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 - 동화 속 언더그라운드를 찾아서
마이클 부스 지음, 김윤경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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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대는 여행자: 어느 시인의 내면을 찾아서>​









[책의 정체성: 너의 이름은?]​


이 책을 다 읽고 떠오른 첫 생각은 " 책의 원제는 무엇이었을까?" 였다.



-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라는 제목은 여행기라는 책의 형식상 잘못된 표현은 아니지만, 이 책이 가지고 내용과 흥미요소 그리고 저자의 여행 동기 등을 고려할 때 좀 아쉬운? 제목처럼 느껴지도해서이다. 그래도 좀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 책은 기대하지 않았던 이야기들과 그것이 주는 신선한 묘미가 가득한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 대한 기대감(혹은 예상되는 전개)이 두 번이나 바뀐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저자인 마이클 부스가 안데르센의 여행지를 테마로 한 자신의 여행기를 기록한 것쯤으로 생각했다.(물론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여행기는 마이클 부스가 아닌 안데르센에 초점을 맞춘 여행기였다. 그래서 그 다음에 든 생각은 최고의 문학 작가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여행지를 통해 그의 삶과 작품의 위대함을 엿보는 소전기? 혹은 소평전?이 아닐까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빗나갔다(물론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책장을 덮을 때쯤 되어서는 저자는 이 여행기를 통해 안데르센의 행동의 이면과 신체의 내면, 즉 심리상태와 같은 인물 자체의 특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자 했다는 느낌이 뚜렷히 다가왔다.







[투덜대는 불평 여행자]





마이클 부스의 여행은 안데르센의 여행기인 <시인의 바자르>에서 거쳤던 그의 발자취를 따라 이뤄졌다. 코펜하겐-독일-피렌체-로마-나폴리-몰타-콘스탄티노플-다뉴브강으로이어지는 거대한 동방대장정이다. 안데르센을 조명한다는 이 책의 동기와는 별도로 저자인 마이클 부스라는 인물이 가진 특성은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면이 있다. 그는 지나치게? 직설적이다. 그리고 솔직하다. 여느 여행기에서는 쉽게?보이지 않는 면모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저자가 저널리스트이기 때문인 측면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의 솔직함은 여행지에 대한 감상뿐 아니라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그럼으로써 이 책과 저자에 대한 신뢰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로마에 대한 극딜?에 가까운 불평과 연구목적?으로 방문했던 홍등가, 거기서 만난 잔드라와의 인터뷰? 그리고 그 때의 감정을 표현한 부분은 특히나 흥미로웠고, 저자의 캐릭터가 잘 드러내는 장면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투덜댐은 첫 여행지?이자 거주지인 코펜하겐부터 시작되는데 덴마크인과 덴마크에 가지고 있던 우리의 선입견을 여실히 까발린다?!(저자는 이것에 흥미를 느끼는 듯하다. 마치 습관적으로 즐기는듯한) 저자가 덴마크에 보이는 투덜댐은 안데르센의 동화인 인어공주 원문 클래스를 통해 전환을 맞이하는데, 이것은 결국 마이클부스가 안데르센을 따르는 동방대장정 시작의 동기로 작용하는 계기가 되어준다.




[시인의 내면을 훤히 밝히다]



여러 측면에서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을 즐기는 방법은 독자마다 다르고 다양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묘미는 마이클 부스가 안데르센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하고 내면적 동기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 태도를 같이 따라가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안데르센에 대해 취하는 입장은 시간흐름에 따라 변하는데 처음에는 안데르센에 무관심, 조금뒤에는 작품에 관한 관심. 그리고는 작품뿐 아니라 인물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는 숱한 역경을 뚫은 그의 자기의지와 주체적인 삶에 대한 존경으로까지 진행된다.



