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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를 위한 현실주의 -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이주희 지음 / Mid(엠아이디)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약자를 위한 현실주의<약자가 역사를 만드는 법>
책 서문에 등장하는 멜로스의 비극은 역사와 우리가 처한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약소국의 운명은 강자에 기대어 서 있는 것이라고' '생멸의 선택권은 약소국엔 주어지지 않는 다고'
저자는 그럼에도, 그리고 이러한 여건 때문에 약소국은 지극히 현실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대국이 일으키는 도발을 피할 길은 없지만, 그것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자세란 '정확한 눈'과 '자신만의 무기'를 갖춘 상태이다.
저자는 우리 역사의 주요한 네가지 변곡점들을 세세히 들여다보고 그러한 결과가 일어나게 된 원인을 약자를 위한 현실주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네 가지 사건은 신라의 통일전쟁기, 고려에 대한 거란의 침입, 고려의 대몽항쟁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선의 병자호란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결과의 이면에는 당시의 현실인식과 대응의 있었음을 역사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약소국이 어떤 현실인식을 가졌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첨예하게 달랐다.
<신라 통일전쟁기의 김춘추와 김유신, 고려 거란침입기의 서희, 고려 몽골항쟁기의 최이, 조선 병자호란의 인조>
각기 다른 역사적 공간과 맥락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시사점은 약소국으로서의 현실인식을 가지고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신라는 삼국 중 가장 불리한 여건이었다. 여제동맹과 지리적 고립으로 절망적 상황에 있었던 신라가 역사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정확한 눈과 최소한의 무기. 바로 김춘추와 김유신의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려가 처했던 거란의 30년 침입전쟁 동안에는 서희나 현종과 같은 인물이 정세를 파악하는 정확한 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고려가 자주성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었다.
반면에 대몽항쟁기 기간 동안 고려가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강대국의 침입 이전에 나라를 지킬 최소한의 방어도 갖추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려 현종 시기의 방어 수준으로만 서북면을 지키고 있었더라면...하는 아쉬움과 한숨이 짙게 생겨난다. 최이를 비롯한 최씨무신정권이 무력으로 짓밝고 올라선 권력의 토대는 그것으로 무너질껄 알고 있기에 늘 불안해했고 이것은 곧 국가의 안위보다 자신 한몸 지키고자 국경방어를 소홀히하였다. 몽골이 쳐들어와도 강화도로 천도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 속에서 살고자했던 백성들의 피눈물이 들릴 것만 같다.
조선의 병자호란에서 핵심이 되는 인물은 인조이다. 인조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약자가 지녀야 할 현실주의의 두 가지 조건, 정확한 눈과 최소한의 힘 이 모든 것을 갖추지 못했다. 인조가 처한 숭명배금 정책은 명청교체기의 동아시아 패권이동을 정확한 눈으로 보지 못했을뿐아니라, 광해군 시기 서북면의 국경에서 청과 외교를 담당하던 실무관리들을 모두 처벌함으로서 군사적 대비마저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인조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당시 조선의 사대부들은 대부분 이와 비슷한 인식이었으며 이미 명에 대한 사대주의가 내면화되어 현실적인 눈을 가질래야 가질 수 없었을 거라 생각된다. 조선왕조 500년은 제국의 역사에서 흔치 않은 긴 영광이건만 그 영광은 사대의 내면화라는 그림자도 함께 드리 운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또하나 흥미로운 점은 약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약자뿐아니라 강자의 여건과 현실을 같이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네 개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시대를 가리지 않고 매우 중요한 침략동기로 작용한다. 동아시아 패권다툼에서 언제나 중원국가와 유목국가의 대립은 불가피하고, 특히 만주의 유목국가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예방차원에서 한반도에 늘 전쟁을 일으킨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강자의 현실인식은 당나라, 거란, 몽골, 청나라 모두어게 해당되는 것이었고 특히 유목국가는 생존을 위해 중원 진출이 필수적인데, 조선은 청나라에 대해 정확한 눈없이 명나라의 중화주의에 사로잡혀 문명과 야만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이 책이 역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통찰은 우리는 21세기인 지금도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영향력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여 정확한 눈과 최소한의 무기를 갖출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