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필리프 J. 뒤부아 외 지음, 맹슬기 옮김 / 다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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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의미]


<철학을 하는 것은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위의 인용 문구는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드 몽태뉴가 했던 말이다.
인간은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고민을 늘 하지만, 정작 잘 살기(well-being)에만 몰두하다보니, 지금보다는 나중만을 생각한다. 미래는 지금 보다 언제나 행복하길 소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죽음을 맞이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늘 나중으로 밀려난다. 몽태뉴는 그래서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 게 아닐까 싶다.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과 무관 하지 않다는 점을 아니 죽는 것에 대한 고민없이 잘 살 수 없음을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른다.


<새들의 삶에서 웰빙을 찾다>

우리에게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철학이 필요하다면 그래서 죽음의 문 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이뤄진다면 삶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현재에 맞춰 질 수 밖에 없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과 이 지점에 있다.
저자가 새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새들을 통해인간의 삶의 의미에 대한 단서를 얻고자 하는 이유는 새들은 늘 현재를 살기 때문이다. 새들의 삶은 각기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현재의 삶에 충실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록 그것이 동물들이 처한 인간과는 사뭇 다른 삶의 여건 때문에 의한 면이 크다 할지라도, 현재에 충실한 삶을 통해 자연에 적응하고 감정적인 유대를 이뤄내고, 충분히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가는 새들의 모습은 자유의지라는 막강한 능력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살아가는 인간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인간이 할 수는 있으나 결코 하기 힘든 것이 바로 Carpe diem이다. 이 표어는 오히려 새들에게 더 잘어울리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의도된 오해? 우리가 오해한 새들의 진짜 모습>

종에 따라 다양하고 그리고 확연히 다른 삶을 이어나가는 새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겅이로울 정도이다. 번식과 양육에 있어 새들이 보이는 삶의 다양성은 인간의 그것이 가진 획일적 행태와 습관, 이미지 같은 것들이 반드시 어떤 모습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새들의 번식과 양육은 새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각기 자신의 새끼가 생존하기에 적합한 형태의 역할 분담법이 있고 각자 그에 맞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수컷은 절대 양육에 참가하지 않는 오리를 비롯해서 공평하게 양육을 부담하는 멧비둘기, 알을 다른 종의 새 둥지에 놓고 튀어?버리는 뻐꾸기 가족, 낳아서 다자랄 때까지 끼고 도는 두루미 가족까지 정말 삶의 양상이 다양하다.
저자는 이외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의 모습이 많을 것이며, 알려져있더라도 인간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이라 말한다.

새들에 대해 가지는 인간의 인식은 오해인 경우가 많다. 그것은 동물을 의인화하면서 인간의 주관적인 인식과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그렇다. 여러 국가의 국기나 문장에 흔히 상징물로 표현되는 동물들의 특성은 인간이 부여한 이미지와 다른 경우가 많다. 독수리는 용맹함과 권위의 상징과도 같아서 여러국가에서 상징적 동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실제 독수리의 행태는 용맹과는 거리가 멀고 되려 게으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감히 맞서는 새는 오히려 유럽울새가 가깝다. 14센치에 불과한 귀여운 외모의 이 새는 자신보다 몸집이 훨씬 큰 포식자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인간의 주관적인 인식은 동물의 생김새가 어떻냐에 따라 달리지기도 한다. 새는 인간과 비슷한 생김새 혹은 포유류가 아니다 보니 오해하기 쉽다. 새는 인간과 비슷한 행동을 하지도 감정을 느끼지 못할 거라는 인식이다. 암탉이 즐겨 하는 모래목욕은 기생충을 제거하고 날개를 청결히 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자연의 햇살과 쉼을 즐기는 행동이기도 하다. 앍탉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절대 모래목욕을 하지 않는 다는 점을 보면 암탉에게도 자신의 삶을 오롯히 살아가는 방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전통적인 관점에서 동물과 인간을 가르는 큰 구분 방법 중 하나가 도구의 사용유무였다. 우리는 새가 도구를 사용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듯하다. 나뭇가지를 이용해 도구로 만들어쓰고, 도시에 사는 어떤 까마귀들은 호두 속의 열매를 빼 먹기 위해 신호등 위에서 빨간불 되면 호두알을 떨어뜨린다. 그리고선 초록불로 바뀌면 알맹이를 집어간다. 이러한 관찰 결과들은 그 동안의 인식들이 지극히 인간중심적이 었음을 알게 한다.