이러한 변화에는 안데르센이 먼저 다녀간 곳을 저자가 160년후에 동일하게 방문하면서 비슷한 감상과 입장에 놓이게 되는 조건이 만들어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입장의 동일함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가장 큰 무기가 되어준다. 그리고 안데르센에 대한 깊은 이해는 단순히 여행지 뿐 아니라 저자의 안데르센 연구가 큰 바탕이 되는데, 안데르센에 대한 의구심을 풀기 위한 저자의 연구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고 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안데르센은 정말 숫총각이었을까?" 또는 "안데르센은 동성애자였을까?" 와 같은 것들이다 이와 같은 논란의 진실을 캐기 위해 저자는 상당한 노력을 쏟는다. 단편적인 추정만이 아니라 똑같이 직접? 경험해 보려 하고, 심리학자를 만나 분석하기도 한다.



특히 마이클 부스는 안데르센이 죽기전 고백한 '자신은 숫총각이다'는 말에 깊은 의구심?을 드러내고, 그래서 이 진실검증에 목을 메는?메는 모습은 상당히 흥미를 안긴다. 왜냐면 안데르센은 자신이 숫총각이라 주장?했지만 그는 평생 홍등가를 배회했고 그러면서도 결코 매춘부와 관계를 가지진 않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과연 독자들은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이런 주장을 듣는다면 안데르센의 팬이든 아니든, 남자든 여자든 모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업다고 생각한다(물론 그 관심의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어쨌든 저자는 각고의 노력들을 거듭하지만, 결국찜찜함을 모두 없애지는 못한 걸로 보인다. 하지만 마치 탐사보도를 찍고있는 듯한 자세로 체험?을 하는 저자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정확한 진실은 본인만이 알것이다. 그래도 마이클 부스는 본인만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독자로서 이 책을 나의 입장은 마치 불빛을 찾아 다니는 불나방처럼 홍등가에 기웃거리던 안데르센이.. 그러면서도 숫총각이라 했던 그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의 정확한 성적 취향과 성관계 여부의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그가 매우 심한 신경증 증세를 보였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다. 더불어 우리는 그가 평범하지 않은 성적 취향을 가졌다는 것도 알고 있다(그게 무엇이라고 딱 정의하기는 힘들어도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이론에 의하면 신경증(외부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등으로 인한 인격변화)환자에게서 성도착증이 더 확실히 나타난다고 한다. 신경증의 증상은 비정상적인 성욕의 대가로 형성되며, 신경증은 말하자면 음성화된 도착증이다. 그리고 도착증은 성기의 결합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이전의 단계에서 만족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노출 도착은 보여주는 것자체이지 섹스가 아니다.



그래서 정신분석학적 이론에 의하면 안데르센의 신경증은 정상적이지 않은 욕구와 그 욕구의 억제로 부터 발생하고, 억제에 실패한 도착증은 필시 어떤 형태로든 표출되었을 것이다. 안데르센의 홍등가에 대한 집착을 표출된 도착증의 일종으로 본다면 섹스(성기의 결합)자체가 목적이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치만 역시 진실은 알기 어렵다.








[삶의 환경과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사람에 대한 경의]​



이 책은 마이클 부스의 솔직한 투덜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분명한 이 책의 상징성은 저자의 안데르센에 대한 경의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안데르센의 매우 어려웠던 성장 조건과 환경은 그를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은 신경증에 걸린 공주와 자만심 강한 쇠똥구리, 사람에 우는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를 하나로 합쳐놓은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자기의지와 주체성을 잃지 않았다. 저자는 그런 의지가 안데르센을 위대한 문학가로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결코 주어진 능력이 아니라 자신을옥죄는 여러 악조건을 스스로 뚫어내면서 이뤄냈다고 얘기한다. 여행은 안데르센에게 자신의 성적욕구와 불안으로부터의 해방터였다는 점이 그의 삶의 여건과 어려움을 더욱 잘 드러낸다. 저자는 안데르센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독자가 안데르센이 삶의 여건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으며 이것이 저자가 안데르센을 존경하는 그만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또 저자는 그가 자신과 많이 닮아 있다고 깨닫는듯하다(물론 성적취향을 말하는 게 아님. 예를 들면 불평이 많은 특성 등). 따라서 저자는 한편으로는 이 책을 통해 안데르센을 조명함과 동시에 그것이 곧 자신을 대변하는 혹은 자신이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라 생각한 것 같다.



무엇을 기대하든 누구나 색다름을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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