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으로, 어제 저녁 들어오는 길에 사온 롯데마트의 의정부부대찌개를 끓이고 역시 30% 할인을 한 메추리알장조림과 친구에게 얻어 온 아직 숨이 죽지 않은 김장김치의 짭조름함과 서해안 김으로 간단히 더운 밥을 해먹고 뭔가 허전해 치즈가 알알이 박힌 원통모양의 식빵을 뜯어서 뜨거운 커피와 먹으며 도서관에서 빌려 온 최갑수의 포토에세이,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을 막간을 이용해 읽는다. 부담 없는 시간에 헐렁한 실내복처럼 편안하게, 가끔은 이런 대책 없는 시간이 좋다.
젖은 양말이 마르는 사이, 맥주 한 병을 시켜 마시고, 바흐의
김빠진 맥주를 마저 비우고 집으로 간다.
잠시 산보 나왔다고 생각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다.
죄를 솎아내고 나면 우리에겐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바흐는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장엄하게 슬펐던 거야. (p. 41)
이미 늙어버린 얼굴로 찬란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간단 말이냐. (p.43)
짧은 휴식의 시간이 끝났다.
오늘도 마감을 앞두고 해야만 할 일들이 많구나.
토요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