<인간을 위한 교훈>

이 책이 새들의 모습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삶과 그에 대한 교훈이다. 우리가 자의적으로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새들의 모습에 진실이 아닌 것이 많다는 점을 꼬집기도 하지만 그러한 것의 이유 또한 결국 인간의 삶을 비추어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인 것이다. 저자는 최종적으로 생명체로서의 새 그리고 보존에 대해 이야기 한다. 21세기가 끝날 무렵엔 지금 존재하는 새의 25퍼센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새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그들로 부터 짧은 철학을 얻기 위함은 아니다. 새를 그리고 모든 생명을 보호하고 사랑하기로 한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고 사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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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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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항상 살아 숨쉬고 있다>




<역사: 인간과 삶 그리고 세상>

- 저자 최태성이 전하는 22가지의 역사이야기와 통찰은 각기 색다른 흥미로움을 불러 일으킨다. 역사에 대해 깊지도 그리고 얕지도 않은 정도의 관심을 가진 독자로서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에센 저자의 깊고 새로운 통찰을, 처음 접한 역사적 사실을 통해선 이야기 자체의 힘과 그것이 내포한 날카로운 시사점을 만나는 신선함이 가득했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통찰은 키워드로 나열한다면 혁신, 성찰, 창조, 공감, 이해, 억압, 소통, 꿈, 과제, 삶의 온도, 시민 같은 것들이 될 것이다. 이 키워드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 그 사람의 인생, 인생들이 모이고 모인 세상과 관련 된 단어들이란 점이다. 역사라는 교과목은 학창시절 등을 통해 늘 곁에 있었지만 사람, 삶, 세상과 직접적으로 연상되는 과목이라고 여겨본 적은 없었다. 역사는 역사적 그 결과를 사실로서 기억하는 것이지 그 속의 특성을 유추하고 행동의 동기를 파악하고, 인물의 인생을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는 것이라고 여겨 본 적은 없었다.
이 책이 강조하는 역사는 역사가 사람을 만나게 하고, 그 사람을 통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와 타인의 삶과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저자가 말하는 역사의 쓸모는 이렇듯 직접적이고 우리 곁에 중요한 존재인 것이다. 




<시대정신은 지금도 필요하다>

- 이 책은 역사를 대하는 기존의 인식과 방식에 확고한 문제제기를 가하고 있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역사가 단순히 그 쓸모 즉 유용성 측면에서 개인에게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러한 면모는 시대의 과제를 짊어졌던 근현대의 아무개들, 자기만의 중심을 가지고 삶의 궤적을 만들어간 인물들, 안락한 삶의 여건을 포기하고 정의의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변화를 추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역사가 가진 힘을 생생히 그리고 굳게 전하고 있다 그 힘은 바로 자유와 행복을 위한 인간의 노력이다. 그 노력이 모이고 모여 역사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고 늘 움직이고 있다. 오늘의 우리가 누리고 당연히 여기는 자유는 불과 한 두세기 전의 사람들이 목숨을 바칠 만큼 갈망했던 시대의 과제였다. 시대의 과제는 지금도 여전히 필요하다.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가로 막는 요인은 없애 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자 시대정신으로 삼아야 함을 강조한다.
역사를 통해 그러한 맥락을 이해할 수있고, 우리도 그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삶을 살아가길 소망하고 있다.



<혐오와 삶의 온도를 생각해보다>

- 저자는 편안한 문체와 어조로 역사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만 그속에 녹아 있는 통찰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각각의 주제들이 가진 시사점은 전혀 다른 흥미를 전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들어온 이야기는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그리고 <지금 나의 온도는 적정한가?>를 다룬 부분이다. 이 주제들은 오늘날의 우리 사회가 갈등을 인식하고 다루는 방식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한다.

