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단 현상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ㅣ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오승민 그림 / 밤티 / 2021년 7월
평점 :

아직 2021년이 한참 남았지만, 올해 내가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동화를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온 동화가 어느새 내 마음에 뿌리를 내렸고, 좋은 동화를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단 현상>(이금이 글, 오승민 그림 / 밤티 / 2021) 역시 마음에 오래 남을 좋은 동화집이다. 이금이 작가님의 동화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이 책 역시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알고보니 2006년에 처음 나왔던 책이고 이번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나니 요새 나온 동화처럼 생생하고 공감이 많이 갔다.
이 책에는 5편의 단편동화가 실려 있다. 그런데 이 5편의 동화가 모두 재미있고 저마다 큰 감동을 주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졌다. 때론 콧등이 찡하게 슬픈 이야기도 있었고,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벅차오름도 있었다. 고학년 동화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너무 좋을 동화가 줄줄이 이어졌다.
할머니의 애잔한 마음이 안스럽고 안타까웠던 <꽃이 진 자리>를 보고 난 후 한참 생각에 잠겼다. 해외로 쫓기듯이 도망간 아들과 손녀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스웨터를 정성스레 뜨고 풀고 뜨고 풀고를 반복했을까.

벚꽃 구경 나왔단다. 저 봐라, 꼭 등을 켠 것처럼 환하지 않니?
마음도 같이 환해지는 것 같지? 살면서 좋은 시절은 벚꽃 피는 봄날 저녁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구나.
금단 현상. 제목부터 눈에 확 띄었다. 보통 담배나 술, 약물을 끊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동화 제목으로 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금단 현상>이란 동화를 읽고나서는 무릎을 탁 쳤다.
'아하! 이래서 금단 현상이구나.'

하지만 앞으로만 달려갈 뿐인 시간은 내게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전화 금단 현상은 인터넷이 끊겼을 때보다 더 심했다. 나는 현기인 줄 알았던 애와 전화 통화를 하던 시간이면 공연히 수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곤 했다. 참지 못하고 친구들과 엄마 아빠에게 전화를 걸곤 했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 줄 만큼 한가한 사람은 없었다. 나는 그때마다 나 자신을, 또는 현기인 척했던 그 애를 욕하며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집 앞에 다다랐다. 내 마음처럼 텅 빈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혹시 성규의 장난 전화도 금단 현상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사랑이든 관심이든 절실한 것과의 단절이 누군지 모를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게 만든 것은 아닐까. 성규와의 통화가 끊긴 뒤 내가 여기저기 전화를 해 댔던 것처럼. 무슨 소리야. 그 앤 장난 전화나 하고, 다른 사람인 척한 못된 애야. 나는 자꾸 성규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내가 싫었다.
5편의 동화가 모두 좋았지만 그 중 <금단 현상>을 보는 동안에는 여러 번 곱씹어본 문장들이 많았다. 꼭 술이나 담배가 아니더라도 절실한 것과의 단절이 불러오는 막막함. 그것이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갈수록 삭막해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생기면서, 더 이상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때 아무에게나 내 속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충분히 공감되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남다르게 다가왔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 나도 이런 동화를 쓰고 싶다. 스펙터클한 사건이 없어도, 영웅이 등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고 감동적인 동화. <금단 현상>을 보면서 많이 느꼈던 부분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