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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 난다 / 2022년 10월
평점 :
"난 모릅니다."
"나도 모른다고요..."
인생이 무엇이냐고? 사랑이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이에 머뭇거리지 않고 위와 같이 말해도 덜 불편할 듯하다.
저 답들이 회피와 도망뿐만은 아닌 것 같다.
체호프는 수수께끼로 시작할 뿐만 아니라 수수께끼로 끝낸다고. 인생의 질문들 앞에서 '난 모른다'라고 중얼거릴 따름이라고...
그래서 인생은 이해할 수 없어서 불쌍한 것이라고... 풀 수 없는데 그렇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계속 푸어야 하니까~ 더 불쌍한 것이라고...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잘 모르면서 불쌍할 수도 있는 인생에 대한 시와 시에 대한 이야기로...
첫 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나에게 말했다/"당신이 필요해요"/그래서/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알고 있었고 익숙한 글이다. 처음부터 못 풀어내거나 첫 관문부터 통과를 못하는 시험이나 게임 같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편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간다.
상호의존적인 약점이 있을 때 사랑이 성립된다. 상대를 사랑하는 사람과 상대가 필요한 사람은 대등하게 약하지 않다. 아버지가 사랑하는 아들, 아버지가 필요한 아들의 사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조(操) 한자 풀이도 인상 깊고 오래오래 기억해내고 싶다. 손으로 새를 쥐는 마음이라... 너를 위한 나의 조심인 것이다. 노심초사하면서 말이다. 슬퍼지는 지점이 있다. 조심하지 못한 기억으로...
'공무도하가'에서는 나는 백수광부다. 나는 그의 아내다. 나는 곽리자고 다. 나는 여옥이다. 나는 인생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목격하고 그 인생에 공감한 부부까지 4명의 주인공이라니... 늘 2명의 슬픔이라 생각했거늘...
'욥기'에서는 신의 발명이란 문장이 마음을 때린다. 신을 발명한 사람은 무신론자에서 신을 받아들이면서 패배자가 될 수 있지만, 먼저 인간이 인간을 구원할 생각이 있었다는 점에서 패배자라고 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살아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라는 멋진 문장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가을이 가면 만물이 헐벗는 겨울이 오듯이, 해가 지면 죽음 같은 밤이 황혼을 삼키듯이, 불탄 자리에 하얀 재가 남듯이,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늙는다는 것. 이 점에 유의하면 당신의 사랑은 더 강해져서 그대가 머지않아 잃을 수밖에 없는 그것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는 것... 이런 문장을 통해 저무는 해와 하얀 잿더미들을 보게 될 날이 그리 천천히 오지는 않을 것임을 알아차리는 시인도, 고집이 세고 기억력이 나빠 이를 진부한 메시지라고 여기는 청년도 모두 내 안에 있다.라는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도 된다.
'절제하는' 사랑의 역설적 깊이, '절제'란 사랑이 탕진되지 않도록 가장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는 기술이란 문장... 은... 속이 상한다. 그 거리를 누가 가르쳐준단 말인가? 누가 가르쳐준다고 그것이 답이란 말인가? 맨 처음 쓴 글처럼 모른다. 살짝 작가와 설전이라도 벌일 듯 다른 생각을 갖고 읽게 되기도 한다. 천사가 껴안으면 바스러질 뿐인 우리 불완전한 인간들은 살며시 어루만지는 법을 배워야 하고 사랑의 관계 속에서 인간이 누구도 상대방에게 신이 될 수 없으며 그저 신의 빈자리가 될 수 있을 뿐이라는 마무리 말에는 바로 귀가 얇아 고개를 또 끄덕인다. 그런 것이구나.
사랑은 동정인가? 아닌가? 의 두 학자 논쟁 소개도 좋다.
쇼팬하우어는 모든 참되고 순수한 사랑(우리가 서로 근원적으로 닮았음을 발견한..)은 연민이다.라고 했고, 몰가치적이고 반작용적인 동정과 사랑은 다르다. 사랑 속에 동정이 포함될 수는 있어도 동정이 사랑으로 도약할 수는 없다고...
무신론자는 신이 없다는 증거를 쥐고 기뻐하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 없기에 오히려 그 대신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위한 사랑을 발명해 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란 멋진 정의로...
착한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사막을 가로지르는 백 마일의 길을/무릎으로 기어가며 참회할 필요도 없어요./그저 당신 몸의 부드러운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계속 사랑하게 두어요._기러기_메리올리버
김시습_나는 누구인가_
네가 죽어 버려질 곳은 저 개굴창이리라...
평생을 두고 지켜야 할 약속이 있었으니 그의 생은 내내 고달팠겠으나 단 한순간도 무의미하지는 않았으리라.
장례식 블루스_오든
별들은 이제 필요 없다. 모두 다 꺼버려라
달을 싸버리고 해를 철거해라
바다를 쏟아버리고 숲을 쓸어버려라
이제는 그 무엇도 아무 소용이 없으리니...
방패 때문에_아르킬로코스
'유사시에' 돈도 힘도 없는 이들의 사랑이 돈 많고 힘 있는 이들의 사랑을 지키는 희생물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 '평상시에' 누군가의 사랑이 다른 누군가의 사랑보다 덜 고귀한 것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다._윤동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마라_봄밤_김수영
작은 큐브로 만든 집, 업, 시계추_한번 봐야 할 단편 애니메이션
사랑이란 상대의 존재가 당신 자신을 사랑하게 해주는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 자꾸만 나를 혐오하게 만드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면서 이 세계와 맞서고 있다.
세월은 내게 뭉텅뭉텅 똥이나 던져주면서 똥 아니 먹고살라면서... 미망 혹은 비망_최승자
나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사랑하게 될 것이고 그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데 성공한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타자를 미워할 것이고, 그 타자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나를 또한 사랑할 수 없게 된다.
시도
시에 대한 글도
인생에 대한 성찰도...
닮고 싶어지는 마음으로 이리도 많이 베끼고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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