태극기를 든 할머니, 할아버지를 바로보는 젊은 세대의 인식 그리고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관점에는 세대와 집단이 표출하는 일반적인 갈등과 대립의 단계를 넘어 혐오로 나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엿보인다 . 저자는 이것이 서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특정 세대나 집단이 가지는 특정한 삶의 관점에는 반드시 그러한 인식 형성에 영향을 준 특수한 삶의 경험이 녹아 있기 때문인데 지금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겪은 삶의 경험과 오늘날의 세대가 겪는 삶의 경험 자체가 같지 않기에 서로가 서로를 잘 알지도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피를 물려받은 아버지와도 그런 벽이 존재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결국 서로에 대한 혐오라는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해할 수 없고 말도 안된다는 가치 평가이전에 그러한 인식의 배경과 형성이유에 대해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삶의 온도에 다룬 주제는 더욱더 흥미를 자극하는 주제다. 인류의 역사와 우리 사회에서 갈등은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예송논쟁은 그러한 갈등에도 수준?이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그러한 수준은 역사의 평가로써 결정된다. 우리는 어떤 갈등의 당사자가 되거나 아니면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제 3자가 되느냐에 따라 그 갈등에 개입하는 우리의 삶의 온도는 매우 달라진다. 왜냐하면 그 갈등의 결과가 나의 이익이나 집단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이익을 주장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이 그렇게까지 에너지를 쏟을 일인지 생각해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예송논쟁은 그 당시 왕권과 신권, 왕조의 정통성, 양반의 정체성이라는 측면에서 나름의 이유가 있는 싸움이었지만 그 논쟁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과 평가는 싸늘하기 그지없다. 그것은 그 논쟁이 백성의 안위와 삶을 돌보는 책임을 내팽개친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나를 위해 내가 속한 집단을 위해 뜨거움도 표출 할 수도 있지만 그 뜨거움이 빗나간 열정은 아닌지, 역사와 인류의 발전에 역행하는 욕심은 아닌지 돌아 볼 것을 이야기한다. 나의 이익 앞에서는 온도를 한없이 높이면서 다른 이의 이야기에는 한없이 차가웠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의 마음이 생기게 하는 지점이다. 역사는 필요에 따라 더 차가워지고 때로는 더 뜨거워질 수 있도록 우리의 의지와 삶의 온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게 하는 힘이 있다. 이것이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또하나의 중요한 이유임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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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서점의 오월 - 80년 광주, 항쟁의 기억
김상윤.정현애.김상집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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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눈물,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으로.... ]







<도대체 왜 광주였을까? 도대체 왜! >



광주민주화항쟁을 근현대사 교과서를 통해서 접한 나같은 사람들에게 5.18 광주의 이야기는 결과를 알고 보는 슬픈영화 같아서 세세한 디테일에 관심을 두기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였는지 광주민주항쟁이 오늘날의 대한민국를 피로 일궈내었고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어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란 걸 알면서도 동시에 그사실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이상한 백지상태 같았다. 그럼에도 광주사태에 대해 어렴풋한 의문이 가졌던 기억은 있다. 왜 광주였을까? 왜 광주사람들만 참극앞에 무방비로 서있어야 했었을까?



녹두서점의 오월은 스치듯 어렴풋이 남아있던 나의 의문을 생생히 되살려 놓았다. 녹두서점을 운영하던 김상윤과 그의 아내 정현애, 동생 김상집 그리고 그의 가족들은 1980년 광주의 오월을 온몸으로 겪으며 그 역사를 결과를 품에 앉고 살아온 산증인이다. 살았남았다는 지울 수 없는 죄책감과 함께..



