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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입니다 배민 합니다 -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ㅣ 걷는사람 에세이 16
이병철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8월
평점 :
품절
시간강사가 배달을?!
뭔가 어울리지 않는 두 직업을 한 사람이 하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시간강사와 배달원은 결이 달라도 한참 다르기 때문이다.
<시간강사입니다 배민합니다>(이병철 지음 / 걷는사람 / 2022)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자 시간강사인 저자가 생계를 위해 배민 라이더를 하면서 느낀 점과 생각을 담은 에세이다. 일반적으로 가방끈이 긴 사람(?)은 그래도 먹고살 만할 것이란 통념이 있다. 물론 시간강사의 페이는 많이 알려진 대로 많지 않다. 하지만 두 권의 시집, 한 권의 평론집, 세 권의 산문집을 낸 작가라면 글을 쓰며 적어도 생계 걱정은 하지 않으리란 환상 아닌 환상이 있었나 보다.
시간강사에 원고까지 써가면서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월 200만원을 벌기가 힘들어서 배달일을 시작했다는 저자의 말을 듣고 마음 한켠에 먹먹했다. 시를 쓴다는 것, 순수문학을 한다는 것이 여전히 '배고픈' 직업인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 책에는 시인이면서 라이더인 투잡인의 생활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작가는 애써 무심히 그려내고 있지만, 행간에 숨은 땀과 눈물을 볼 수 있었다. 글만 써서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곧 마흔을 바라보는 저자의 삶을 돌아보면 무척 파란만장하게 살아왔다.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전문대로, 4년제 대학교로 편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땄다고 한다. 게다가 석사도 학비 걱정이 되어 전 과목 A+를 받으며 3학기 만에 수업을 마치고 4학기째에 논문을 썼다 한다. 반지하 단칸방에 10년을 살면서 이를 악 물고 달려온 저자의 생활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다들 치열하게 살아가는구나.
저 노을은 수많은 이들의 성실한 생이 익어 가는 빛깔이겠지.
그래, 다시 달려 보자.
안 좋은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또 오겠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배달을 하면서도 마음의 뿌리만큼은 문학에, 시에 두고 있기에 이렇게 또 아름다운 글이 나오는구나 깨달았다. 배달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다른 시간강사가 하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면서 저자의 시와 글이 더 깊어지리라 믿는다.
요즘 배달음식을 먹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배달원도 예전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너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맛있는 음식을 최대한 빨리 전해주기 위해 달려오는 사람이란 생각을 한다면, 그리 매몰차게 대하진 않을 텐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 수 있었다. 박사를 볼 때와 라이더를 볼 때 온도의 차이 말이다.
당장 먹고살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저자를 응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멋진 시인으로, 교수로 어디선가 이 순간을 추억하고 있을 거란 기대도 해본다.
지금은 너도나도 편히 살기 힘든 시대이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알바를 하고, 대리운전을 하고, 배달을 하고, 투잡을 한다. 하지만 영원한 행복도, 영원한 불행도 없을 테니 이 수고로움이 보람으로 바뀔 수 있는 시간이 하루빨리 오기를, 그래서 이병철 시인도 자신이 좋아하는 시쓰기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