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나를 가두었던 것들을 저 안쪽에 두고
내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겠다 지금도 먼 데서 오는 바람에 내 몸은 뒤집히고, 밤은 무섭고, 달빛은 面刀처럼 나를 긁는다
나는 안다 나를 여기로 이끈 생각은 먼 곳을 보게 하고 어떤 생각은 몸을 굳게 하거나 뒷걸음질치게 한다
아, 겹겹의 내 흔적을 깔고 떨고 있는 여기까지는 수없이 왔었다
/ 조은 詩集, <따뜻한 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