녹두서점의 오월은 신군부이 잔혹한 탄압이 시작되면서 어떻게 사람들이 거리로 모이게 되었는지, 왜 총을 들 수 밖에 없었는지 왜 끝내 총을 놓을 수 없었는지 생생히 전하고 있다. 특히 녹두서점이 학생대책위원회의 중심적 기지 역할을 하면서 거리에서뿐만 아니라 광주항쟁을 조직화하고 시민들을 하나로 묶고 지원하는 창구가 되었다. 이렇듯 녹두서점은 광주항쟁 당시에도 큰 역할을 하였지만, 이 책에서 녹두서점이란 공간은 많은 학생과 시민들의 소식과 말들이 오고가면서 시민들이 온몸으로 맞썼던 피의 5.18 그 비극의 참상을 생생히 전하는 귀중한 자료가 되어준다. 우리는 녹두서점의 오월 그 중심에 있었던 김상윤씨 가족을 통해 그 진실에 조금더 가까이 다가갈 수있다.



녹두서점의 오월을 읽어내려가며 어렴풋이 가졌던 광주항쟁에 대한 의문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저자 정현애씨는 18일 새벽 남편 김상윤이 갑작스레 예비검속으로 끌려가고 18일 오후 느닷없이 공수들이 나타나 시민들을 곤봉으로 내려치고 대검으로 찔러대는 광경을 보고 이렇게 전하고 있다.



"1980년 5월에 특별히 광주만 데모를 많이 한 것은 아니었다. 전국 곳곳에서 데모가 일어나고 있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광주가 덫에 걸려든 것 같았다. 거대한 음모에 휩싸인 기분이랄까."



광주 시민들에게 5월 18일은 자다가 봉창 맞은 격인 정말 예상치보 못한 일이었다. 당시 상황을 추정해보면 1980년 오월 피어오르던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은 신군부의 정권장악에 대한 우려와 함께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5월 15일 서울대의 서울역 회군이 있었고 그 결과를 다른 전국의 대학들이 따르면서 16일부터 시위가 중단된 것이다. 하지만 전남대 총학생회는 16일 이미 예정되었던 횃불가두시위를 그대로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하루 뒤인 17일부터 중단하게 된다.

그래서 였을까? 그걸 본 전두환이 본보기로 삼아야 겠다 마음 먹은 것일까? 그렇게 광주는 정체불명의 덫에 걸려들 수 밖에 없었다.








<가슴으로 투쟁한 시민들의 이야기>



독두서점의 오월에는 김상윤씨 가족과 녹두서점에서 있었던 대책회의, 대응, 계획을 중심으로 광주항쟁을 다루고 있다. 김상윤씨 가족을 비롯한 학생들의 이름이 주로 등장한다. 이유도 모른채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당시 광주의 이야기를 정리된 기록 형태의 자료로 만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서점안에서의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상윤, 정현애, 김상집이 감옥에서, 서점에서, 거리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고 전해들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평범한 시민들이 시민군이 되는 이야기,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한 시민군의 안타까운 모습, 소년티를 벗지도 않은 시민군이 가족을 지키겠다고 의지를 다지는 모습, 금남로의 구두닦이가 총을 들게 되는 이야기, 유흥가의 아가씨들이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나누던 모습, 계엄군의 엄습공포에도 남아서 밥해주겠다던 아주머니 이야기....

특히 시위현장이나 시민군 중에는 10대 청소년도 상당했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이 투쟁의 참혹함이 도드라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여성들의 단단한 투쟁도 곳곳에서 느껴진다.



전두환이 본보기로 삼으려던 광주! 그자가 파괴한 것은 평범한 시민들의 삶 그 전부이자 그 자체었다. 세상에 어느나라 군대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곤봉으로 머리를 깨고, 대검으로 찔러 죽이고 , 총알을 휘갈겨 된다말인가! 그것도 죄없는 사람들을 북한의 지령을 받은 폭도들이 날뛰고 있는 걸로 둔갑시켰다.










