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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세계 -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이소임 지음 / 시공사 / 2024년 1월
평점 :
질문하는 세계
책을 처음 보고는 "뭐야 책이 왜 이리 예쁜 거야?"라는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하드케이스, 적당한 그립감이 생기는 하드케이스가 주는 싫지 않은 딱딱하고 견고한 느낌... 물음표 같이 생긴 별자리 그림과 굴뚝 맞나? 거기에 앉아 눈동자가 별자리를 향하고 있는 단발 소녀의 캐릭터... 제목 글씨도 부제도... 적당한 크기와 굵기... 는 손에 전해지는 느낌과는 또 달리 부드러운 그림과 글씨체...
주황색 책갈피 역할을 해주는 끈이 빼꼼 아래로 나와있고...
헉 뒤에 그림엔 예쁜 소녀는 어디 가고 개구리 한 마리가... 아하!! 굴뚝이 아니라 우물이구나. ^^;;
바로 전 앞 발을 들고 있는 말을 그렸더니 녀석들이 캥거루냐고 물어봐서 막 혼냈는데... 나도 작가님한테 혼나겠다. ^^;;
책을 처음 본 인상만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적었으니 책 속 내용은?
하나의 화두에 짧게는 서너 페이지 길게는 서너 장으로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
금방 든 생각도 있고...
오래 묵힌 생각도 있는 것 같았다.
금방 스며든 생각을 펼쳐낸 글을 읽었을 때는 오호 이런 생각이 어찌 드는 걸까? 싶다.
이미 시간에 따라 정해진 것들을 해내기에도(뭐 예를 들면 월요일 2교시 10시에는 5반 교실을 가야 한다.) 벅차고... 그 사이사이는 이미 정해진 일들을 하기 위한 준비와 생각지 않았던 일을 처리해 내느라... 부족한 머리와 몸이 바쁘다. 그런데 잠시 머무르는 것보다 짧은 찰나에... 그 순간에... 그 현상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샤라락 펼쳐내는 그 능력 자체가 부럽다.
오래 묵힌 생각도 그렇다.
한 가지 화두에 대해 그렇게 오래 붙잡고 있어도 아예 모르는 문제를 쳐다보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난 묵히고 묵혀 깊은 장맛이 우러나는 그런 사고와 사유의 깊이가 없는 사람인 건가...
지금의 의료 분쟁에 대해 끊임없이 내 의견을 묻는 동네 의사 형님의 질문에도... 감히 내 생각이란 걸 펼쳐 만족스러울 만한 답변을 드린 적이 없는데... 작가님은 일상에서 반복되거나 각인할 만한 일에 깊은 사유의 흔적을 남겼다.
물론 그런 글 뒤에는 늘 작은 자책으로 겸손을 표현한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글들이 서너 장 간격으로 계속되면서 깊은 장맛 같은 사유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음미하듯... 호흡이 천천히 이뤄지기도 하고 오호 이런 거였나? 싶은 부분에서는 새로운 보물을 캔 듯 웃음이 나온다.
전자의 사례로 하나 적어보자면.... 신분제는 정치적으로 옳지 않지만 신분제와 군주제의 맥락을 이해해야 세종대왕의 위대함을 이해할 수 있다.
후자의 사례로 하나 적어보자면.... 1000일 야화가 아니라 1001일 야화라고? 천일야화가? 우와...
적어도 내게는 이런 음미와 놀람이 계속 일어났던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쇼펜하우어의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38가지 요령도 어이없이 재밌다.
자신은 엄청 자유롭고 싶어 하면서 타인의 삶에 대해 이러쿵 저러 답을 내리는 논쟁을 재밌어하고 흥분한다.
미노스와 미노타우르 이야기가 그래서 흥미롭다.
프로크루스테스 이야기는 잊고 있던 정보와 더불어 아하... 그렇구나. 따른 악당보다 작가님이 프로크루스테스를 무서워하는 이유가 이렇구나. 하고 놀란다.
그냥 재미로 듣던 침대에 맞춰 신체의 일부를 자르는 그 악당에 대해 그런 사유를 할 수 있구나. 그를 죽인 건 테세우스가 아닌 자신의 의견에 살해당한 것이며 정작 그 자신이 자신의 의견과 달랐기 때문이라는 해석은 캬~
우리는 왜 외로울까? 외로움은 무리에서 떨어진 개인을 다시 무리로 떠미는 감정이다. 외로움 덕에 우리는 타인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어떤 외로움은 오히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게 한다. 무리 속에 있으면 이질적인 자신을 절감하고 더욱 외롭다. 그래서 차라리 고독을 선택한다.
아... 이런 내용은 진지하게 만든다.
그런데...
기원전 1700년 수메르에서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비난을 돌판에 새겼다. 는 이야기엔 또 웃는다.
정보와 지식... 그리고 지혜로 웃고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읽으면서 호흡의 속도를 달리 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글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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