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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영성
돈 베이커 지음, 박소정 옮김 / 모시는사람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아파트는 오늘날 대표적 주거 형태지만 고립과 단절의 상징이기도 하다. 대부분 도시인들은 아파트에 산다. 고립감을 떨치고 싶어서일까? 한국인들은 자신이 특정 종교를 믿는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늘어가고 있다. 아직은 불교도의 비율이 높지만 개신교도의 비율은 가파른 증가를 보이고 있고 개신 교회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편 한국인들은 종교와 상관없이 자신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자유롭게 무당에게서 해결책을 찾는다. 한국은 종교에 관한한 백화점과 같으며 영적 생활을 하고자 한다면 선택지가 무척 넓다.

 

   이 책은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종교에 대해 소개하기위해 쓴 책이라고 한다. 한국의 전통종교부터 현재종교에 이르기까지 역사 문화와 더불어 살피며 객관적으로 쓴 책이다. 그러나 저자의 시선에서 따뜻함이 묻어난다. 삶에 매몰되어 전통종교가 있었음조차 망각하고 살았던 나를 반성함과 동시에 우리나라 종교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오히려 외국인보다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전통사회는 농경 공동체였다. 한국인은 스스로 인간은 선하고 도덕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도덕적이지 않음을 극복해야 했고 공동체의 조화를 위하여 보이지 않는 초월적인 힘이 필요했다. 전통 한국의 신은 절대적이거나 초월적이지 않았다. 언제 어디에서나 공동체와 개인의 존재론적 한계 극복을 도와주는 다수의 신들이 있었다. 신들과 연결시켜주는 역할은 무당이 맡았고 악이나 죄와 같은 개념도 없었다. 전통사회는 비일신론적 사회였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을 통해 불교, 유교, 도교가 들어왔는데 공통점은 엘리트에 의해 지배층 통치 이데올로기로 도입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도교의 교리는 지배층의 논리와 부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까스로 명맥만 이어질 수 있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런 종교들을 받아들이면서 그들의 민간신앙과 적절히 뒤섞었다. 종교 교리의 구분이나 차이점이 일반 대중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책을 들여다보고 연구할 시간도 없었거니와 지식 자체를 알아가는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지식을 수단화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인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불교는 무당이 하던 기복적 의례를 포함하며 민간신앙과의 경계가 모호했지만 그 누구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공동체 속에서의 개인들이 가진 어려움들이 해결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유교는 가정, 마을, 국가에 이르는 공동체의 조화에 중점을 두며 그 표현 형태인 의례를 중시했다. 신주를 모시고 제를 지내더라도 신주에 진짜 영혼이 있는지 아닌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의례 안에서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냄으로서 공동체의 조화가 이루어지는지가 중요하였다.

 

   전통 한국사회에서는 신학이라 하기보다는 윤리학이라 할 수 있는 영성이 존재했다. 여러 종교가 혼재해 있었고 나라의 통제를 받기는 했지만, 일반 대중들은 유교적 윤리관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부딪치는 개인의 한계를 극복하기위해 절이나 무당을 찾았다. 한국인의 영성은 다양한 씨실과 날실로 엮어진 직물이었고 한국인 스스로는 별 혼란스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카톨릭을 통해 유일신, 강력한 교리, 믿음이 강조되는 신앙의 종교 형태가 한국인에게 도입되었다. 개신교는 풍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교육과 의료기술을 전수하며 한반도에 뿌리를 내렸다. 농촌 공동체의 붕괴로 도시로 몰려든 많은 사람들은 기독교가 확산될 수 있던 요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신앙공동체라는 형태의 등장은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성을 띠며 한국인의 영성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19세기 후반부터 동학(천도교), 증산도, 대순진리회, 원불교, 대종교, 통일교 등 많은 신종교가 탄생했는데 모두 각각 특징들이 있지만 유교적 윤리관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직 신종교의 신도 수는 많지 않지만 종교의 다양화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인에게 종교적이란 새롭고 낯선 것이지만 전통적으로 영적인 사람들이었다. 다양한 종교마다 영성적 실천을 위한 명상과 기도가 있지만 종교 사이의 경계는 불분명하다. 집단적 영적 실천과 인간관계에 초점이 맞춰져있고 개신교의 예배에서 샤먼의 굿판을 재현하고 있다. 어쨌든 한국인은 다양한 종교적 선택지 안에서 자유롭게 취사선택하여 다양한 영적 실천을 하고 있다고 저자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우리는 풍부하고 다양한 종교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다. 그런데 반대로 요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타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넘어 위해를 가하기도 하는 위험스러운 신앙 단체도 생겨나고 있다. 무척 우려스럽다. 종교에 정답은 없다. 영성적 실천 방법에도 정답은 없다. 우리가 한국 종교의 흐름을 알고 자유롭게 선택하고 서로를 인정할 때 한국인의 영성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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