<전두환을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 그는 우리의 또 다른 아들들에게 도대체 무슨 지령을 내렸나>​



느닷없이 들이닥친 공수들의 만행은 도를 넘고 있었다. 녹두서점의 오월에는 당시의 참극의 상황이 시시때때로 등장한다. 뒷 사람이 대검에 찔려쓰러졌는데 창자가 훤히 보였던 모습, 곤봉에 머리통이 깨져나간 모습에 대한 묘사들이 등장한다. 공수와 군인들의 무자비한 만행이 도를 넘은 수준이었다는 건 시민들의 여러 이야기를 통해서도 감지된다. 시민들에 따르면 시위 초창기 때 어르신들이 앞장서겠다 하셨다고들 한다. '지들도 부모가 있을텐데 우리를 함부로 하진 못하겠지 ' 하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순진한 생각?이었다. 공수와 군인의 만행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거리에서 들었더이야기에 의하면 '군인들이 광주빨갱이 들은 다 때려 죽여야 해.' 와 같은 말을 하거나, 입을 열때 마다 '술냄새'가 진동했었다고 한다.

군인들의 무자비함은 후속으로 동원되었던 경찰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던 걸로 보인다. 결국 사람들 사이에선 '군인들을 사흘을 굶긴 뒤에 약을 먹었다더라'와 같은 말들이 나돌았다.



전두환은 우리 국민의 아들들인 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지령을 내렸단 말인가! 책을 읽어나가며 공수와 군인들의 무자비한 만행에 그 고통이 그대로 전혀져 오는 것 같아 읽기 힘든 순간도 있었다.

진실이 영원히 감쳐질리는 만무하기에 언젠가 군인들의 고백이 이여져 나오기를 희망해 본다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으로...>​



녹두서점의 가족들은 5.18 사태의 중심에 서있던 당사자이자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기억과 감정과 상황을 전하는 전달자이다. 김상윤, 정현애, 김상집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광주의 모습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들의 글에서 진하게 뭍어나는 공통적인 감정들이 있다. 죄책감과 부끄러움 같은 감정이다. 김상윤은 5.18을 통해서 운동권의 일선에 있던 사람들보다 자신들이 알게 모르게 무시했던 시민들이 보였던 용기와 투쟁에 큰 죄책감을 가지는 듯하다. 그래서 책이 녹두서점의 중심에서 쓰여질 수 밖에 없었지만 이 책은 일반 시민을 위한 헌사가 되길 소망하고 있다. 그는 용기가 없어 죽지도 못했다며 이글을 쓰는 지금 이순간에도 자괴감에 휩싸인다고 고백한다. 또 김상집은 광주사태 1주기 때 참석한 피해자의 부모가 '자신의 아들에게 총을 쥐어준 자가 누구냐'며 오열할 때 제대로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고 고백한다. 희생자에게 총을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광주민주화운동 40주기가 도래한다. 40년이면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뀔 긴 시간이지만, 오월 광주에 있었던 사람들에겐 여전히 현재의 시간이다. 살아남은 것이 죄책감이 되어 그들의 삶을 부끄럽게 만든다. 신군부의 무자비한 살육 앞에 나와 나의 가족을 지키고자 단합할 수 밖에 없었던 , 총을 막기위해 총을 들 수밖에 없었던 그들에게 놓여진 결과는 죽은 자와 죄책감을 가진 자 두 가지뿐이다. 살아남은 피해자들이 죄책감을 가지는 큰 이유중 하나는 전두환 신군부의 만행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에 응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함께 투쟁한 사람들의 죽음을 목도하고 살아남은 사람이 죄책감의 무게를 지고 있는 것이다.

정작 죄책감을 가져야 할 사람이 따로 있지 않은 가? 잘못 되어도 먼가 한참 잘못 된 일이 아닌가 싶다. 죄책감이란 말이 나쁜 일을 한 사람은 제쳐두고 언제부터 살아남은 사람에게 덧씌워진 단어가 되어버렸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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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를 위한 현실주의 -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이주희 지음 / Mid(엠아이디)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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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를 위한 현실주의<약자가 역사를 만드는 법>​







책 서문에 등장하는 멜로스의 비극은 역사와 우리가 처한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약소국의 운명은 강자에 기대어 서 있는 것이라고' '생멸의 선택권은 약소국엔 주어지지 않는 다고'



저자는 그럼에도, 그리고 이러한 여건 때문에 약소국은 지극히 현실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대국이 일으키는 도발을 피할 길은 없지만, 그것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자세란 '정확한 눈'과 '자신만의 무기'를 갖춘 상태이다.








