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귀한 소리를 왜 없애려는지 모르겠다. 이 집의 가족들이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내리며 30년에 걸쳐 만들어 낸 소린데 말야. 곽재구라는 시인은 [계단]이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지. ... 밟으면 삐걱이는 나무 울음소리가 듣기 좋았습니다... . 그 계단은 오래된 이층집 계단이 아니라 작은 오막살이집까지 이르는 숲길의 나무 계단이었지만."  (P.252)

 

                        -박선희 장편소설,<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

 

 

 

  나의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은 어느 시간에 머물러 있을까.

  내 인생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던 그 때의 나의 집은.

  그리고 또 다시,

  시간 속에 잠겨 내 이야기가 매일 소리없이 스며들고 있는 나의 집.

 

 

 

 마술은 기다림이다. 조심스런 기대와 달콤한 약속 같은 꿈, 간절한 바람이 만들어 내는 순전한 믿음이다....진정한 마술은 기적을 기다리는 바로 그 시간이 아닐까, 마음이 구름처럼 부풀어 오르는 그 시간... 마술에 걸리면 행복해진다. 마술은 즐거운 쇼다. (P.262~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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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 피는 해우소

 

 

 

 

 

              나에게도 집이란 것이 있다면

              미황사 감로다실 옆의 단풍나무를 지나

              그 아래 감나무를 지나

              김장독 묻어둔 텃밭가를 돌아

              무명저고리에 행주치마 같은

              두 칸짜리 해우소

              꼭 고만한 집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방에도 창문이 있다면

              세상을 두 발로 버티듯 버티고 앉아

              그리울 것도 슬플 것도 없는 얼굴로

              버티고 앉아

              저 알 수 없는 바닥의 깊이를 헤아려보기도 하면서

              똥 누는 일, 그 삶의 즐거운 안간힘 다음에

              바라보는 해우소 나무쪽창 같은 

              꼭 고만한 나무쪽창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마당에 나무가 있다면

              미황사 감로다실 옆의 단풍나무를 지나 

              그 아래 감나무를 지나 나지막한 세계를 내려서듯

              김장독 묻어둔 텃밭가를 지나 두 칸짜리 해우소

              세상을 두 발로 버티듯 버티고 앉아

              슬픔도 기쁨도 다만

              두 발로 지그시 누르고 버티고 앉아

              똥 누는 일 그 안간힘 뒤에 바라보는 쪽창 너머

              환하게 안겨오는 애기동백꽃,

              꼭 고만한 나무 한 그루였으면 좋겠다

 

 

              삶의 안간힘 끝에 문득 찾아오는

              환하고 쓸쓸한 꽃바구니 같은

 

 

 

 

                                - 김태정 시집,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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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한 번쯤


          하루 한 번쯤
          처음 영화관에 가본 것처럼 어두워져라.
          곯아버린 연필심처럼 하루 한 번쯤 가벼워라.
          하루 한 번쯤, 보냈다는데 오지 않은
          그 사람의 편지처럼 울어라.
          다시 태어난다 해도 당신밖에는
          없을 것처럼 좋아해라.


          - 이병률의《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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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정용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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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거나 보여지지 않는 것들의, 얇은 막마저 찢어져 나가는 `가나는 노래다`. 삶의 찰나에 어찌할 바를 몰랐을 때,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이다. `떠떠떠, 떠`는 마치 석류의 붉은 속 같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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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의 모닥불 




      도서관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내게 여전히 특별한 장소로 남아 있다. 
      그곳에 가면 늘 나를 위한 모닥불을 찾아낼 수 있다.
      어떤 때는 그것이 아담하고 친밀한 모닥불이고,
      어떤 때는 하늘을 찌를 듯이 거대하게 넘실대는
      화톳불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모닥불 앞에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왔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잡문집》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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