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당신도 알 것이다
춤은 어디에서 오는가
몸 안에서 오는가 밖에서 오는가
대자연의 수많은 생명들이 내 안에 들어와
몸을 이루며 영혼의 빛나는 줄기들을 키우듯이
춤은 그렇게 온다
저 우주 자연으로부터
찰나의 불화살이 꽂히듯, 적시며 스며들고
다가와 온몸을 뒤흔드는 것이네
손을 들어 가리키면 꽃이 피어나고
눈을 내리 굽어보면 슬픔과 기쁨과
사랑으로 젖어가는 춤
내 안에, 내 밖에
파릇파릇 다가오며 반짝이고 있어요
새벽 강의 푸른 별빛 기억하고 있나요
내밀어봐요 소중하고 싱싱하잖아요
손잡아봐요
당신의 눈빛 속에 출렁이고 있어요
손짓하고 있어요 (P.82 )
쳇 베이커를 듣는 밤 문을 두드렸던 베짱이
문풍지 빠빠라빰 붕붕 옹알거린다
쳇 베이커를 듣고 있는데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울고 있는가
밤이 깊었는데 문을 열다 우러른 하늘
별밭에 누가 돌을 던지나
자꾸 별똥별이 떨어졌는데
아침 방문을 여니 문밖에 쓰러져 누운 베짱이 한 마리
미안하다 듣지 못했다
용서해라 추웠다 살피기 싫었다
밤새 한여름을 노래하던 세기의 음악가가 생애를 마쳤다
삶의 현장에서 내몰린 얼마나 많은 사람들
이 밤 노숙으로 뒤척이고 있을까
쳇 베이커 누구의 방문을 두드리다 세상을 뛰어내렸는가
베짱이의 죽음 앞에 쳇 베이커를 올린다
마이 퍼니 발렌타인을 듣는다 (P.55 )
-박남준 詩集, ,<중독자>-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
내 한 시절 뜨겁고 뜨거웠으니
청춘의 송곳니는 어두운 지붕의
언저리에 얹혀 있다, 창을 통해 보면
비가 오려는가, 전깃줄이 흔들리고
남은 생의 전언이 더 빨리 수신된다
책상은 빈 맥주 깡통을 닮아서
오늘 저녁의 일기는 어두워
넘어질 확률 50%, 쥐 떼만 쿵쾅거리는
책장을 열면 거기 생의 답이 있다고
뾰족한 연필심 끝에서 강을 건널 수 있다고 새벽은
거듭 말하지만, 송곳니처럼 뾰족한 생의 연필심은
뭉툭해지고, 부러지고, 드러눕고
이 어지러운 방에서 연필을 깎고 또 깎았으니
수북하게 쌓인 목질은 나의 허구, 나의 신파
그러나
그 누구도 내 생을 열지 않으니 ( P.42 )
-박헌호 詩集, <내 가방 속 동물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