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는 항상 살아 숨쉬고 있다>




<역사: 인간과 삶 그리고 세상>

- 저자 최태성이 전하는 22가지의 역사이야기와 통찰은 각기 색다른 흥미로움을 불러 일으킨다. 역사에 대해 깊지도 그리고 얕지도 않은 정도의 관심을 가진 독자로서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에센 저자의 깊고 새로운 통찰을, 처음 접한 역사적 사실을 통해선 이야기 자체의 힘과 그것이 내포한 날카로운 시사점을 만나는 신선함이 가득했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통찰은 키워드로 나열한다면 혁신, 성찰, 창조, 공감, 이해, 억압, 소통, 꿈, 과제, 삶의 온도, 시민 같은 것들이 될 것이다. 이 키워드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 그 사람의 인생, 인생들이 모이고 모인 세상과 관련 된 단어들이란 점이다. 역사라는 교과목은 학창시절 등을 통해 늘 곁에 있었지만 사람, 삶, 세상과 직접적으로 연상되는 과목이라고 여겨본 적은 없었다. 역사는 역사적 그 결과를 사실로서 기억하는 것이지 그 속의 특성을 유추하고 행동의 동기를 파악하고, 인물의 인생을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는 것이라고 여겨 본 적은 없었다.
이 책이 강조하는 역사는 역사가 사람을 만나게 하고, 그 사람을 통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와 타인의 삶과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저자가 말하는 역사의 쓸모는 이렇듯 직접적이고 우리 곁에 중요한 존재인 것이다. 




<시대정신은 지금도 필요하다>

- 이 책은 역사를 대하는 기존의 인식과 방식에 확고한 문제제기를 가하고 있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역사가 단순히 그 쓸모 즉 유용성 측면에서 개인에게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러한 면모는 시대의 과제를 짊어졌던 근현대의 아무개들, 자기만의 중심을 가지고 삶의 궤적을 만들어간 인물들, 안락한 삶의 여건을 포기하고 정의의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변화를 추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역사가 가진 힘을 생생히 그리고 굳게 전하고 있다 그 힘은 바로 자유와 행복을 위한 인간의 노력이다. 그 노력이 모이고 모여 역사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고 늘 움직이고 있다. 오늘의 우리가 누리고 당연히 여기는 자유는 불과 한 두세기 전의 사람들이 목숨을 바칠 만큼 갈망했던 시대의 과제였다. 시대의 과제는 지금도 여전히 필요하다.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가로 막는 요인은 없애 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자 시대정신으로 삼아야 함을 강조한다.
역사를 통해 그러한 맥락을 이해할 수있고, 우리도 그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삶을 살아가길 소망하고 있다.



<혐오와 삶의 온도를 생각해보다>

- 저자는 편안한 문체와 어조로 역사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만 그속에 녹아 있는 통찰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각각의 주제들이 가진 시사점은 전혀 다른 흥미를 전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들어온 이야기는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그리고 <지금 나의 온도는 적정한가?>를 다룬 부분이다. 이 주제들은 오늘날의 우리 사회가 갈등을 인식하고 다루는 방식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한다.

태극기를 든 할머니, 할아버지를 바로보는 젊은 세대의 인식 그리고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관점에는 세대와 집단이 표출하는 일반적인 갈등과 대립의 단계를 넘어 혐오로 나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엿보인다 . 저자는 이것이 서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특정 세대나 집단이 가지는 특정한 삶의 관점에는 반드시 그러한 인식 형성에 영향을 준 특수한 삶의 경험이 녹아 있기 때문인데 지금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겪은 삶의 경험과 오늘날의 세대가 겪는 삶의 경험 자체가 같지 않기에 서로가 서로를 잘 알지도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피를 물려받은 아버지와도 그런 벽이 존재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결국 서로에 대한 혐오라는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해할 수 없고 말도 안된다는 가치 평가이전에 그러한 인식의 배경과 형성이유에 대해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삶의 온도에 다룬 주제는 더욱더 흥미를 자극하는 주제다. 인류의 역사와 우리 사회에서 갈등은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예송논쟁은 그러한 갈등에도 수준?이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그러한 수준은 역사의 평가로써 결정된다. 우리는 어떤 갈등의 당사자가 되거나 아니면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제 3자가 되느냐에 따라 그 갈등에 개입하는 우리의 삶의 온도는 매우 달라진다. 왜냐하면 그 갈등의 결과가 나의 이익이나 집단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이익을 주장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이 그렇게까지 에너지를 쏟을 일인지 생각해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예송논쟁은 그 당시 왕권과 신권, 왕조의 정통성, 양반의 정체성이라는 측면에서 나름의 이유가 있는 싸움이었지만 그 논쟁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과 평가는 싸늘하기 그지없다. 그것은 그 논쟁이 백성의 안위와 삶을 돌보는 책임을 내팽개친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나를 위해 내가 속한 집단을 위해 뜨거움도 표출 할 수도 있지만 그 뜨거움이 빗나간 열정은 아닌지, 역사와 인류의 발전에 역행하는 욕심은 아닌지 돌아 볼 것을 이야기한다. 나의 이익 앞에서는 온도를 한없이 높이면서 다른 이의 이야기에는 한없이 차가웠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의 마음이 생기게 하는 지점이다. 역사는 필요에 따라 더 차가워지고 때로는 더 뜨거워질 수 있도록 우리의 의지와 삶의 온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게 하는 힘이 있다. 이것이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또하나의 중요한 이유임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