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박목월
부엉이가 안경가게를 찾아왔습니다.
-아저씨, 낮에도 보이는 안경 하나 맞춰주세요.
부수수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글쎄, 그런 안경이 있을지 모른다.
어디, 이걸 한번 써봐.
안경집 아저씨가 새카만 선글라스를 부엉이에게 주었습니다.
-어라, 참 잘보이네요. 아저씨 고마워요.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부엉이는 뒷짐을 진 채 배를 쑥 내밀며
어슬렁어슬렁 돌아갔습니다.
-함민복, <절하고 싶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