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로 읽는 현대 과학사 - 소립자에서 빅뱅까지
존 S. 리그던 지음, 박병철 옮김 / 알마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수소로 읽는 현대 과학사'를 맛으로 표현한다면 담백하고 깔끔하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번역이 탁월하다. 책을 읽는 동안 번역서를 읽고 있다는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대게 외국 저자의 번역책을 읽을 때는 두 가지 고통을 겪는다. 첫째는 과학적 지식이 부족하여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고통(이건 물론 한국 저자의 과학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이고, 두번째는 한글이긴 한데 한글을 해석하며 뜻을 유추하며 읽어야 하는 고통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매끄러운 번역으로 편안하게(?)읽었다.

  저자는 워싱턴 대학 물리학과 겸임교수이며 1995년 미국 물리 협회의 물리학사 포럼 의장이었다고 하는데 무척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과학사( 물리사라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를 수소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썼다는 것은 정말 기발해보인다. 어느 과학자라도 기존 이론이나 새로운 이론을 연구하거나 또는 실험을 설계할 때 수소를 가지고 할 것은 당연할 것이다. 왜냐면 수소가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원자니까. 그런데 생각을 잠깐 뒤집어 수소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니 특별한 현대 과학사 책이 되었다.

  매 장마다 수소를 주인공으로 하여 과학적 이론과 실험들에 대해 쓴 것과 더불어 그런 것들의 의미를 설명한 부분들이 참 유익했다.  과학적 이론에 대한 내용들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장에서 나오는 이론과 실험의 의의와 의미에 대한 저자의 설명만으로도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고 책의 방향타 역할이 되어 주었다. 덕분에 현대 물리학의 흐름을 윤곽이라도 잡을 수 있었다.

 

 

 우주를 이해하려면 우선 가장 간단하고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수소부터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존 S 리그던

 

1. 우주의 탄생

 세상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150억 년 전에 형성된 수소 원자핵과 헬륨 원자핵의 분포 비율 때문이다. 우주는 탄생 초기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될 운명이었다. 수소 원자가 우주와 은하, 별, 행성 그리고 생명체의 운명을 좌우했다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다.

 

2. 물질의 단일성과 수소

 조지프 톰슨의 전자 발견, 러더퍼드의 원자핵 발견 프레더릭 소디의 동위원소 발견 등으로 수소 원자는 다른 원자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아님이 밝혀졌다. 하지만 만물의 기본이 되는 물질이 수소라고 했던 프라우트의 가설은 깊은 통찰과  아이디어의 산물이고 향후 100여 년 동안 학자들의 연구 방향에 영향을 미쳤다.

 

3. 수소 원자의 스펙트럼 패턴을 찾아낸 스위스의 고교 교사

 수학교사 였던 발머는 스펙트럼선들의 위치에서 규칙을 찾고 원자 내부에 숨은 질서를 알아내었다. 그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수소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덕이다. 발머 공식이 알려진 후로 수소 원자는 스펙트럼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표준이 되었으며 원자 규모의 물리법칙을 추적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4. 보어의 수소 원자 모형 : 원자 구조의 새로운 패러다임

 양자역학이란 새로운 형태의 물리학을 탄생시킨 보어는 기존의 물리법칙에 양자적 조건을 가미한 수소 원자 모형을 개발하면서 수소 원자의 스펙트럼 파장을 예견하였다. 또 전자궤도 사이의 에너지의 차이를 플랑크 상수와 빛의 진동수로 표현하는데도 성공했다. 그의 에너지 준위 개념은 오늘날에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5. 수소 원자 속에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만나다.

  조머펠트는 보어의 이론에 또 하나의 양자수 k를 도입함으로써 보어의 수소 원자 모형을 더욱 일반화시켰다. 즉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함께 고려하여 수소 원자 스펙트럼의 미세구조를 설명했다.

 

6. 미세구조 상수 : 신기한 범우주적 상수

  조머펠트에 의해 처음 도입된 미세구조상수는 광자와 전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크기를 결정한다. 단위도 없고 우주 어디서나 동일하며 거의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 그동안 많은 물리학자들이 미세구조 상수의 의미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 했지만 아직도 해답은 오리무중이다.

