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필리프 J. 뒤부아 외 지음, 맹슬기 옮김 / 다른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새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의미]


<철학을 하는 것은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위의 인용 문구는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드 몽태뉴가 했던 말이다.
인간은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고민을 늘 하지만, 정작 잘 살기(well-being)에만 몰두하다보니, 지금보다는 나중만을 생각한다. 미래는 지금 보다 언제나 행복하길 소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죽음을 맞이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늘 나중으로 밀려난다. 몽태뉴는 그래서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 게 아닐까 싶다.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과 무관 하지 않다는 점을 아니 죽는 것에 대한 고민없이 잘 살 수 없음을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른다.


<새들의 삶에서 웰빙을 찾다>

우리에게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철학이 필요하다면 그래서 죽음의 문 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이뤄진다면 삶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현재에 맞춰 질 수 밖에 없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과 이 지점에 있다.
저자가 새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새들을 통해인간의 삶의 의미에 대한 단서를 얻고자 하는 이유는 새들은 늘 현재를 살기 때문이다. 새들의 삶은 각기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현재의 삶에 충실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록 그것이 동물들이 처한 인간과는 사뭇 다른 삶의 여건 때문에 의한 면이 크다 할지라도, 현재에 충실한 삶을 통해 자연에 적응하고 감정적인 유대를 이뤄내고, 충분히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가는 새들의 모습은 자유의지라는 막강한 능력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살아가는 인간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인간이 할 수는 있으나 결코 하기 힘든 것이 바로 Carpe diem이다. 이 표어는 오히려 새들에게 더 잘어울리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의도된 오해? 우리가 오해한 새들의 진짜 모습>

종에 따라 다양하고 그리고 확연히 다른 삶을 이어나가는 새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겅이로울 정도이다. 번식과 양육에 있어 새들이 보이는 삶의 다양성은 인간의 그것이 가진 획일적 행태와 습관, 이미지 같은 것들이 반드시 어떤 모습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새들의 번식과 양육은 새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각기 자신의 새끼가 생존하기에 적합한 형태의 역할 분담법이 있고 각자 그에 맞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수컷은 절대 양육에 참가하지 않는 오리를 비롯해서 공평하게 양육을 부담하는 멧비둘기, 알을 다른 종의 새 둥지에 놓고 튀어?버리는 뻐꾸기 가족, 낳아서 다자랄 때까지 끼고 도는 두루미 가족까지 정말 삶의 양상이 다양하다.
저자는 이외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의 모습이 많을 것이며, 알려져있더라도 인간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이라 말한다.

새들에 대해 가지는 인간의 인식은 오해인 경우가 많다. 그것은 동물을 의인화하면서 인간의 주관적인 인식과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그렇다. 여러 국가의 국기나 문장에 흔히 상징물로 표현되는 동물들의 특성은 인간이 부여한 이미지와 다른 경우가 많다. 독수리는 용맹함과 권위의 상징과도 같아서 여러국가에서 상징적 동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실제 독수리의 행태는 용맹과는 거리가 멀고 되려 게으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감히 맞서는 새는 오히려 유럽울새가 가깝다. 14센치에 불과한 귀여운 외모의 이 새는 자신보다 몸집이 훨씬 큰 포식자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인간의 주관적인 인식은 동물의 생김새가 어떻냐에 따라 달리지기도 한다. 새는 인간과 비슷한 생김새 혹은 포유류가 아니다 보니 오해하기 쉽다. 새는 인간과 비슷한 행동을 하지도 감정을 느끼지 못할 거라는 인식이다. 암탉이 즐겨 하는 모래목욕은 기생충을 제거하고 날개를 청결히 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자연의 햇살과 쉼을 즐기는 행동이기도 하다. 앍탉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절대 모래목욕을 하지 않는 다는 점을 보면 암탉에게도 자신의 삶을 오롯히 살아가는 방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전통적인 관점에서 동물과 인간을 가르는 큰 구분 방법 중 하나가 도구의 사용유무였다. 우리는 새가 도구를 사용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듯하다. 나뭇가지를 이용해 도구로 만들어쓰고, 도시에 사는 어떤 까마귀들은 호두 속의 열매를 빼 먹기 위해 신호등 위에서 빨간불 되면 호두알을 떨어뜨린다. 그리고선 초록불로 바뀌면 알맹이를 집어간다. 이러한 관찰 결과들은 그 동안의 인식들이 지극히 인간중심적이 었음을 알게 한다.

<인간을 위한 교훈>

이 책이 새들의 모습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삶과 그에 대한 교훈이다. 우리가 자의적으로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새들의 모습에 진실이 아닌 것이 많다는 점을 꼬집기도 하지만 그러한 것의 이유 또한 결국 인간의 삶을 비추어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인 것이다. 저자는 최종적으로 생명체로서의 새 그리고 보존에 대해 이야기 한다. 21세기가 끝날 무렵엔 지금 존재하는 새의 25퍼센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새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그들로 부터 짧은 철학을 얻기 위함은 아니다. 새를 그리고 모든 생명을 보호하고 사랑하기로 한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고 사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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