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계절의 맛 - 고요하고 성실하게 일상을 깨우는 음식 이야기
정보화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3월
평점 :

<계절의 맛>(정보화 지음 / 지콜론북 / 2019)
예쁘다. 표지도 제목도 작가의 이름까지 모두 예쁘다.
계절의 맛이라니. 어떤 맛일까 벌써 궁금해졌다.
책을 보니 푸드 관련 일을 해온 저자가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어울리는 음식 이야기를
자신의 어렸을 적 기억과 더불어 소개해주는 음식 에세이다.
전북 군산의 작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느
자연과 가족을 통해 계절의 맛을 자연스레 익혀왔고
지금은 제철에 나는 먹거리를 유리병 안에 담아
계절을 기록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도시에서 자란 사람은 느낄 수 없는 어릴 적 정서와
자연에 둘러싸인 그때 그 시절의 환경이
저자를 이렇게 자연주의 음식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만든
아주 중요한 요소이리라.
페이지마다 제철 재료를 활용한 담백한 음식 소개가 이어졌다.
자연 그대로 또는 가공을 최소화함으로써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끼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느껴졌다.
추억 소환도 이 책을 보는 묘미이다. 가령 이런 것.

등굣길 한 그릇
나풀나풀 고소한 계란밥.
계란밥 쓱싹 비벼먹고 힘차게 등굣길에 오르는
어린 아이가 떠오르며, 살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각 챕터 끝에 넣어준 간단한 레시피는 누구나 간편하게 따라할 수 있도록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요리가 어려워서 따라하기 힘들다면 그 레시피는 생명력이 없다고 보기에, 이 책에 소개된 레시피들은 더 좋아보였다.
봄에는 봄맛, 여름에는 여름맛...계절의 맛이 있다는 걸 놓치고 있었다.
이렇게 계절이 지나면 지난 계절에 먹지 못했던 걸 아쉬워하느라 지금 계절의 맛을 또 놓치게 되는 아이러니.

문득 위로나 공감은 구구절절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은은하게 올라오는 로즈메리 향처럼 잔잔하게 와 닿으면 그만인 것이었다.

책의 맨 끝에는 저자가 찍은 정갈하고 신선한 제철요리의 사진이 이어졌다.
지지고 볶고 삶고 구우면 더 좋은 요리가 완성된다고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재료의 맛을 가장 잘 살리는 가공을 최소화하여 본연의 맛을 지키는 것이겠지.
천천히 느리게 자연의 속도로 살아가는 게 필요한 요즘이다.
미세먼지 가득한 요즘, 숨쉬기도 힘든데 <계절의 맛>을 읽으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