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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어딨어? - 아이디어를 찾아 밤을 지새우는 창작자들에게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평점 :

아이디어를 찾아 밤을 지새우는 창작자들에게.
(저 부르셨나요? 물론 제목처럼 천재는 아니라는...)
<천재가 어딨어?>(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2)는 치과의사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작가가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작가가 얼마나 아이디어에 대해 고민을 하고 또 고민하는지 그의 글과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2009년 우연히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이후부터, 매주 적어도 한 장짜리 만화를 그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모은 게 이 책이라 할 수 있다.
아래는 <백지 찾기>란 제목의 글과 그림이다. 보통 백지라 하면 종이나 노트만 떠올리는데 작가의 눈에는 자기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백지이자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나 역시 이런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생각은 못했다. 작가의 인사이트에 박수를 보낸다.


날마다 크리에이티브를 찾아 떠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영감을 받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이드이자 조력자이다.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은 말이야" 식의 이론서가 아니라 작가가 실제로 자신이 영감을 받는 방법을 표현하고, 그렇게 받은 영감으로 크리에이티브한 결과물을 표현하고 있기에 페이지마다 가치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간직하고 싶은 페이지가 너무 많다. 아니, 책 전체 내용을 허투루 볼 만한 게 전혀 없을 만큼 좋다. 회사에서 이 책을 보니 우리 본부 직원들이 너도나도 관심을 보였고, 이 책을 함께 넘기면서 감탄을 했다. 아이디어를 찾아 밤을 지새우는 창작자들의 입장에서 너무 고마운 책이었기 때문이다. 한 디자이너는 이 책을 몇 년 전에 원서로 읽기도 했다고 하니, 이 책의 위력이 새삼 남다르게 느껴졌다.

책이 주는 힘이란 이런 것이다. 함께 보게 만들고, 공감하고, 함께 생각하게 만드는 것. 이로 인해 공감대가 생기고 새로운 동기부여가 샘솟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시작으로 이 책은 우리 팀원들끼리 릴레이로 돌려보기로 했다.

빗줄기가
지붕과 창문을 때리는 소리는
우주가 보내는 박수
늦잠자길 잘했다고
좋은 아침
세상에. 어떻게 이런 표현을 썼지. 빗소리를 우주가 보내는 박수라고 칭하다니, 작가의 안목과 표현력에 많이 놀랐다. 번역도 무척 잘 되어 있다. 쉽지 않은 표현일 텐데, 역시 공경희 번역가답다.

위의 3페이지는 내가 이 책을 보면서 (다 좋았지만) 더 마음에 들었던 페이지들이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메시지. 긴 글 대신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되는 표현력.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고 싶어졌다.
<천재가 어딨어?>는 아이디어를 찾아 밤을 지새우는 창작자들에게 좋은 발상 안내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고독한 밤을 지새우는 프리랜서에게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생각이 막혔을 때 아무 페이지나 쫙 펴서 거기서 말한 방법대로 해본다면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을 거란 믿음도 생긴다.

아이디어를 찾는 것은 즐거움이자 괴로움이다. 그 괴로움을 겪지 않는다면 즐거움도 없을 테니. 이 책처럼 나를 토닥여주는 게 있다면 괴로움은 줄고 즐거움이 늘어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