 

7. 양자역학의 탄생 : 수소 원자가 결정적인 질문에 해답을 제공하다.

  1925년 말에는 두 가지 버전의 양장역학(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과 디렉의 양자역학)이 있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을 수소 원자에 적용시키고 1913년 보어가 얻었던 것과 동일한 공식을 얻어내는데 성공해고 디렉도 새로운 이론을 수소 원자에 적용해 성공을 거두고 수소 원자의발머 계열 스펙트럼을 완벽하게 설명했다. 양자역학은 수소 원자의 스펙트럼을 이론적으로 규명하면서 테스트를 통과했다.

 

8. 파동역학의 산파 수소원자

  1926년 드브로이의 물질파 이론을 일반화시키고 상대성 이론을 결합하여 세번째 형태의 양자역학인 파동역학이 슈뢰딩거에 의해 제기되었다. 역시 수소 원자를 이용해 외부 전기장에 의해 나타나는 스펙크럼선의 세부구조(슈타르크 효과)로 명쾌하게 설명하였다.

 

9. 수소 원자와 디랙의 이론

  전자에 관한 디랙의 이론은 조머펠트의 미세구조 공식을 정확하게 재현했고 전자스핀에 나타나는 스펙트럼의 미세구조까지 이론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수소 원자의 에너지준위를 완벽하게 설명하였다. '양전하를 갖는 어떤 입자'의 존재를 예견하였고 칼 앤더슨에 의해 실제로 발견되었다. 현재 양전자라고 불리며 과학 역사상 처음 발견된 반입자였다.

 

10. 핵물리학자들의 길을 안내한 수소 원자 : 중수소의 발견

  듀테륨은 수소의 동위원소로 중수소라고 불린다. 중수소의 핵은 중양성자라는 특별한 이름을 갖고 있다. 양성자 한개와 중성자 한 개가 단단하게 결합된 형태로 되어 있다. 핵물리학자들은 이 핵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연구하기위해 중양성자에 관심을 가졌다. 중양성자는 오늘날 핵물리학을 있게 한 일등 공신이다.

 

11. 지적 자만심과 수소 원자의 만남 : 양성자의 자기모멘트

  슈테른-게를라흐 실험은 조머펠트가 수소 원자를 연구하면서 주장한 '양자화된 공간'(제만 효과)을 직접 확인했다. 슈테른은 카네기 연구소로 와서 이스터만과 양성자와 중양성자의 자기모멘트를 관측하여 1943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이 관측은 디랙의 이론과 150%나 차이를 보여 디랙의 이론을 하늘같이 믿던 자만심이 넘치던 당시 물리학자들의 모만함을 겸손함으로 바꾸었다.

 

12. 자기공명법 : 자기공명영상의 발견

  라비는 자기장을 끌어 분자 빔의 궤적을 휘어지게 하는 실험을 반복하여 양성자와 중양성자의 자기모멘트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고 그 성과는 자기공명법의 발견이었다. 라비는 자신의 발명푼이 훗날 인류의 생활을 얼마나 바꿔놓을지 알지 못했다.

 

13. 새로운 핵력 : 중양성자의 사중극자모멘트

  램지의 실험으로부터 시작된 라비의 실험으로 '전기적 사중극자'가 발견되었다. 전기적 사중극자는 두 개의 양전하의 중심과 두 개의 음전하의 중심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 발견으로 인해 물리학자들은 원자핵 내부에서 작용하는 힘이 중심력이라는 가정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14. 큰 물질 속의 자기 공명

  핵분열 현상은 1938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고 1954년 페셀과 블로호는 각각 연구를 시작하여 핵자기공명현상을 발견했는데 두 사람 모두 수소에 초점을 맞춰서 실험을 설계하였다. 핵자기공명은 화학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고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15. 디렉의 이론에 맞선 수소 원자 : 양자전기역학

  수소 원자의 에너지 준위가 이론 값과 다른다는 것을 알고 이론의 결함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양자전기역학이 탄생하였다. 램은 실험을 설계하였고 램편이를 발견하였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양자전기역학인데 물리학 역사상 가장 정확하고 아름다운 이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6. 전자의 비장상성을 예견한 수소 원자.

