기 vs 나중에 떠나기, 투병 생활 중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피하고 싶은 죽음은? 불편한 육체로 살아갈 자신이 있는가? 무덤 속에서도 함께하고 싶은 물건은 무엇인가? 당신의 묘비에 어떤 말을 새기고 싶은가? 당신은 어느 계절에 떠나고 싶은가? 1년 후 당신의 빈자리는 어떤 모습일까? 당신의 장례식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무엇인가? 죽는다는 사실은 누구에게 가장 먼저 알릴 것인가? 죽음과 사투를 벌일 때 힘이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그냥 책장을 넘길 수 없는 질문들은 계속된다.
중간중간 늘 기억해내고 싶은 문장들도 소개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못난 인생을 두려워하라.
잘 보낸 하루가 편안한 잠을 주듯이 잘 쓰인 인생은 평안한 죽음을 준다.
듣고 생각하고 명상하고 질문할 수 있을 때 준비하지 않는다면 생의 마지막 날 남는 것은 후회뿐일 것이다.
마무리는?
Q 당신이 생을 지속해 나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나 아닌 가족에서 답을 찾으려는가?... 그래서 잠시 답변을 멈춘다... 답변엔 시간이 필요하네...
그리고 책 속 마지막 문장
배가 항구에 정박 중일 때는 아무런 위험이 없다. 하지만 배는 그러자고 있는 것이 아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