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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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지구의 가장 먼 곳인 남극 세종 기지에서의 한 달간의 체류기를 통해, 極地가 주는 가장 ‘투명한 마음‘을 함께 나눠 받을 수 있었던 冊. 젠투 펭귄과 턱끈 펭귄들과의 에피소드도 애틋했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가장 순수한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는 연구자들과의 ‘지의류‘같던 時間들도 각별했다. 작가님의 위버반도를 배경지를 한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우리는 극지를 연구하고 있다./ 휴머니티를 위해, 미래를 위해.‘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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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한 법의학자가 수천의 인생을 마주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이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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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詩人의 詩 ‘낙타‘의 삶처럼, 경쟁과 관심의 중심에서 벗어나 욕심낼 것 하나 없이 길 떠나는 나그네의 마지막을 함께해 주는 법의학자님의 글이 따뜻하게 심금을 울리며 큰 의미를 안겨주는 冊. ˝안심하세요. 저는 사실 그대로 말하는 사람입니다.˝(89쪽). 특히, 세월호의 가장 깨끗했던 299구의 시신들에 대한 단상과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그저 엄청난 슬픔과 파괴 속에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가장 먼저 본 우리 모두가 그 아이들을 안아주었으면 좋겠다.‘는 구절이 인상 깊다. ‘죽은 이들을 위한 법의학‘에서 더 나아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법의학‘으로의 임상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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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미친 김 군
김동성 지음 / 보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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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이 만발한 표지의 양장본 겉장을 넘기면 사철 제본으로 너무나 깨끗하고 정갈한, 조선 후기 규장각 서리이자 화가였던 김덕형 그의 冊 <백화보>의 서문을 썼던 박제가가 그를 칭송하며 부르던 ‘김 군‘의 전 생애에 걸친 꽃사랑 이야기가 ‘꽃에 미친 김 군‘이란 제목 아래 아름답게 펼쳐진다. ‘자연을 스승 삼고 꽃을 벗 삼으니 꽃에 관해서는 그를 넘을 자가 없을 만큼 그 세계가 넓고도 깊다.‘ 이래저래 시끄럽고 부자연스러운 세상에서, 잠시 귀와 눈을 닫고, 설날 연휴의 시작을 이 아름다운 冊과 어젯밤 도착해 開花하기 시작한 쉐라 백합의 향기와 맑은 술로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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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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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에서 연이은, 네 차례의 방화와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왕의 흰매가 된 설자은이 집사부 대사가 되어 그 불꽃들의 뒤를 쫓아 사건 해결을 하며, 백성을 죽이고 금성을 불태우고 국고를 도둑질한 자들의 목숨을 거두고 아꼈던 내 편도 베게 되며 공公의 영역에 들어선다. 정중동(靜中動)의 나직하고 묵직한 울림을 주는 2권. ˝결속을 위해 나눠 갖기 적합했을 터이다. 적은 죽여서 입막음하고, 같은 편은 재물을 나눠 입막음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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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퍼





흰 국화 한 송이 들고

사진 속 너를 본다

너와 나의

거리距離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곳으로 가는 동안만이

우리들의 길 또는 생애다



정해진 길 없는 길

건너고 건너도

결코 다가설 수 없는 사랑도

전쟁과 장사일 뿐*

원래 없는 것이니 모래 더미의 싸움일 뿐



안녕 

부디 잘가요



가장 흔한 말이

왜 가장 슬픈 말인지

흰 국화 한 송이 들고

사진 앞에

고개를 숙이는 이 자리



*크리스티앙 보뱅. [지극히 낮으신](1984BOOKS,2023)   (P.16)






무화과 먹는 밤




비밀 연애가 이렇게 생겼을까

무화과!

애벌레처럼 부드럽고 깊은 속살



절망 기쁨 달콤한 죄

소곤소곤 씹히는

겉은 얇지만 속삭임 같은

알알이 박혀있는

정신병동회복실 창가에 놓인 과일



너 없으면 죽을 것 같은

은밀한 동굴

과일 속에 핀

농밀한 문장

쉽게 헤어날 수 없는

그 끝은 몰라도 돼

둘만 아는 보라빛

무화과를 먹는 밤     


(P.36)




홍수 속에 마실 물이 없어요




홍수 속에 마실 물이 없어요

하수구에서 올라온 흙탕물을 밟고

우산도 없이 서 있는사람들을 보세요

물 좀 주세요

감정의 부유물이 많이 섞인 소다수 말고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고 싶어요



홍수 속에 시집 서점으로 들어가요

대형마트에 시를 납품한 후

기득상권 속에 겨우 끼어든 시인의 얼굴들이

키를 맞대고 서 있어요

동네 장마당에서도 좀 팔려야 한다며

위로와 교훈으로 내숭 떠는 시집도 있네요

장사꾼의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후

겁장이 시인들이 언어를 물총처럼 쏘네요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니며

어떤 것은 과장된 가치와 역할을 말하고

어떤 것은 난장에 나온 민예품처럼 낡아

"이거 무슨 물건이죠?"

"그걸 모르시다니... 꼰대?"

"아니 네가 꼰대?"

블랙리스트보다 블랙홀이 더 두려워요



날카로운 칼로 시를 파내시나요

시는 충동이자 충돌

사람이 사랑이 완벽할 수 없듯이

이슬보다 땀이 더 뜨거우면 안 돼요

백지가 더 빛나요

사랑시집은 퇴폐와 멸망이 담긴 상처 박물관

자 쏠테면 쏴라! 홀딱 벗고 기어가는 별

홍수 속에 마실 물이 없어요

제발 마실 물 좀 주세요      (P.44)





산티아고 순례길*




나를 만날 수 있는 것은


나뿐인가


하늘 아래 가득한 질문 하나




*스페인 갈라시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학 '말하는 돌의 정원'에 있는 한국어 석비.

2023년 3월 17일에 조성되었다.   (P.71)







시인의 말



끝내 저항하고 질문하는

찌그러진 존재로서의 시인의 젊음을

나는 사랑한다.

잘 익은 고통, 잘 익은 사랑과 상처보다

가시 돋친 야수의 격렬하고 쓰디쓴 호흡을

나는 사랑한다.

사람에게서 나오지만 자연의 비명 소리

이것이 시일까.

흐르는 물을 손으로 움켜쥘 수 없듯이

처음이 곧 마지막인

생명은 뜨거움과 아픔만이 증거이다.

나는 나에게 말한다.

됐어!



그 끝은 몰라도 돼.



2025년 새바람 속에서

문정희






1947년생 시인, 문정희 시인의 뜨거운 시집을 읽으며 벅차고 기쁜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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