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 - 인터뷰집
마티포포 지음, 정유미 외 엮음 / 포포포 / 2021년 4월
평점 :

일하는 엄마. 일과 양육이라는, 만날 수 없는 두 갈래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 10명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마티포포 지음 / 포포포 / 2021)는 나와 똑같은 고민을 가진 엄마 10명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는 인터뷰집이다. 직장에 오래 일했거나 이직 또는 전직, 프리랜서, 창업 등 다양한 형태로 일하는 엄마들의 목소리다.
육아는 여전히 엄마의 몫이라는 인식이 변하지 않고, 육아휴직을 한 여직원에게는 승진과 보직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이상, 워킹맘의 고민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10명의 워킹맘 인터뷰 중 공통적인 내용은 누구도 출산 이후의 삶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이 일생일대의 큰 사건이기 때문에 모든 관심과 시선이 거기에만 머물렀다.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선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기에, 놀라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많은 워킹맘의 목소리였다. 아마 그 이후에 더 큰 산이 있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임신마저도 망설여졌으려나.
전 저출산을 근본적으로 극복하려면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임신하고 임신, 출산, 육아휴직에 대한 법을 한 번 봤어요. 혹시 고칠 게 있나. 근데 법은 너무 잘 돼 있더락요. 법이나 제도는 잘 돼 있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불이익 받고 잘 지켜지지 않는 거죠. 그래서 이게 제도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는 장명희 씨의 목소리를 들으니, 더 씁쓸하다. 입법을 하는 사람들 중 남성의 비율이 높고, 그들이 만든 법이 '법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라면 결국 변화의 가능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말 아닐까. 법과 실생활의 괴리감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이 책을 보면서, 하는 일과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르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엄마들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의 삶도 이 책에 잘 설명되어 있다. 그러면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는 사실에 위로받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하게 만드는 것. 일과 육아 사이에서 균형잡기가 쉽지 않은 엄마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직접적으로 제시한다기보다는, 이런 경우 이런 선택을 할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그 선택에는 이런 결과가 나오겠구나 예측할 수 있겠다.
엄마의 24시간은 짧다. 그래서 틈이 생기면 어떻게든 쪼개 써야 한다. 잠시 쉴 틈도 없이 무조건 직진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지 않을 것이기에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이리라. 초등학교 1학년, 4학년을 키우며, 출퇴근 시간으로 하루 4시간을 보내는 나도 이 책을 보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나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지금 이대로 잘하고 있다는 응원을 받는 느낌이었다.
애도 못 보고 일도 못 하는 것 같은 사람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냐고 했을 때 '힘을 좀 빼라'고 조언하겠다는 한 워킹맘의 조언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걸 잘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인간인지라, 힘을 좀 빼고 천천히 길게 가는 게 정답일 수 있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는 믿음. 그런 말이 지금 나에겐 필요했는지 모른다.
한없이 위로의 말이 이어지는 것보다 '나는 이런데, 너도 이랬니? 그랬구나'라며 맞장구를 쳐주고, 나와 같은 상황임을 공감하는 게 더 큰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게 바로 이 책의 묘한 매력임을 알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