저자는 우리 역사의 주요한 네가지 변곡점들을 세세히 들여다보고 그러한 결과가 일어나게 된 원인을 약자를 위한 현실주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네 가지 사건은 신라의 통일전쟁기, 고려에 대한 거란의 침입, 고려의 대몽항쟁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선의 병자호란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결과의 이면에는 당시의 현실인식과 대응의 있었음을 역사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약소국이 어떤 현실인식을 가졌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첨예하게 달랐다.



<신라 통일전쟁기의 김춘추와 김유신, 고려 거란침입기의 서희, 고려 몽골항쟁기의 최이, 조선 병자호란의 인조>



각기 다른 역사적 공간과 맥락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시사점은 약소국으로서의 현실인식을 가지고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신라는 삼국 중 가장 불리한 여건이었다. 여제동맹과 지리적 고립으로 절망적 상황에 있었던 신라가 역사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정확한 눈과 최소한의 무기. 바로 김춘추와 김유신의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려가 처했던 거란의 30년 침입전쟁 동안에는 서희나 현종과 같은 인물이 정세를 파악하는 정확한 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고려가 자주성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었다.








반면에 대몽항쟁기 기간 동안 고려가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강대국의 침입 이전에 나라를 지킬 최소한의 방어도 갖추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려 현종 시기의 방어 수준으로만 서북면을 지키고 있었더라면...하는 아쉬움과 한숨이 짙게 생겨난다. 최이를 비롯한 최씨무신정권이 무력으로 짓밝고 올라선 권력의 토대는 그것으로 무너질껄 알고 있기에 늘 불안해했고 이것은 곧 국가의 안위보다 자신 한몸 지키고자 국경방어를 소홀히하였다. 몽골이 쳐들어와도 강화도로 천도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 속에서 살고자했던 백성들의 피눈물이 들릴 것만 같다.






조선의 병자호란에서 핵심이 되는 인물은 인조이다. 인조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약자가 지녀야 할 현실주의의 두 가지 조건, 정확한 눈과 최소한의 힘 이 모든 것을 갖추지 못했다. 인조가 처한 숭명배금 정책은 명청교체기의 동아시아 패권이동을 정확한 눈으로 보지 못했을뿐아니라, 광해군 시기 서북면의 국경에서 청과 외교를 담당하던 실무관리들을 모두 처벌함으로서 군사적 대비마저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인조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당시 조선의 사대부들은 대부분 이와 비슷한 인식이었으며 이미 명에 대한 사대주의가 내면화되어 현실적인 눈을 가질래야 가질 수 없었을 거라 생각된다. 조선왕조 500년은 제국의 역사에서 흔치 않은 긴 영광이건만 그 영광은 사대의 내면화라는 그림자도 함께 드리 운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또하나 흥미로운 점은 약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약자뿐아니라 강자의 여건과 현실을 같이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네 개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시대를 가리지 않고 매우 중요한 침략동기로 작용한다. 동아시아 패권다툼에서 언제나 중원국가와 유목국가의 대립은 불가피하고, 특히 만주의 유목국가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예방차원에서 한반도에 늘 전쟁을 일으킨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강자의 현실인식은 당나라, 거란, 몽골, 청나라 모두어게 해당되는 것이었고 특히 유목국가는 생존을 위해 중원 진출이 필수적인데, 조선은 청나라에 대해 정확한 눈없이 명나라의 중화주의에 사로잡혀 문명과 야만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이 책이 역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통찰은 우리는 21세기인 지금도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영향력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여 정확한 눈과 최소한의 무기를 갖출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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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 - 동화 속 언더그라운드를 찾아서
마이클 부스 지음, 김윤경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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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대는 여행자: 어느 시인의 내면을 찾아서>​









[책의 정체성: 너의 이름은?]​


이 책을 다 읽고 떠오른 첫 생각은 " 책의 원제는 무엇이었을까?" 였다.



