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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 - 게으름, 우울증, 번아웃의 심리학
한창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8월
평점 :
게으름, 우울증, 번아웃.
요즘 사람들치고 이 단어들 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바빠서 마음 돌볼 틈은 점점 줄어들고,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시간마저 사라지고, 외출이 힘들어 자꾸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악순환. 특히 최근 극심한 직장 스트레스로 슬럼프에 완벽하게 빠져버린 나는 두 번째 번아웃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그러던 중에 마음에 안정을 주는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한창수 지음 / RHK / 2021)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의사인 저자가 '게으름, 우울증, 번아웃의 심리학'이란 부제로 쓴 책으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법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번아웃은 있는 힘껏 열정적으로 일하다가 육체적,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무기력이 찾아오는 것을 말한다. 번아웃으로 인한 무기력은 조금 쉬며 에너지를 충전하면 해결되지만, 문제는 낮은 자기효능감 때문에 시작도 하지 못해 늘어지는 형태의 무기력이다. 이런 무기력을 이겨내려면 매일 자기의 일과를 정해놓고 그대로 따라가 보는 자기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일상의 '루틴'이 필요하다.
몇 년 전, 퇴사를 강행했을 때만 해도 그게 번아웃인지 몰랐다. 그저 체력이 떨어지고 기력이 떨어졌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후에 여러 심리학 책을 보니 그게 바로 '번아웃'이었다. 일에 몰두하다보면 지나치게 빠져들어 육체적,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되었던 시기였다. 그때 '루틴'이 있었더라면 무사하게 그 시기를 넘기지 않았을까.
책에는 무기력, 우울증, 게으름 등의 증상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 세세하게 분석되어 있다. 그리고 저자가 직접 상담을 했던 사람들의 실제 사례들도 등장하여 공감대가 더 높아졌다. 내가 관심있게 들여다본 부분은 해결방안 파트였다. 그래서, 무기력에서 탈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본을 갖추고, 시작하고, 지속한다는 3단계 방법을 통해 지구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책을 읽어가면서, 뭔가 마음속에 잡념이 사라지고 새로운 기운이 서서히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면 '자이가르닉 효과'가 작용한다고 한다. 이것은 무언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을 때 그것을 잊지 못하고 계속 찜찜한 기분을 느끼는 현상이란다. 그런데 이 찜찜함이 결국엔 놀라운 결과치를 낸다는 사실을 보면서, 예전에 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일을 마무리했는데도 뭔가 남아 있는 듯한 찜찜함. 이게 마음속에 앙금으로 남는 것이 결코 나쁜 것만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찜찜함을 해결하기 위해 내 '작업 기억' 공간에서는 계속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도.
결국 내 할 일은 내가 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게으름을 타고났어도 우리에게는
'습관'과 '노력'이라는 무기가 있다.
그 무기를 쓰기로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책임감을 장착하고 진짜 어른의 삶에
들어서게 된다.
저자는 무기력을 해결하기 위해 글쓰기를 권장한다. 그 외에도 산책과 대화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주고 있다. 충분하지 못한 수면, 직장 밖에서도 일 생각, 햇빛을 쬐지 못한 신체, 대충 때우는 끼니. 이렇게 매일 나쁜 조건을 스스로에게 주면서 좋은 마음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이 책을 보면서,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피곤과 무기력의 원인을 찾았다. 발견했으니 이제 움직일 차례다. 다행히 더위는 서서히 누그러지고, 걷기 좋은 날씨가 되고 있다. 무기력이 무기력해질 때까지 걷고 비우고 새로운 기운으로 채워야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겉표지를 벗겨보면 안쪽에 '무기력 극복 챌린지'라는 거대한 캘린더가 나온다. 하루에 한 가지씩, 30일 칸에 모두 작은 미션을 적어 넣고 실천하는 것이다. 당장 벽에 붙여두고 30일 챌린지를 시작해야지. 30일을 채우는 순간, 스스로에게 선물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