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으로, 어제 저녁 들어오는 길에 사온 롯데마트의 의정부부대찌개를 끓이고 역시 30% 할인을 한 메추리알장조림과 친구에게 얻어 온 아직 숨이 죽지 않은 김장김치의 짭조름함과 서해안 김으로 간단히 더운 밥을 해먹고 뭔가 허전해 치즈가 알알이 박힌 원통모양의 식빵을 뜯어서 뜨거운 커피와 먹으며 도서관에서 빌려 온 최갑수의 포토에세이,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을 막간을 이용해 읽는다. 부담 없는 시간에 헐렁한 실내복처럼 편안하게, 가끔은 이런 대책 없는 시간이 좋다.

 

 

  젖은 양말이 마르는 사이, 맥주 한 병을 시켜 마시고, 바흐의

 

  김빠진 맥주를 마저 비우고 집으로 간다.

  잠시 산보 나왔다고 생각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다.

  죄를 솎아내고 나면 우리에겐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바흐는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장엄하게 슬펐던 거야. (p. 41)

 

  이미 늙어버린 얼굴로 찬란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간단 말이냐. (p.43)

 

 

 짧은 휴식의 시간이 끝났다.

 오늘도 마감을 앞두고 해야만 할 일들이 많구나.

 토요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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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2-01 13:32   좋아요 0 | URL
님, 인용하신 문구 중 한 문장이 콕 들어오네요.
죄를 솎아내고나면 우리에겐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마감이라니 해야할 바쁜 일이 있나 봐요. 행복한 주말 보내며 마무리 잘 하시길요.^^
오늘이 12월의 첫날이라 왠지 느낌이 달라요.^^

appletreeje 2012-12-02 23:23   좋아요 0 | URL
또 주말밤이 저물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이셨겠지요?~~
프레이야님의 응원 덕분에 마무리 잘 했답니다. 감사드려요~~
향기로운 밤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