-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라는 제목은 여행기라는 책의 형식상 잘못된 표현은 아니지만, 이 책이 가지고 내용과 흥미요소 그리고 저자의 여행 동기 등을 고려할 때 좀 아쉬운? 제목처럼 느껴지도해서이다. 그래도 좀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 책은 기대하지 않았던 이야기들과 그것이 주는 신선한 묘미가 가득한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 대한 기대감(혹은 예상되는 전개)이 두 번이나 바뀐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저자인 마이클 부스가 안데르센의 여행지를 테마로 한 자신의 여행기를 기록한 것쯤으로 생각했다.(물론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여행기는 마이클 부스가 아닌 안데르센에 초점을 맞춘 여행기였다. 그래서 그 다음에 든 생각은 최고의 문학 작가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여행지를 통해 그의 삶과 작품의 위대함을 엿보는 소전기? 혹은 소평전?이 아닐까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빗나갔다(물론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책장을 덮을 때쯤 되어서는 저자는 이 여행기를 통해 안데르센의 행동의 이면과 신체의 내면, 즉 심리상태와 같은 인물 자체의 특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자 했다는 느낌이 뚜렷히 다가왔다.







[투덜대는 불평 여행자]





마이클 부스의 여행은 안데르센의 여행기인 <시인의 바자르>에서 거쳤던 그의 발자취를 따라 이뤄졌다. 코펜하겐-독일-피렌체-로마-나폴리-몰타-콘스탄티노플-다뉴브강으로이어지는 거대한 동방대장정이다. 안데르센을 조명한다는 이 책의 동기와는 별도로 저자인 마이클 부스라는 인물이 가진 특성은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면이 있다. 그는 지나치게? 직설적이다. 그리고 솔직하다. 여느 여행기에서는 쉽게?보이지 않는 면모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저자가 저널리스트이기 때문인 측면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의 솔직함은 여행지에 대한 감상뿐 아니라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그럼으로써 이 책과 저자에 대한 신뢰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로마에 대한 극딜?에 가까운 불평과 연구목적?으로 방문했던 홍등가, 거기서 만난 잔드라와의 인터뷰? 그리고 그 때의 감정을 표현한 부분은 특히나 흥미로웠고, 저자의 캐릭터가 잘 드러내는 장면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투덜댐은 첫 여행지?이자 거주지인 코펜하겐부터 시작되는데 덴마크인과 덴마크에 가지고 있던 우리의 선입견을 여실히 까발린다?!(저자는 이것에 흥미를 느끼는 듯하다. 마치 습관적으로 즐기는듯한) 저자가 덴마크에 보이는 투덜댐은 안데르센의 동화인 인어공주 원문 클래스를 통해 전환을 맞이하는데, 이것은 결국 마이클부스가 안데르센을 따르는 동방대장정 시작의 동기로 작용하는 계기가 되어준다.




[시인의 내면을 훤히 밝히다]



여러 측면에서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을 즐기는 방법은 독자마다 다르고 다양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묘미는 마이클 부스가 안데르센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하고 내면적 동기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 태도를 같이 따라가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안데르센에 대해 취하는 입장은 시간흐름에 따라 변하는데 처음에는 안데르센에 무관심, 조금뒤에는 작품에 관한 관심. 그리고는 작품뿐 아니라 인물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는 숱한 역경을 뚫은 그의 자기의지와 주체적인 삶에 대한 존경으로까지 진행된다.



이러한 변화에는 안데르센이 먼저 다녀간 곳을 저자가 160년후에 동일하게 방문하면서 비슷한 감상과 입장에 놓이게 되는 조건이 만들어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입장의 동일함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가장 큰 무기가 되어준다. 그리고 안데르센에 대한 깊은 이해는 단순히 여행지 뿐 아니라 저자의 안데르센 연구가 큰 바탕이 되는데, 안데르센에 대한 의구심을 풀기 위한 저자의 연구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고 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안데르센은 정말 숫총각이었을까?" 또는 "안데르센은 동성애자였을까?" 와 같은 것들이다 이와 같은 논란의 진실을 캐기 위해 저자는 상당한 노력을 쏟는다. 단편적인 추정만이 아니라 똑같이 직접? 경험해 보려 하고, 심리학자를 만나 분석하기도 한다.



