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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마시는 밤, ‘다음에 또 만나요‘를 하필 만나 읽는다. ‘아무리 만날 수 없어도/ 이번이 마지막이라 하더라도/ 다음에 또 만나요/ (...)/ 굳이 용서를 위한 기도는 하지 말고/ 막걸리나 한잔해요‘. 어떤 시집들은 읽기도 전에 욱씬욱씬해 몇 번을 펼쳤다 닫았다가. 그만큼 세월의 파동처럼 스며든 시간의 기억(記憶)으로 다가온다. 등단 50주년을 지나 열다섯번째 펴내는 시집 속에는, 인생의 아이러니. 역설의 구도. 단단한 성찰에서 ‘화엄(華嚴)의 꽃‘까지 이르른다. 덕분에 분주한 세간에서, 고요히 내리는 눈(雪)같은 침묵의 기도와 안도를 만났던 詩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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