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슬픔을 팔아서

 

 

 

                 이 슬픔을 팔아서

                 조그만 꽃밭 하나 살까.

                 이 슬픔을 팔면

                 작은 꽃밭 하날 살 수 있을까.

 

                 이 슬픔 대신에

                 꽃밭이나 하나 갖게 되면

                 키 작은 채송화는 가장자리에

                 그 뒤쪽엔 해맑은 수국을 심어야지.

 

                 샛노랗고 하얀 채송화

                 파아랗고 자주빛 도는 수국,

                 그 꽃들은 마음이 아파서

                 바람소리 어느 먼 하늘을 닮았지.

 

                 나는 이 슬픔을 팔아서 꽃밭 하날 살거야.

                 저 혼자 꽃밭이나 바라보면서

                 가만히 노래하고 살거야.

 

 

 

                                                -李庭雨 詩選集, <이 슬픔을 팔아서>-

 

 

 

 

 

    시인이자 카톨릭 사제인 이정우 신부님의 詩 '이 슬픔을 팔아서'를 다시 읽어 본다.

    아까 아침에 함께살기님의 서재에서 대구 대륙서점 글을 읽다가, 올려주신 사진들속

    책방의 책꾸러미들 속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고 반가웠다.

  ' 이 슬픔을 팔아서'는 시인께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슬픔을 자식의 애달픈 마음으로 쓰신

    詩라 그때 전해 들었다. 그리고 이 詩를 가사로 '사랑의 이삭줍기'가 부른 '이 슬픔을 팔아서'도

    잔잔하고 참 좋다.. 1998년 어느 날, 산에 오르면서도 부르고..또 내 생일날인가 수화기 너머로

    좋은 사람이 이 노래를 불러줘서 가만히 들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그 무렵 시인의 <앉은뱅이꽃의 노래>나 <흰 치자꽃을 머리에 꽂고>도 즐겁게 읽었다. 

    그리고 이 詩集들은 다 수녀님들께 선물을 하고, 몇년 전부터 다시 구하고자 하니

    이미 다 절판이라 더욱 애틋했다. 작년에 알라딘에 있길래 주문을 했는데..며칠 지난 후, 이

    책을 구할 수 없으니 자동으로 주문취소가 되었다는 문자만 떨러덩...그럼 왜 주문신청은

    받았나 화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좀 안타까웠던 일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특별한 추억이나 기쁨으로 읽었거나 지녔던 책들을 어찌어찌한 사연으로 보내고

    난 후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또 그 책들이 왈칵 생각나고 필요해지는 일들이 종종 있곤

    한데...그때는 이미 구하기가 어려워 안타깝고 아쉬움만 가득한데, 오늘 대륙서점의 책들을

    보니 왠지 괜히... 잃었던 친구를 다시 만난 듯한 반가움에 정말 좋았다.

    헌책방,은 그런 곳이로구나. 오래된 나무들로 된 책들을 갑자기 선물로 와락 만나는 곳.

    나뿐만 아니라 누군가도 그 책을 기쁘게 읽고 또 다시 그 책들을 마음밥으로 내 놓은 곳.

    이제 나도 이곳에 있는 헌책방들을 고운 벗과 함께 설레는 나들이를 해야겠다.

    그리고 나의 책들도 그런 마음으로 함께 헌책방에 내 놓으면서 말이다.

    어느덧 비가 내리고 날이 흐려진 토요일.. 저녁이 다가온다.

    다시금 '이 슬픔을 팔아서'를 읽으며, 저녁밥을 정성껏 지어야겠다. 좋은 저녁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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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20 19:5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아마 그 시집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 않으랴 싶어요.

대구 대륙서점을 언제 다시 찾아가서
그 책들 만날 수 있기를 빌어야겠어요 @.@

appletreeje 2013-07-20 21:05   좋아요 0 | URL
정말 함께살기님 덕분에 오늘
'이 슬픔을 팔아서'를 보게 되어 너무나 기뻤습니다~.

저도 대구 대륙서점, 불현듯 찾아갈 듯 싶습니다..^^

2013-07-21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21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