특히 마이클 부스는 안데르센이 죽기전 고백한 '자신은 숫총각이다'는 말에 깊은 의구심?을 드러내고, 그래서 이 진실검증에 목을 메는?메는 모습은 상당히 흥미를 안긴다. 왜냐면 안데르센은 자신이 숫총각이라 주장?했지만 그는 평생 홍등가를 배회했고 그러면서도 결코 매춘부와 관계를 가지진 않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과연 독자들은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이런 주장을 듣는다면 안데르센의 팬이든 아니든, 남자든 여자든 모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업다고 생각한다(물론 그 관심의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어쨌든 저자는 각고의 노력들을 거듭하지만, 결국찜찜함을 모두 없애지는 못한 걸로 보인다. 하지만 마치 탐사보도를 찍고있는 듯한 자세로 체험?을 하는 저자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정확한 진실은 본인만이 알것이다. 그래도 마이클 부스는 본인만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독자로서 이 책을 나의 입장은 마치 불빛을 찾아 다니는 불나방처럼 홍등가에 기웃거리던 안데르센이.. 그러면서도 숫총각이라 했던 그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의 정확한 성적 취향과 성관계 여부의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그가 매우 심한 신경증 증세를 보였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다. 더불어 우리는 그가 평범하지 않은 성적 취향을 가졌다는 것도 알고 있다(그게 무엇이라고 딱 정의하기는 힘들어도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이론에 의하면 신경증(외부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등으로 인한 인격변화)환자에게서 성도착증이 더 확실히 나타난다고 한다. 신경증의 증상은 비정상적인 성욕의 대가로 형성되며, 신경증은 말하자면 음성화된 도착증이다. 그리고 도착증은 성기의 결합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이전의 단계에서 만족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노출 도착은 보여주는 것자체이지 섹스가 아니다.



그래서 정신분석학적 이론에 의하면 안데르센의 신경증은 정상적이지 않은 욕구와 그 욕구의 억제로 부터 발생하고, 억제에 실패한 도착증은 필시 어떤 형태로든 표출되었을 것이다. 안데르센의 홍등가에 대한 집착을 표출된 도착증의 일종으로 본다면 섹스(성기의 결합)자체가 목적이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치만 역시 진실은 알기 어렵다.








[삶의 환경과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사람에 대한 경의]​



이 책은 마이클 부스의 솔직한 투덜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분명한 이 책의 상징성은 저자의 안데르센에 대한 경의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안데르센의 매우 어려웠던 성장 조건과 환경은 그를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은 신경증에 걸린 공주와 자만심 강한 쇠똥구리, 사람에 우는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를 하나로 합쳐놓은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자기의지와 주체성을 잃지 않았다. 저자는 그런 의지가 안데르센을 위대한 문학가로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결코 주어진 능력이 아니라 자신을옥죄는 여러 악조건을 스스로 뚫어내면서 이뤄냈다고 얘기한다. 여행은 안데르센에게 자신의 성적욕구와 불안으로부터의 해방터였다는 점이 그의 삶의 여건과 어려움을 더욱 잘 드러낸다. 저자는 안데르센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독자가 안데르센이 삶의 여건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으며 이것이 저자가 안데르센을 존경하는 그만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또 저자는 그가 자신과 많이 닮아 있다고 깨닫는듯하다(물론 성적취향을 말하는 게 아님. 예를 들면 불평이 많은 특성 등). 따라서 저자는 한편으로는 이 책을 통해 안데르센을 조명함과 동시에 그것이 곧 자신을 대변하는 혹은 자신이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라 생각한 것 같다.



무엇을 기대하든 누구나 색다름을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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