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구정이라도 시댁이 같은 동네에 사시고, 명절 당일에 아침식사를 함께 한 후 다함께 성당에 가서 합동차례미사를 드린 후 돌아와 재미있게 놀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 온다.
오늘 식구들이 전(煎)이 먹고 싶다고 해서 저녁에 전으로 유명하다는 수유시장에 가서 전을 사오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다 어느 사람을 만났다. 내리려 교통카드를 대는데 어떤 사람이 툭 쳐서 보니 아주 신심이 돈독한 분이 너무나 웃긴다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아는 체를 했다. 나도 환승을 하기 위해 같이 내렸는데, 그 분이 "어디 가세요?" 나는 아퍼서 병원에 가는데" 하시길래 순간, "안 아퍼 보이시는데요?" 했더니 "다행이네요. 아픈 티 나는 거 싫은데. 근데 이 저녁에 어디 가세요?" 또 물었다. 왠지 전 사러 간다는 말이 부끄러워 "예~심심해서 어디 좀 가요" 했더니 그 분이 진지하고 심각하게 말씀하셨다. "기도하세요.!"
버스를 다시 타고 생각하니, 왠지 내가 바보같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가끔, 그처럼 자신의 삶이나 생각에 단호한 사람들을 만나면 난 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한 듯 하다. 너무나 무엇인가에 확신을 가지고 매사를 단호하게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뭔가 야코가 죽는 듯하다. 별로 잘 사는 것 같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잘못 살지도 않았는데.
이궁, 결론은 어떤 '단호함' 앞에서 내가 내세울 '단호함'이 희박함을 애석해하는 중이다.
이것은 신앙심이 강한 그 분 같은, '종교'에 한 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