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빈寂貧

 

 

        보름달 아래 한 아이가 삶은 콩을 팔고 있다

        호수에 비친 달빛이 파랗다

        나뭇잎 접시에 담은 삶은 콩은 3루피

        얼굴 까만 사람들이 삶은 콩을 먹는 모습을

        보름달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새끼 염소가 젖을 빠는 소리가 보리수 나무 잎사귀를 흔든다

        난 언제 당신에게 3루피 밥 한 끼 지어 줄 수 있을까

        2루피 누룽지 한번 만들어 줄 수 있을까

        1루피 시 한 편 써서 읽어 줄 수 있을까

        나뭇잎 접시 위의 삶은 콩이 반짝 빛난다

        하늘의 누군가 3루피를 들고 내려왔기 때문이다

 

 

                                           /'호롱불 빛 속의 삶은 콩 한 접시', 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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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0-31 21:59   좋아요 0 | URL
아... 너무 좋습니다!!
이런 시가 있군요. 곽재구!
담아가요, 님.^^

appletreeje 2012-10-31 22:52   좋아요 0 | URL
앗~~프레이야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아까 <위로의 음식>을 읽다가 저도 이 시가 참 좋아서 올렸습니다.
왠지 이 가을에 마음에 와 닿는 듯 합니다. 적빈寂貧.
평화로운 밤 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