  전자의 자기모멘트는 디랙의 이론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전성성 자기모멘트'라고 부르는데 전자는 파동성과 입자성을 모두 갖고 있다. 전자는 자신의 주변에 광자로 이루어진 전자기장을 형성한다. 이로인해 전자를 에워싸고 있는 공간은 극성을 띠게 되고 외부에서 바라볼 때 전하는 원래의 값보다 조금 다르게 보인다. 전자의 자기모멘트는 이론과 실험의 차이가 10억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이 모든 작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자연이 수소라는 실마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17. 은하의  지도를 그려준 수소 원자

  수소 원자의 21cm 스펙트럼선이 관측되면서 전파천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1968년 게리트 베슈는 수소원자 스펙트럼에서 제만효과를 발견하여 별들 사이의 공간에 자기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 후 수소 구름 내부에서 자기장이 발견되었다. 라디오파 분광을 이용한 천체 관측의 시대를 열어젖혔다.

 

18. 수소 메이저 : 초정밀 시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여러가지 물리적 효과들을 검증하기 위해 초정밀 시계가 필요했다. 램지의 자기장 실험을 모태로 1960년 다니엘 클레프너는 수소 메이저 시계를 발명하였다. 수소 원자에서 방출된 복사를 직접 이용하도록 설계되었고 3억년에 1초 정도의 오차를 보일 만큼 정확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19. 뤼드베리 상수 : 기본상수

  1890년 뤼드베리 상수가 물리학에 처음 등장하였고. 모든 원자의 에너지 상태에 대한 이론값과 실험값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상수다. 20세기 학자들 역시 수소 원자의 실험을 통해 뤼드베리 상수의 정확한 값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수소원자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개발된 포화 분광법과 편광 분광법, 이중 광자 분광법은 과학사에 남을 위대한 실험으로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이다.

 

20.우주에 존재하는 다량의 중수소 : 빅뱅 이론의 검증

  수소 원자의 스펙트럼 덕분에 퀘이사가 발견되었고 이로써 정상상태 이론은 난관에 봉착하게 되고 우주 배경복사의 발견으로 빅뱅이론이 힘을 얻게 되었다. 우주공간에는 수소 원자 1개당 3.4개의 중수소가 존재하는데 슈람의 예측과 관측의 결과가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런데 이로부터 "관측 가능한 우주의 총질량'은 은하와 그 무리에서 작용하고 있는 중력을 설명할수 가 없다는 문제에 봉착했고 어딘가 숨어 있는 질량을 '암흑 물질'이라고 부른다.

 

21. 반수소 : 최초의 반원자

  원자규모의 미시적 스케일에서는 입자와 반입자 사이에 대칭성이 존재하지만 거시적 규모에 오면 대칭성이 사라진다. 빅뱅이 일어날 때 물질만 생성된 이유는 무엇일까? 반양성자와 반전자의 존재가 확인되었고 이들로 구성된 반수소 원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반수소 원자는 cpt대칭과 등가원리를 검증하는 수단으로 반물질과 대칭성 분야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22.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1970년대 클레프너와 톰 그레이탁은 수소 원자로 보스-아인슈타인 응축물을 시도했고 1998년 클레프너가 라디오 주파수의 전자기파를 이용했고 수소 원자로 이루어진 보스-아인슈타인 응축물이 탄생되었다. 보스-아인슈타인 응축물은 거시적 규모의 양자적 파동 다발이자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를 보여주는 거시적 사례이다.

 

23. 유사수소원자 : 이론에서 현실로

  유사수소 원자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데 이종원자, 뤼드베리 원자, '일상적인 원자에서 원자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전자를 모두 제거한 원자' 세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수소 원자와 유사 수소 원자의 단순함을 십분 활용하면 물질의 구조를 가장 근본적인 단계에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만물의 근원인 수소 원자가 과학의 길을 안내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H는  수소 원자를 나타내는 기호이면서 동시에 겸손함(humility)을 의미한다. 먼 훗날 누군가 "과학의 모든 지식 기반이 완성되었다"고 주장한다 해도 양성자와 전자로 이루어진 수소 원자는 여전히 우리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있을 것이다. - 존 S 리그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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